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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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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아트뮤지엄에서 개최한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19세기 컬렉션: 나폴리를 거닐다'에 다녀왔다. 마이아트뮤지엄에 방문한 것은 일전에 '알폰스 무하전'을 관람한 이후로 이번이 2번째였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사설 박물관이 이 정도의 짜임새 있는 구조의 전시를 유치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이탈리아 원화전은, 본격화된 산업혁명과 평민층의 부각으로 인해 인간사가 격변하던 19세기 이탈리아의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담아낸 아름다운 나폴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익히 알려진 작가들보다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가들이 더 많아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시였음에도, '19세기 나폴리'라는 매력적인 키워드 하에 모든 작품이 유기적이고 아름답게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다.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나폴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전시를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여성상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흐름은,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오자 기존의 귀족과 서민으로 엄격히 양분화되던 계층이, 산업화로 늘어난 중산층의 대두로 인해 무너지며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여성상'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전시의 가장 초입에는 기존의 귀족 계층 여성들을 담아낸 초상화가 몇 점 걸려있으며, 그 이후부터는 바로 새롭게 등장한 여성상을 담아낸 서민 여성들의 회화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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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하워드 호지스 - 「헨드릭 도에프의 아내 초상」 (1817 - 1822)

 

 

귀족 여성을 담아낸 그림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은 그들의 화려한 레이스 장식이 달린 복식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표정이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기품 있고 근엄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친근함의 표시가 되는 미소가 아닌, 높은 신분의 기품을 드러내는 웃음은 관람자마저도 그들에게 예의를 다해 인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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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펜함 헤이 - 「농민여성」 (1872)

 

 

그에 반해 서민 여성을 그린 제인 펜함 헤이의 「농민여성」 속 인물의 표정에서는 '강인함'이 돋보인다. 진지함을 지녔다는 점에서는 결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위엄을 나타내는 눈빛과 생활의 강인함을 나타내는 눈빛에는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능동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던 당시 서민 여성들은 '가정의 여왕', '자녀 교육' '사교계의 세련된 인물'들로 대표되는 등, 강인함의 표본이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이번 전시의 여러 섹션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렀던 곳은 오리엔탈리즘 회화가 전시되어 있던 '동방의 매력' 섹션이었다.

 

우선 오리엔탈리즘이란 무엇이냐 하면,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회화의 한 양식으로, 동양에 대한 낭만화된 이미지를 강렬하게 담아낸다. 주로 이슬람 문화, 고대 유적, 하렘 등의 소재를 다루었다. 이 소재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리엔탈리즘 화가들은 고전 속의 이야기를 대담하고 매혹적인 여성들의 형상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동방의 매력' 섹션에서는 이탈리아에까지 닿은 오리엔탈리즘이 낳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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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첸조 부시올라노 - 「가엾은 사포」 (1876)

 

 

고대 그리스의 여류 시인 사포를 중심으로 한 신화를 주제로 오리엔탈리즘적 분위기와 양식으로 풀어낸 「가엾은 사포」는 한눈에 눈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작품의 깊은 인상으로 인해 '사포'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찾아보자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사포는 역사상 최초의 여류 시인으로 플라톤이 그녀를 '열 번째 뮤즈'라고 칭했을 만큼 훌륭했다고 한다. 워낙 고대의 인물이기에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설은 사실 여부의 확인이 어렵지만, 위 그림은 그녀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비관 끝에 절벽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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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페트로니 - 「여인상 / 원해요!」 (1888)

 

 

안드레아 페트로니의 「여인상 / 원해요!」는 제목에서 보이는 대담함과 그림 속 여성의 자세와 눈빛에서 느껴지듯이, 낭만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관능적으로 담아내는 오리엔탈리즘 회화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그림 속 여성은 화가의 뮤즈였던 여성으로 안드레아 페트로니의 또 다른 작품인 「나의 모델」에서 그녀를 다시 한번 찾아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여성 특유의 외모가 매력적인 동시에 화가의 모델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 두 작품 모두 참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나폴리의 아름다움


 

전시의 가장 마지막 챕터였던 〈빛이 있었고, 삶이 있던 곳〉에서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나폴리의 정체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작품은 에토레 체르코네의 「토레 안눈치아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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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레 체르코네 - 「토레 안눈치아다」 (around 1881)

 

 

이 그림은 처음 바라보았을 때는 푸른 바다와 이탈리아의 분위기가 느껴졌고,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서민들의 일상과 노동의 현장이 보였으며, 세 번째로 보았을 때는 가운데 뒤편의 '베수비오 화산'이 시선을 빼앗았다. 어느 포인트에 집중하여 감상할지에 따라서 작품에서 느껴지는 바가 달라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특히 베수비오 화산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폼페이를 집어삼킨 무시무시한 화산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활화산인 베수비오 화산은 나폴리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탓에 나폴리의 그 어느 곳에서라도 우뚝 솟아 있는 베수비오 화산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나폴리의 상징과도 같은 베수비오를 그려 넣었기에, 이 그림이 이번 전시를 통틀어 가장 나폴리를 제대로 담아낸 그림이라고 느껴졌다.

 

이번 이탈리아 국립 카포디몬테 미술관 19세기 컬렉션 전시는 19세기 나폴리 화가들의 회화 속의 변화하는 여성상·예술 사조·삶의 양식을 완성도 있는 흐름으로 담아내어 관람객들에게 마치 나폴리를 거니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혹여나 익히 아는 화가의 작품이 없다 해도, 나폴리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기에 이탈리아만의 정취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꼭 관람해 보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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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모순이다. 그를 담아내는 것이 곧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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