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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는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주최로 지난 27년간 세계 각국의 무용단과 예술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무용가들을 해외 무대에 알리는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올해로 28회를 맞이한 이번 축제는 워크숍과 예술가와의 대화 같은 부대행사를 통해 무용 전공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올해의 주제는 ‘광란의 유턴’으로,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무용예술로 풀어내며, 관객과 함께 담론을 형성하는 장을 열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외에도 국제합작, 해외초청, 국내초청, 기획제작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최근 ‘스우파’ 시리즈의 성공으로 스트릿댄스가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현대무용이나 발레 같은 장르는 여전히 일부 관객층 안에서만 향유되고 있다. 무용 공연 관람 문화가 국내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 주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듯, 무용 역시 대중적 기반을 넓혀가기를 기대한다.


필자는 빈에서 현대 발레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아름다운 의상과 동작’이라는 전통적 발레의 이미지가 아니라, 다소 과격한 움직임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그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자 클래식과 현대를 결합한 국제 합작 프로그램의 [BE-MUT – Romance]와 [BE-MUT – Mirror]를 관람했다.

 

 

 

사랑의 섬세한 감정을 담아낸 [BE-MUT – Romance]


 

(대표사진)4-1. 라슬로 벨레케이 안무가 프로필.JPG

 

(대표사진)6-3. 로맨스 공연사진.jpg

 

 

헝가리 좌르 발레단이 선보인 [BE-MUT – Romance]는 안무가 벨리케이 라슬로가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 졸탄의 음악을 기반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좌르 발레단은 1979년에 창단 이래 현대무용, 민속무용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헝가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무용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카르멘상과 헝가리아 무용예술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30분간의 움직임은 사랑의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음악의 빠르기와 선율 변화에 따라 남녀 무용수의 감정선이 점차 고조되었고, 서로에게 몸을 맡기거나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들은 교감과 의존, 나아가 관계가 심화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여자 무용수들이 마치 깃털처럼 움직이거나 부드럽게 턴을 도는 등 뛰어난 기교가 돋보임과 동시에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무대 장치나 무용수들의 연기도 주목할만 했다.

 

무용수들의 표정은 사랑에 물든 환희로 가득 차 있었고, 뒤편의 영상은 사랑을 꽃이 피어나는 이미지로 구현했다. 특히 헝가리 전통 민요를 재해석한 음악과 현대적 안무의 결합은 클래식과 현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무대를 만들었다.

 

 

 

자아를 탐구한 [BE-MUT – Mirror]


 

3. 김정아 안무가 프로필.jpeg

 

(대표사진)5-1. 미러 공연사진 photo by Győri Balett .JPG

 

 

이어 무대에 오른 사단법인 무트댄스의 [BE-MUT – Mirror]는 정체성과 자기 인식을 탐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안무를 맡은 김정아는 김영희무트댄스 창단 멤버로, 전통음악과 현대기술을 결합한 실험적 작업을 계속해왔다. 사단법인 무트댄스는 한국 전통 무용에 동시대적 감각을 더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이는 단체다.


작품은 무용수들이 차례로 등장해 느린 움직임으로 자신을 탐색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거울에 비친 자아를 응시하듯 마주 보는 동작, 미러링된 움직임은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갈망과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 속 고립을 상징하는 듯하다. 작은 조명 속에 갇힌 무용수의 몸짓은 억압과 저항의 상태, 경계를 넘어서려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초반의 무거운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무대 장치가 내려와 무용수들을 바닥으로 압박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때 무용수들이 옷을 벗기 시작하는데 마치 ‘알을 깨고 나오는’ 데미안이 떠올랐고, 기둥을 중심으로 자신을 응시하며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품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무용수들의 느린 움직임은 밀도 높은 호흡으로 집중을 이끌었는데, 이는 한국 전통 무용의 호흡법을 응용한 듯 보였다. [Mirror]는 [Romance]가 발레 동작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보다 날것의 움직임으로 다가왔으나 그 속에서도 유려한 춤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무용의 새로운 가능성



두 작품은 모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무용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 [Romance]는 클래식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세밀하게 풀어냈고, [Mirror]는 자아 성찰을 통한 동시대인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무용 관람을 통해 안무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보다 움직임이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의 폭을 이해하고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 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까지 이러한 경험을 쉽게 하지 못했다. 세계 각국의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축제가 28회를 맞이할 때까지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혹시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기회가 생긴다면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지난 10일 개막한 서울세계무용축제는 28일까지 이어지며, ‘성’을 주제로 하는 [Bad Spicy Sauce](9월 21일)와 폐막작 안토니오 루스 컴퍼니의 [파르살리아] 등 굵직한 레퍼토리가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축제가 무용이라는 장르가 대중에게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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