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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실내 도심형 뮤직 페스티벌이 있다?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햇살 아래 누워 나른한 기분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껏 경험했던 페스티벌이 야외에서 진행됐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기 위해선 아무래도 큰 공터가 필요한데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콘서트와 페스티벌의 차이점 또한 이 지점과 맞닿아있다. 콘서트는 단일 아티스트의 공연으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들의 음악을 오롯이 즐기고 또 소통하기 위한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한다. 반면 페스티벌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며 공연 외에도 어떠한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을뿐만 아니라 부대 행사들도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의 경우에는 큰 종합운동장이나 홀에서 진행되고, 후자의 경우 대체로 부지가 넓은 공터 혹은 공원에서 이루어진다.

 

그런 점에서 페스티벌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빽빽하다 못해 답답한 건물 풍경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뻥 뚫린 곳에서 합법적으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아마도 날씨일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때에는 페스티벌의 경험이 배로 좋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속상한 기억으로 남기 때문이다. 경험자에게 가장 큰 리스크인 날씨의 입김 아래서 벗어나, 아주 쾌적한 실내에서 진행하여 오롯이 페스티벌의 좋은 점만을 즐길 수 있다면? 더할나위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상상 속에서 그려본 뮤직 페스티벌은 그야말로 유토피아. 그 어떤 자연적 변수에도 구애받지 않은 채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가능한 하루. 이처럼 꿈 같은 하루를 구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다녀왔다. 바로 2025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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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인 8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2025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올해 5회차 페스티벌인만큼, 규모는 상당했다. 야외 무대에서 진행했던 지난 4년과는 달리, 올해는 실내 공연장을 택했다. 일산에 위치한 킨텍스 내 2개의 홀에서 진행되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넓어서 이름에 걸맞은 '필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야외에서 뛰놀며 음악을 즐기는 것 또한 무척 행복하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덥고 습한 날씨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었지 않을까 싶다.

 

넓은 야외 부지에서 진행되는 페스티벌의 경우, 다양하게 구획을 나누어 동시다발적으로 가수들의 무대가 진행된다. 그래서 보고 싶은 가수들의 타임테이블이 겹칠 때면, 무조건 무대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 메가필드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되어서 행복했다. 두 개의 스테이지가 한 곳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두 곳의 스탠딩석을 왔다 갔다 하며 보거나, 한 자리에서 보아도 한 눈에 무대를 담을 수 있고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보다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을 보기로 마음을 먹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출연진 때문이다. 필자가 참석한 31일에는 팬층이 두터운 밴드 '쏜애플'을 중심으로 힙합씬의 아이콘인 '다이나믹 듀오', 행복을 전하는 밴드 '소란(SORAN)',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가수 '최유리', 탄탄한 라이브 실력자 '너드커넥션' 등이 자리했다. 콘서트가 아니면 좀처럼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가수들을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렇게 멋진 아티스트들과 하루종일 음악으로 연결되는 느낌을 하루치 푯값을 내면 느낄 수가 있다니. 주최측의 기획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다양한 가수들이 자리한만큼,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다는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밴드 음악, 힙합, 발라드 등 한 공간에서 취향 혹은 컨디션에 따라 각자가 원하는 음악을 즐길 수 있었고, 더불어 지금까지 몰랐던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었다. 해당 공연 덕분에 음악적 취향이 더욱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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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답게 F&B존 또한 잘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스는 바로 흑맥주로 유명한 'KOZEL'. 즐거운 분위기에 알코올이 빠지면 섭섭할 뻔 했는데, 해당 부스에서 판매하는 라거가 필자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덕분에 들어가자마자 맥주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서, 신날 준비가 된 채로 무대 앞에 섰다.

 

 

 

Crazy Energy in Mega Field Music Festival 2025


 

페스티벌의 정수 : 밴드

 

필자가 관람한 31일에는 유독 밴드 공연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페스티벌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쪽이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평소 밴드 음악을 자주 듣지는 않지만, 직접 보고 듣는 경우에는 밴드를 선호한다. 직접 연주하는 세션들과 노래하는 보컬의 호흡을 같은 하늘 아래서 느낄 수 있고 무대를 즐기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같은 마음으로 뛸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거리낌 없이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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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큼 심리적 벽을 탁월하게 허무는 도구가 또 있을까. 나이와 성별, 국적에 관계 없이 연결되는 경험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그 중에서도 라이브 밴드 사운드는 누군지도 모르는 완벽한 타인과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매개체이다. 이 생각은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유효했다. 그중에서도 밴드 '소란'이 8번째 곡으로 가을목이를 부르며 관객들의 움직임을 유도할 때,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웃는 얼굴로 즐겁게 춤을 추면서 마법과도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오랜 시간 페스티벌에서 뛰어 논 연륜이 느껴졌다. 페스티벌의 황제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관객이 뭘 원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듯 했다. 덕분에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손을 맞대고 눈인사를 하며 군무를 추는, 그야말로 페스티벌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언젠가 친한 친구가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로 소란 팬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단박에 납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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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통해 누구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됐냐고 묻는다면, 주저않고 밴드 '다섯'과 '유다빈밴드'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무대를 본 관객 중, 에너지와 진심을 오롯이 느낀 자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밴드 '다섯'의 경우, 몇 년 전 우연히 음악을 접한 뒤로 종종 듣는 아티스트였던 터라 이번 페스티벌을 기대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런 기대감에 부응이라도 하듯, 멋진 사운드를 들려 주었다. 오프닝부터 클로징까지, 수줍음으로 가득한 40분이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결코 수줍지 않았다. 3번째 곡인 '카멜'부터 몸이 풀린 듯 목소리로 관객을 홀리기 시작했고, 이윽고 네 번째 곡 'It bettter one shot of jameson'을 연달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필드를 '다섯'만의 사운드로 물들였다. 눈앞에서 그들의 공연을 마주하니, 허공으로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은, 마치 민들레 홀씨가 되어 킨텍스 홀 여기저기를 날아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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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빈밴드'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처음 봤는데, 보자마자 사랑스러운 에너지와 음악에 퐁당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래방에 갈 때마다 꼭 부르는 가수 '체리 필터'가 생각나는 무대를 보여줘서 더욱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다. 시원시원한 보컬, 좋은 합을 보여준 밴드 사운드, 솔직 담백하면서도 귀여운 가사, 노래를 부르지 않을 때에는 덕심을 자극하는 보컬 '유다빈'의 말투까지. 왜 대중들이 좋아하는지 이해가는 무대였다. 필자 또한 10분 만에 사랑에 빠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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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필자에게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 아티스트는 다름 아닌 '로맨틱 펀치'. 그들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음악은 이번에 처음으로 접했는데, 특유의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와 끼에 압도되었던 60분이었다. 특히 무대를 휘젓다 못해 관객석에서도 '뛰어 노는' 아티스트는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하면서도 관객의 반응을 잘 이끌어내줘서 참 고맙기도 했다. 사실 페스티벌에 오는 관객들이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일상 속에서의 고민거리나 해야 할 일들을 잊게 만들어 주는 무대를 통해, 오직 음악과 자신만 존재하는 듯한 몰입의 시간 말이다. 아티스트가 홀로 무대를 만들 수 없듯이, 관객도 혼자만의 노력으로 그런 경험을 할 수 없다. 이처럼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미친듯한 에너지로 관객을 몰입의 시간으로 밀어붙여 자신들의 세계로 초대하여 우리가 기꺼이 그들이 만들어둔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무대 말미에는 강렬한 모습 외에도, 자신들이 받은만큼 팬들에게도 사랑을 돌려줄 줄 아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긍정적 에너지와 따뜻한 위로가 공존하는 시간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득 안고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내가 낸 푯값과 할애한 시간의 대가가 이렇게 큰 힘과 응원이었던가 싶을만큼 얼떨떨했다. 음악 뿐만 아니라, 힘이 되는 말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순간들을 짧게나마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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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무대의 서브 헤드라이너였던 다이나믹 듀오의 무대는 '역시나'였다. 오랜 시간 무대에서 놀았고, 대중적인 힙합 아티스트고, 데뷔한 지 오래 됐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수많은 히트곡의 보유자답게, 떼창 또한 어마무시했다. 모두 같은 가사를 따라 부르며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벅참을 한껏 느끼며, 잠시 음악을 자주 듣던 그때로 시간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비교적 최근에 발매한 '북향'부터, 노래방 인기차트에서 수년 째 빠지지 않는 '죽일놈'과 'BAAAM', 그리고 '자니'까지. 친구 같은 곡들을 실시간으로 원곡자와 함께 즐기는 순간은 꿈보다 더 꿈같은 순간이었다. 공연장 바깥의 것들은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말이다. 킨텍스 내 두 개의 홀에 가득 찬 음악, 높이 든 손을 보고 있자니 자유로움과 흥겨움이 절로 느껴졌다.

 

축제에서 신나는 기분과 추억 외에 따스한 마음을 안고 돌아간 건 오랜만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밴드 '오월오일'의 맨트는 마치 라디오 dj가 독자들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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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오월오일' 또한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아티스트였는데, 명성답게 음원보다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팀이라는 것을 살갗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의 호응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뿐만 아니라, 공연은 아티스트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관객과 아티스트 간의 '티키타카'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다 같이 노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형성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아래와 같은 말까지 했으니, 감히 페스티벌에 최적화된 아티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연말 혹은 연초부터 뭔가를 하자고 다짐하면 너무 먼 미래의 얘기 같아요.

그렇다면, 9월부터 하겠다고 다짐을 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1월부터 지금까지, 2025년 좋았던 순간들을 모으고,

오늘 (8월 31일) 좋았던 순간들 잘 간직했다가

이 기분을 잊지 않고 그대로 연말까지 가지고 가면서

새로 다짐한 것들을 해보는 거예요.”

 

- 밴드 '오월오일' 보컬 류지호


 

'숲'으로 유명한 '최유리'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힘들 때면 종종 들었던 아티스트라 그런지, 그녀가 무대에 올라 왔을 때부터 공연하는 내내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감상했다. 중간 중간 멘트하는 그녀에게서 귀여움이 묻어나는 말과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의외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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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유명한 '최유리'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어루만져 주었다. 힘들 때면 종종 들었던 아티스트라 그런지, 그녀가 무대에 올라 왔을 때부터 공연하는 내내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감상했다. 중간 중간 멘트하는 그녀에게서 귀여움이 묻어나는 말과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의외성을 느꼈다. 의외성에서 오는 매력의 힘은 엄청났다. 이후의 무대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정도였으니까. 편도염으로 목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들려주는 잔잔한 발라드는 그녀가 걱정하던 것과는 달리, 신나게 뛰어 놀아서 에너지를 소진한 관객들에게 다시 그것을 채워주는, 일종의 자양강장제와 같은 역할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장르, 세대, 취향을 초월한 공간에서 모두가 하나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 2025. 8월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넘치는 에너지와 무대에 진심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던 순간을 통해 그들로부터 앞으로를 살아갈 힘을 선물 받았다. 메가필드 뮤직 페스티벌이 보여줄 행보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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