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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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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소울메이트를 만난다는 건 엄청난 확률이고 행운이다. 홀로 있을 때의 결점은 상대를 만나고 나서부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신비한 에너지로 탈바꿈된다. 영혼의 동반자 개념은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입장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그 이전의 삶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각별하다. 옆구리에 바싹 붙어 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은 할도리를 다한 것이다. 무조건적 사랑이 가능함을 배운 것도 다 나의 털북숭이 소울메이트들 덕분이다.


며칠 전 6월 6일은 내 마음 속 소중한 반려드래곤이 새단장을 하고 전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개봉일에 맞춰 바둑이처럼 달려갔다. 원작인 2010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땐 인간과 드래곤의 참신한 우정 이야기 같았는데 지금은 인정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로 들린다. 들여다볼수록 어른들을 위한 영화 같다.


기존의 팬들에게는 선물처럼 다가오고 처음보는 관객에게는 확실한 입덕의 계기가 될 2025 드래곤 길들이기! 원작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구현해 낸 이번 실사화 작품이 또 한번 새롭게 우리 곁에 나타났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할 액션·모험·판타지 영화! 다양한 스펙트럼의 감동이 준비되어 있다. 안 본 눈이 제일 부러울 뿐이다. 어서들 보시길 바란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매력적인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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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 줄거리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는 바이킹의 후예인 ‘히컵’과 전설 속의 드래곤 ‘투슬리스’가 만나 둘도 없는 소울메이트가 되어 자신들을 향한 선입견에 당당히 맞서는 이야기다.

 

드래곤 죽이기를 최고 명예로운 일로 여기며 사는 바이킹들의 섬 버크. 주인공 히컵이 사는 곳이자 오랜 시간 동안 드래곤과 전쟁 중인 곳이기도 하다. 툭하면 식량을 훔쳐가고 마을을 불바다로 만드는 드래곤은 바이킹들에게 그저 처단 대상일 뿐이다. 히컵의 아버지이자 마을 족장인 스토이크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드래곤들의 아지트를 찾아내려 항상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


히컵은 용맹한 바이킹을 꿈꾸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은 바이킹 재목이 영 아닌 것 같다. 직접 만든 무기를 공중에 날리다 얼떨결에 미지의 드래곤인 나이트퓨리를 잡게 된 히컵. 정녕 이 희귀 드래곤을 처단한 최초의 바이킹이 되는 것인가, 하고 설레는 것도 잠시 마음 약한 우리 딸꾹질씨는 나이트퓨리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고 결국 살려 주기를 택한다.


그날 이후로 히컵은 몰래 나이트퓨리를 만나며 정을 붙이고 점점 가까워진다. 나이트퓨리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드래곤의 특성을 파악하다가 이가 안 보여서 투슬리스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하고, 스킨십에 익숙해질 무렵 투슬리스의 등에 올라타 함께 비행 연습을 하기도 한다. 투슬리스와 비행 중 우연히 발견한 어느 섬에서 바이킹들이 애타게 찾고 있던 드래곤들의 아지트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최상위 포식자였던 거대 드래곤을 만나게 된다.


드래곤을 죽이는 최종 시험대에서 자기의 방식대로 길들이는 걸 직접 보이려다 아버지의 시험 중단 요청으로 되려 위험에 빠진 히컵. 파트너를 구하러온 투슬리스는 바이킹들에게 잡혀 버리고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히컵에게서 들은 드래곤들의 아지트로 향하는 바이킹 무리. 거대 드래곤의 공격으로 위기를 겪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아들인 히컵이 친구들과 함께 드래곤을 타고 거대 드래곤과 맞서는 모습을 보며 스토이크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투슬리스를 다시 구해 준다. 히컵과 투슬리스는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거대 드래곤을 상대한다. 이 둘이 선사하는 감동적인 엔딩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2. 배척에서 공존으로


표면적으로는 히컵과 투슬리스의 우정 스토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공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에 대하여 작품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예로부터 드래곤을 배척하고 제거해 왔기에 지금도 그렇게 행한다는 답습을 시원하게 깨부순 히컵으로 인해 혐오와 미움으로 얼룩진 전장은 모든 이들을 품는 포용의 장으로 한 번 더 거듭난다. 공존하기를 택한 히컵의 태도를 우리 사회에 당장 빗대어 보아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3. 있는 그대로의 나

 

주인공 히컵은 바이킹족 특유의 호기로움과 용맹함은 부족하지만 섬세함과 내면의 단단함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삶은 바이킹과 드래곤이 공생하는 삶이었다. 초반에는 스스로의 나약함에 자주 실망하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나씩 행동하며 결국은 자기 자신이기를 선택하는 히컵이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새로운 버크 섬을 만들어 낸 주인공을 바라보며 내가 나로 존재할 때가 가장 빛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실사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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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원작을 실사화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보다 사실 우려가 앞선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 내지 과하게 앞서간 도전 정신은 때로 원작 고유의 장점을 해치기도 한다. 심지어 실사화 작품과 원작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괴리감을 낳기도 한다. 원작에서 받았던 소중한 감동마저 바사삭 파괴돼 버렸다는 타 실사화 작품 팬들의 웃픈 소감도 익히 알고 있다. 그게 다 실사화 영화에 하도 데인 사람이 많아서다. 개봉이라는 반가움을 뒤로 하고 자동으로 걱정이 먼저 나가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실사화 영화에 대한 반응 추세가 그렇다.

  

최애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실사화된다고 했을 때 나 역시도 그랬다. 2010 버전을 워낙 재밌게 본 터라 2025 버전이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원작의 명성에 부디 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으니까. 일단 반반의 마음으로 2025 작품을 감상했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관람을 추천드린다 말하고 싶다. 그런 우려는 넣어 두셔라 이 말도 함께 하고 싶다. 이번 2025 실사화 작품은 원작에 거의 충실했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과하거나 모자람 없이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게 잘 구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둘 사이에서 완급 조절을 잘한 듯 하다. 과하게 바뀐 부분이 없었고 비슷하되 더 매력적으로 구현된 느낌이었다. 원작을 지키는 선에서 모자라지도 않았고 넘치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드래곤 길들이기 작품은 모범적인 실사화 예시작으로 길이 남을 것 같다.


‘실사화는 이렇게 하는 거란다?’ 하고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드길팬으로서 자랑스러웠다.




IMAX 관람을 추천하는 이유


 

*IMAX(Image MAXimum, 이미지의 최대를 볼 수 있는)

 

IMAX는 영화 포맷의 하나로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의 한계치까지 보여주는, 고해상도의 영상 기술이다. 압도적인 화질을 제공하는 초대형 스크린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높은 해상도를 통해 매우 선명한 영상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이 배가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IMAX에서는 앞열이 좀 더 명당이라고 생각한다. C열 중앙에서 살짝 왼쪽 편에 앉았는데 시야에 영상이 꽉 들어차도록 보는 것이 좋았다. 너무 가까이에서 보는 게 버거우신 분들은 조금 뒤에서 보셔도 괜찮을 것 같다. 모험·판타지·액션답게 속도감 있고 웅장한 씬들이 많다. IMAX에서 작품을 더 압도적으로 느껴보시길 바란다.




2025 실사화 드래곤 길들이기의 관전 포인트




 

 

 

이번 실사화 버전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우선 기존 팬들에게는 원작에 대한 향수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과거와 현재 작품 사이에서 미묘하게 달라진 차이점들을 찾게 만들 것이다. 처음 보는 관객에게는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실사는 실사대로 첫 감동을 선사할 거다.

 

원작의 선을 충실하게 지킨 작품이기에 아는 사람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2010 작품이 이미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만의 고유한 매력을 최대치로 뽑아낸 이번 작품을 보러가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어떠한 생명력에 대한 이미지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1. 짜릿함 두 배! 창공을 가르는 테스트 비행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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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컵과 투슬리스의 첫 테스트 비행씬이 있다. 2010 애니메이션에서도 박진감 넘쳤던 부분이었는데 실사 버전에서는 더 리얼하게 구현되었다. 창공을 가르는 투슬리스와 히컵의 쾌속 비행을 보고 있으면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이 시원하다. 바람을 가르고 같이 하늘 속을 누비는 것처럼 상쾌해진다. 원작에서보다 짜릿함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처음 봤을 때 박진감에 넋 놓고 봤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최애 장면인데 실사 버전으로 다시금 접하면서 더 좋아졌다.



2.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섬세한 드래곤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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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화한 다양한 드래곤을 보는 시각적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각각의 드래곤 특징을 너무나 잘 살려내서 여러 종류의 드래곤을 구경하는 맛이 있다. 원작에서보다 더 야생의 느낌이 느껴져서 좋았다. 미지의 세상 속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것만 같다. 드래곤 특유의 눈 표현, 피부 표현이 실사판에서 더 생생하게 구현됐다.


개중에도 더 눈길이 가는 건 당연 투슬리스다. 투슬리스가 살아있다면 실제로 이런 느낌이겠지? 싶을 만큼 시각적인 만족도가 높았다. 혹여나 너무 징그럽거나 과하게 묘사될까 봐 염려했었는데 적절한 선에서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딱 바라던 만큼의 섬세한 표현이었다. 호기심으로 일렁이는 고양이 같은 눈망울에 검은 피부에 숨겨진 특유의 비늘 결까지. 투슬리스의 움직임에 활력이 넘쳐 보이는 건 괜한 기분 탓이 아니다.



3.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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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캐릭터들과 배우 캐스팅의 싱크로율을 따져 보는 재미도 클 것이다. 어쩜 그렇게 찰떡으로 배우들을 캐스팅 한 건지 보면서 참 신기했다. 2010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과 거의 도플갱어 수준이다(보면 정말 그렇다. 아스트리드 배역을 놓고 캐스팅 논란이 좀 있어 보이는데 이해는 한다만, 그게 영화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배우들이 캐릭터 고유의 성격을 아주 맛깔나게 잘 살려 연기해 줘서 보는 데 몰입이 잘됐다.



4. 더 웅장해진 드래곤들의 전투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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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드래곤 전투씬은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긴장감을 자아냈다고 생각한다. 끝판왕처럼 나오는 거대 드래곤이 기대 이상으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워서 싸우는 장면들이 더 웅장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다. 박진감 넘쳤던 전투의 결말 역시 영화에서 확인 가능하다. 손에 꼽는 완벽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탄탄한 원작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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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작품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항상 좋은 원작이 있다. 2010 드래곤 길들이기 애니메이션 자체가 워낙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사화된 모든 장면들까지 더욱 실감나고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독보적인 영상미, 들을 때마다 울컥하는 BGM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균형감을 자랑하는 작품이 있었기에 훌륭한 실사화 영화로 이어졌다고 본다. 보는 사람들도 다 느꼈을 거다. 작품 관계자들이 이번 2025 실사 영화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전력을 다했는지 말이다. 드림웍스의 첫 실사화 영화에 심혈을 기울여 줘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좋은 건 언제 봐도 좋다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시대를 타지 않는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15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일 거다. 아이들에겐 공룡백과사전보다 더 재밌는 드래곤 도감이자 우정 지침서요, 어른들에겐 쉬어 가는 판타지 월드이자 인류애 충전소일 테니.


세계관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머금고 있는 의미가 좋다. 곱씹을수록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성숙하다. 개인의 결함과 결핍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소울메이트인 히컵과 투슬리스가 서로를 채우며 점점 더 완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질 것이다. 너무나 소중한 이 성장 서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길 바란다. 다 같이 나눌 때 분명 더 좋은 영화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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