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 런던의 리젠트 파크에서 프리즈 런던이 개최되었다. 19일에 직접 방문한 현장에는 연초 미술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페어의 활기를 돋구고 있었다. 12년 이하 신생 갤러리들을 소개하는 Focus 섹션과 아티스트 투 아티스트(Artist-to-Artist), 그리고 스페셜 섹션인 “Echoes in the Present”를 통해 여성, 신진, 비서구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조명하여, 담론과 기획적 측면을 강화하고 중저가 작품군의 시장 내 입지를 확장했다.
이번 프리즈 런던에서 느꼈던 바는 크게 2가지다. 국제적 맥락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2세계 혹은 3세계에 속하는 비서구 미술계의 입지와 구매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 한국 미술의 맥락에서는 국제, 갤러리 현대 등 기존 국내 메가 갤러리의 참여 외에도 계속해서 프리즈 런던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 늦은 후기지만, 기고문을 통해 2025 프리즈 런던의 현장을 둘러보도록 하자.




나의 취향을 사로잡은 작품들을 일부 공유한다. 특정 테마나 주제를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모아보니 공예적 성격의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사진: 직접 촬영.
프리즈로 글로벌 아트 보기1 - 프리즈 아부다비와 MENASA의 부흥
MENASA란 중동(Middle East), 북아프리카(North Africa), 남아시아(South Asia) 지역의 합쳐 부르는 약어로, 해당 문화권의 유산이나 정체성 연합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MENASA 국가들이 표시된 지도다. 사진에는 없으나 피지(Fiji)도 연합에 포함된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바젤과 프리즈는 MENASA의 중심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출처: MENASA Resource Center.
프리즈는 기존의 아부다비 아트 페어를 인수하여 2026년 11월에 프리즈 아부다비를 개최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프리즈 런던에서는 아부다비 컬쳐(Abu Dhabi Culture)와 파트너십을 맺어 새로운 시장을 홍보하기 위한 아트 라운지를 마련했다. 작가 라미야 가르가시(Lamya Gargash)의 쿤 프로젝트(Kun Project) 연작을 선보였다. 영국과 아랍에미레이트의 장소들을 가로지르는 황금빛 천을 담은 사진들은 영국과 아랍에미리트 미술계의 연결을 상징하는 듯하다.

Lamya Gargash, Hintze Hall, 2024, 피그먼트 프린트. 황금빛 천이 런던 자연사 박물관 힌츠 홀의 중앙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뻗어가고 있다.
사진: 직접 촬영.
또한, 황금빛 천이 가로지르는 아랍에미리트의 장소 중에는 학교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한 ‘알 카시미야 스쿨(Al Qasimiyah School)’도 있는데, 이 공간은 2023년 샤르자 건축 트리엔날레의 주요 전시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프리즈가 향후 아부다비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 토후국들의 문화 자원과 다양한 협업을 맺을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보인다. 특히 2003년부터 큐레이터와 디렉터로서 샤르자 아트 비엔날레를 운영해 왔으며 현 샤르자 아트 재단의 이사로 활동 중인 샤르자 왕가의 셰이카 후르 알 카시미(Sheikha Hoor Al Qasimi)가 영국 문화예술 언론사가 매년 선정하는 2024 Artreview Power 100에서 1위에 선정되었는데, 향후 프리즈와 그녀의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기대된다. 루브르 아부다비와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새로운 미술 행사를 맞이하며 그 큐레이션에 변화가 생길지 지켜봄 직하다.
2023년부터 명망 있는 예술가들이 향후 미술계를 주도할 중견 작가를 지명하는 ‘아티스트 투 아티스트’ 섹션에서는 뭄바이 기반 갤러리 마스카라(Maskara)가 인도 작가 벤칸나(T. Venkanna)를 선보이고 있었다. 작가는 검정, 파랑, 노랑 세 가지 색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정체성, 신체, 성으로 표현한다. 이번 부스에는 신화적인 화면 구성을 활용하여 전통적으로 대상화된 여성의 신체와 그것을 응시하는 남성적 시선의 입장을 뒤바꾼 주제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인도의 전통 수공예 종이에 채색된 잉크의 물성이 작품의 서사와 결합해 기존 서양 회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성 작가가 아닌 남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는데, ‘지배구조가 뒤집힌’ 남성성에 초점을 맞춘 시각으로 보인다.

T. Venkanna, On His Back, 2024, 전통 수공예 종이에 잉크. 사진을 찍는데 옆에서 ‘카마수트라 같다’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다른 방문객의 감상이 재미있었다.
사진: 직접 촬영.
벤칸나를 선보인 갤러리 마스카라 외에도 뭄바이와 뉴델리 기반의 일부 갤러리들은 꾸준히 프리즈에 참여해 왔었다. 이러한 MENASA의 주목도 상승에는 제도적 발전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신흥 컬렉터 층의 구매 잠재력도 그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로 글로벌 아트 보기2 - 서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조명
이번 프리즈 런던에서는 서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의 조명도 눈여겨볼 만했다. 스페셜 섹션인 “Echoes in the Present”에서는 브라질계 흑인 작가들과 서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선정된 작가들은 사물에 대한 기억과 역사가 현재와 미래에 관여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했다.
섹션 중앙 천장에 매달린 화려한 천들은 아프리카계 브라질 작가 알베르토 피타(Alberto Pitta)의 작품으로, 그는 서아프리카 요루바 신화를 상징하는 색과 패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그는 사우바도르의 흑인 카니발 퍼레이드 단체에서 시각 디자인을 맡으며 브라질에서도 아프리카 신화를 활용한 정체성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다양한 재료로 표현된 원색적인 색채와 화려한 패턴의 조합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브라질에서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이어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알베르토 피타의 작업. 카니발의 시각 디자인을 맡은 경험으로 인해서일까? 작업의 규모가 웅장하다.
사진: 직접 촬영.
세네갈 다카르를 기반으로 둔 아티스 다카르 갤러리의 세린 음바예 카마라(Serigne Mbaye Camara)는 버려진 목재, 천, 돌 등의 폐기물을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이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 미래를 매개하는 행위로 작용한다. 그에게 이러한 작업은 자신의 근간이 되는 조상들의 삶과 공동체를 예술로 탐구하는 과정이다. 수집한 폐기물들은 직물 회화, 조형물 등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되는데, 형태를 구현하는 카마라의 상상력이 물질이 지닌 서사를 강화한다.

카마라의 작품, 돌과 나무가 조합된 목각인형과 직물 회화의 차분한 색감이 세네갈의 자연을 보여주는 듯하다.
사진: 직접 촬영.
앞서 소개한 아티스트 투 아티스트의 섹션에서는 두 명의 멕시코계 작가가 소개되었다. 멕시코의 예술가 아나 세고비아(Ana Segovia)는 멕시코 영화의 황금기 시절 작품들의 장면을 가상의 캐릭터 ‘라몬’으로 그려내며 멕시코의 국가 정체성과 이상화된 남성성을 탐구한다. 남성의 자세를 가까이서 포착한 듯한 화면은 멕시코의 고전 영화가 ‘멕시코’와 ‘남성’을 멋있게 연출하는 장치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아나의 작품. 보색을 활용한 원색적 색감이 장면의 긴장감을 높여준다.
사진: 직접 촬영.
멕시코계 미국 예술가 르네 트레비뇨(René Treviño)는 유럽의 문명과 메소아메리카 토착 신화를 혼합하여 대중문화와 퀴어의 역사를 표현한다. 대표적인 작업 Weight of Art History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가 지구 대신 아즈텍 태양석을 받치고 있는데, 서구 신화의 존재가 중남미의 신화적 사물을 떠받치고 있는 구도를 통해 문화의 위계를 전복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돋보인다. 제목에 사용된 ‘무게’라는 표현, 흑백으로 표현된 헤라클레스와 달리 선명한 분홍빛을 띤 아즈텍 태양력은 전유를 넘어 ‘상위’의 개념을 정하는 구조 자체의 모호함을 시사하는 듯하다.

Weight of Art History.
사진: 직접 촬영.

르네 트레비뇨의 프린트 작업 모음. 언뜻 보기에 아즈텍 문화 양식을 활용한 패턴 작업 같지만, 오레오와 그리스 암포라 회화 등이 삽입되어 있다. 이 또한 서구 문명 - 비서구 문명, 나아가 대중문화 사이의 서열은 비트는 작업으로 해석된다.
사진: 직접 촬영.
이번 “Echoes in the Present”은 ‘아프리카’ 혹은 ‘Black’이라는 단일 된 키워드로 인식되던 흑인의 정체성을 다채롭게 보여준 데에 의의가 있다. 세네갈에서 수집된 재료, 서아프리카의 요루바 신화 등으로 작업을 이어오는 작가들을 선보여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문화권과 국가 단위로 해체하고, 그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을 탐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또한, 섹션은 흑인의 이주민 서사가 ‘근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국가에 사는 흑인들의 역사에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로 인한 강제 이주의 아픔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소속과 공동체를 형성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경험하는 피부색으로 인한 차별은 태초에 그들의 조상이 살아 숨 쉬었던 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작가들의 ‘사물’을 통한 문명과 역사의 탐구는 인간의 노동이 지닌 본연의 가치에 대한 조명으로도 이어진다. 흑인들이 겪은 강제 이주의 배경에는 값싼 노동력 착취가 있다. 이들이 활용하는 토착 문화의 양식과 수공예적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성을 박탈당한 채 강제된 노동이 아닌, 시간이 축적된 자발적 노동을 반영한다. 향후 이들의 작업이 AI로 대체되는 인간의 노동,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왔던 방식의 변화에 대한 담론으로 확장된다면 동시대 예술이 노동과 인간성의 관계를 재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중남미권 예술가들의 조명은 어쩌면 다음 시장 진출은 중남미라는 예고처럼 느껴졌다. 중동 신흥 컬렉터들의 잠재력으로 바젤 카타르와 프리즈 아부다비가 걸프 지역에 진출했듯. 중남미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어 신흥 컬렉터 층이 두터워진다면 2035년 전후에 두 아트페어가 진출할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바젤은 바젤 상파울루로, 프리즈가 Zona Maco와 제휴하여 프리즈 멕시코시티로 진행되는 양상이 전개되지 않을까.
프리즈에서 한국미술 찾아보기1 - LG OLED 부스와 예술경영지원센터
이번 프리즈 런던과 함께한 것은 글로벌 사우스뿐만이 아니다. LG전자는 프리즈 서울이 런칭된 2022년부터 프리즈의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LG 올레드 홍보관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를 열었던 작가 서도호가 아버지 서세옥의 수묵 추상화를 디지털 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작품 “Suh Se Ok x LG OLED TV: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를 선보였다. 전시 공간은 건축가인 동생 서을호가 연출했다. 국내에서는 LG가 마케팅이 서투르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프리즈의 OLED 스크린은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수묵 추상화의 먹선이 깔끔하고 정교한 그래픽으로 송출되며 세련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다.

“Suh Se Ok x LG OLED TV: 서도호가 그리고 서을호가 짓다” 공간. 회원가입 하면 에코백과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다. 프리즈 런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들러보자.
사진: 직접 촬영.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이름을 프리즈 서울이 아닌 프리즈 런던에서 보게 되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국내 예술 유통 활성화와 예술기관 성장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매년 9월에 개최되는 “대한민국 미술 축제”의 주관처다. 프리즈 서울과는 이전부터 긴밀히 협업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를 확장하여 한국 작가 해외 진출 사업*을 통해 프리즈 런던에서 권병준, 박민하를 직접 선보이고 있었다.
*프리즈 런던에서는 Korean Artists Today라는 영문 사업명으로 소개되었다.
로봇을 활용한 종합극을 통해 인간성을 탐구하는 권병준은 이번 한국 무당의 춤사위에서 영감받은 로봇 조형물을, 디지털 문화와 시각적 언어를 회화로 연결하는 박민하는 서울의 도시적 풍경이 형성하는 빛과 분위기를 담은 작업을 선보였다. 작품을 통해 두 작가가 한국의 문화와 사회성이 담긴 소재를 그들만의 표현 언어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살펴보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특히 이번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프리즈 런던 협업은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프리즈 서울의 계약 연장을 앞두고 국제 미술계에 프리즈 서울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프리즈 런던 입구에 설치된 권병준의 작품.
사진: 프리즈 공식 인스타그램.

프리즈 런던 매거진샵 벽면에 설치된 박민하의 회화. 오디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사진: 프리즈 공식 인스타그램.
프리즈에서 한국미술 찾아보기2 - Focus section, 갤러리 실린더(Cylinder)와 Niru Ratman의 이은조 작가
프리즈는 매해 설립 12년 이하의 신생 갤러리들만 참여할 수 있는 Focus 섹션을 마련하여 연차는 낮지만 잠재력이 있는 세계 각지의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을 선보이는 무대를 마련해 왔다. 특히, 이번 Focus 섹션에는 서울 기반의 Cylinder가 박예림 작가(Rim Park)의 작업을 선보였다. Cylinder는 대안 공간과 상업 갤러리의 중간 지점에서 실험적 작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성이 돋보이는 갤러리다. 2020년에 설립되어 만 5년차를 향해가고 있는 신생 갤러리가 국제 무대에 참여했다는 것은 프리즈 측에서도 이들의 행보에서 긍정적 측면을 보았다는 뜻이 아닐까. 규모에 비해 작품의 성격과 기획의 폭이 넓은 곳이니 용산 갤러리 투어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
실린더에서 소개한 박예림 작가는 자두나무 뿌리를 절단한 단면의 세포 구조를 관찰하며 그 형태와 시간성을 점토, 한지, 철근 등의 재료와 결합한 조형이나 에칭이라는 판화 기법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뿌리에 연결된 철근은 나무가 순환시키던 유기물의 흐름을 인간의 혈관처럼 시각화하는 동시에 작가의 작업을 거쳐 새로운 생명력으로 거듭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박예림 작가의 작업.
사진: 직접 촬영.
Focus 섹션에 선정된 런던 기반 갤러리 Niru Ratman은 가상의 비인간, 비물질 문명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개하는 이은조 작가의 Hesapia 3연작을 선보였다. 리만 머핀에서 서도호를 소개했듯, Niru Ratman은 한국 기반의 갤러리는 아니지만 영국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런던에서의 네트워크를 다져온 작가와 함께하고 있다. 작가는 ‘언리얼 엔진’이라는 게임 그래픽 툴을 활용하여 그녀만의 신화와 세계관을 구축한다. 비교적 초기작인 The lullaby of the Ruins은 작가가 창조한 비물질 문명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작품은 그 세계관을 환경 담론으로 이어가는 듯하다.
영상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기계와 자연물이 인간의 신체처럼 조합된 형상을 띤다. 이들은 기계와 자연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문명을 탐험하고 세계에 질문을 던지며 깨달음을 얻는다. 일부 장면에는 심장, 절단된 손 등 이미 멸망해 버린 인간의 문명을 암시하는 사물들이 나타나는데, 영상 속 존재들은 그것들을 추적하며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면서도 인간성을 초월하여 자연과 세계예 헌신하는 결정으로 나아간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의 생명체들은 이름 대신 ‘소녀’, ‘방문자’ 등으로 불린다. 이는 작가가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인간의 문명에서 전제로 세계관을 구성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명체들의 신화적인 대사도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Forgiving the Sunlight 스틸컷. 작품 사이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이번 3연작의 감상 포인트였다.
사진: 직접 촬영.
국제 갤러리, 갤러리 현대, 갤러리 바톤, 조현 화랑 등 글로벌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가하여 한국의 미술을 알리는 국내의 대형 갤러리들도 있다. 이들의 기여 못지않게 이번 Focus 섹션의 실린더 갤러리와 이은조 작가처럼 “신진(Emerging)”의 영역에서 ‘한국’이라는 틀을 벗어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들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로벌과 한국을 오간 2025 프리즈 런던 방문기를 마무리하며
2025 프리즈 런던은 국제와 국내, 글로벌과 로컬의 미술 지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자리였다. 연초부터 이어진 미술 시장의 침체 우려 속에서도 새로운 작가들의 서사와 담론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으며, 매해 새 섹션을 통해 시대적 변화에 반응하는 큐레이션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있었다. 물론 이러한 기획이 미술 시장 특유의 브랜드 전략이라는 측면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주체들이 동시대 미술의 방향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게 다가왔다.
프리즈 런던은 프리즈 서울과 달리 현대 이전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마스터즈(Masters)’섹션은 별도의 티켓으로 예약해야 방문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마스터즈의 현장은 살펴보지 못했으나 동시대 갤러리들만으로도 충분히 밀도 있는 방문이었다. 비가 내려 리젠트 파크의 조각 전시를 함께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영국이라는 맥락 속에서 한국 미술의 지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2025 프리즈 런던의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다가오는 2026년의 프리즈 서울과 프리즈 런던은 무엇을 조명하게 될 것인가, 그 흐름에서 떠오르게 될 한국의 다음 ‘신진’은 어떤 주체가 될 것인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미술계의 지평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