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걸음을 빨리 재촉하는 당신은
어떤 것을 그토록 사랑하길래
몇 번을 살아났나요
(···)
숨이 죄는 줄도 모르고
헐레벌떡 산 위를 오르는 당신은
흙먼지투성이로 덮이기 전엔
어떤 사람이었나요
AKMU, <전쟁터(with 이선희)> 中

illust by 아현(雅玄)
소설 속 주인공들은 종종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곤 한다. 이야기 속 세상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것은 때로 아득하거나, 어둡고 그림자 진 밤의 세상. 혹은 부서뜨릴 듯 쏟아지는 폭력과 전쟁. 그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부단히도 뛰어다닌다. 피를 뒤집어쓰고, 흙먼지투성이가 되어서도.
전쟁과 폭력은 사람을 죽인다. 세상을 파괴한다. 인간은 인간을 해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속절없이 짓밟혀가는 것은 비단 생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탄압은 의지를 죽인다. 사랑하는 것을 내버리게 한다. 그러고도 살아남기 어려워 자신을 잊게 한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올곧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달려가는 주인공을 떠올린다. 사랑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루어낼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끝없이 치열하다. 그 모든 순간에도 신념을 꺾지 않은 채. 사람을 포기하지 않은 채. 오직 그것이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든다.
화약 연기가 뒤덮인 하늘에서 폭탄과 총알이 날아간다. 폭죽이 터지면 사람들은 간단히 죽어나간다. 전쟁의 참상, "이명이 끝나면 비명이 들릴" 전장. 도망칠 수 없는 현실 앞에서도 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설령 이 끝이 무의미한 죽음이라 하더라도.
당신은 무엇을 사랑합니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