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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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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에 끝나는 페스티벌이라니


 

가수 공연에 가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10시에 끝나는 페스티벌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하루 종일 진행되는 페스티벌을 내 기구한 체력으로 버틸 수 있을지, 과연 아침부터 가는 게 맞을지 고민하다가 전날 잠에 들었다. 아침에 싸한 감각으로 눈을 뜨니 오전 11시… 역시나였다. 김승주의 ‘주인공의 법칙’이라는 노래를 라이브로 듣고 싶었는데, 게으름 탓에 듣지 못한 게 아쉬워 가는 길에 노래를 들었다. 어쨌든 여차저차 준비를 마친 뒤 킨텍스에 도착하자 유다빈밴드의 ‘letter’이 공연장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단 있는 보컬이 복도에서 들리니 한시라도 빨리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가방 검사를 받다가 포카리를 압수당한 뒤 들어간 공연장 안은 생각보다 시원했다. 아무리 실내 공연장이 넓다고 한들 많은 인원의 에너지와 호흡을 담아내다 보면 더울 법도 한데,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전까지는 제법 춥게도 느껴졌다. 어느 정도로 쾌적했냐면, 다이나믹 듀오의 차례에서는 개코가 “계속 실외 공연에서 너무 힘들게 하다가 실내에서 하니까 살맛 나네요”라는 멘트를 치기도 했다. 다만 공연 중간중간 영화 ‘미스트’마냥 끝없이 나오는 스모그 탓에 목이 조금 따가웠다.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공연장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한 가수의 공연이 끝나기 5분 전부터 커튼으로 가려진 무대 뒤로 다음 공연을 준비하는 실루엣이 보였다. 자신의 구역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가수들도 있었고, 반대로 ‘로맨틱펀치’나 ‘다이나믹 듀오’처럼 두 구역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는 가수들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구역에서 공연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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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거의 단독콘서트 급이네


 

처음부터 스탠딩석에서 몇 시간을 있을 자신은 없었기에 초반에는 의자석에 앉아 있었다. 푸드트럭도 다녀오고, 음료수를 사서 ‘소란’의 공연을 관람했다. 메가필드에서 처음 접한 밴드였는데, 1시간 동안 이어지는 공연에서 전혀 지친 기색 없이 노래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계속되는 밝은 노래들의 텐션은 전혀 떨어지는 기색이 없었고, 특히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에서 역량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해당 소란이라는 밴드의 팬도 있었을 것이고, 처음 보는 관객도 있었을 건데 긴장한 모습 없이 스탠딩석, 저 뒤에 있는 의자석, 심지어는 돗자리석까지 전부 언급하며 무대에 함께하기를 독려하는 모습이 아, 이 밴드는 정말 관객이 무대와 함께하기를 바라는구나! 라고 느껴졌다. 거의 단독콘서트를 빙자하는 시간이었다.


소란뿐만 아니라 다른 가수들도 짧게는 40분, 길게는 1시간을 노래하다 보니 단독콘서트를 온 것 같이 느껴졌다. 메가필드페스티벌의 매력은 여기에 있었다. 밴드 너드커넥션이 언급했듯 “감질나게 한두 곡 하는 게 아니라” 거의 한 시간을 노래하니 여한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정말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앉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어딜 앉아도 시야가 좋았던 탓에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공연장을 즐겼다.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의 공연 시간에는 조금 신기했다. 평소 웹드라마 ‘짧은 대본’을 즐겨보는데, 종종 최유리의 ‘숲’이라는 노래와 ‘잘 지내자, 우리’라는 노래가 BGM으로 깔려있어 조금은 친숙한 가수였다. 라이브로 듣는 최유리의 노래는 안개가 끼인 숲에 둘러싸여 노래를 듣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음향상 문제가 있었는지 해당 노래의 후렴을 다시 불러주었는데, 라이브 공연의 묘미가 느껴져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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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노래는 무조건 스탠딩석에서 듣겠다! 라는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로맨틱 펀치의 순서부터는 다시 스탠딩존으로 갔다. 로맨틱 펀치의 공연은 그들의 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와는 관계없이 공연장 모두를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몽유병으로 시작해 미드나잇 신데렐라, 다정한 혁명, 파이트 클럽으로 이어지는 동안 보컬 배인혁은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고(정말 높게 뛰었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옆에 서있는 관객들 쪽으로 뛰어가 노래하고, 마지막쯤에는 아예 관객석 안으로 뛰어 들어와 팬들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끌어안았다. 내 주변을 헤쳐나가다가 내 팔을 한번 잡고 가셨는데,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깜짝 놀라고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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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쏜애플! 평소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고, 특히 ‘시퍼런 봄’의 가사를 좋아해서 꼭 라이브로 들어보고 싶었다. 기대를 품고 스탠딩석에 갔고, 무대가 어두워지고 ‘마술’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주변에 쏜애플의 팬이 많았는지 다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합을 맞춘 듯 똑같이 응원을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에너지가 공연장에 가득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 곡 ‘시퍼런 봄’을 할 때에는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페스티벌에 몰입하며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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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장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와 노래들이 혼합하여 하루를 꽉 채우는 메가필드페스티벌. '장르, 세대, 취향을 초월 음악으로 연결되는 열린 공간'이라는 기획은 성공적이었다. 왠지 이날의 기억이 내가 ‘멈추지 말고 몸부림치며 기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만 같다.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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