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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잠이 오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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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에 아무 생각 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불이 다 꺼지지 않은 아파트의 모습, 그 불빛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과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몇몇은 각자의 이야기를 함께 사는 가족 또는 친구들과 풀거나, 몇몇은 '휴대폰'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며, 또 몇몇은 노트북과 TV를 통해 예능과 영화, 드라마를 보며 각자의 도파민을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시간, 항상 똑같은 일상이라고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무언가는 계속 바뀌고 있음을 경험한다.

 

감정 상태, 건강 상태, 수염의 길이, 머리카락의 길이와 같이 자연스럽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변화들.

 

아빠가 켠 TV뉴스 속에서 흘러나온 하나의 단어가 머릿속에 박히는 순간, 오늘 외운 100개의 영어단어 중 완벽하게 외운 50개의 단어, 누군가와의 대화 중 생긴 나만의 말버릇과 같은 인공적인 변화들.

 

항상 '변화'하는 삶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지금의 내가 느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진부한 삶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머리카락이나 수염의 길이 변화보다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지만 어쨌든 우리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직 모르는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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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삶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 흔히 '배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수학과 영어같은 공부, 학습의 배움을 떠올리지만 생존에 필요한 배움, 어쩌면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들(걸음, 달리기, 씹기, 말하기 등)을 우리는 배우고 학습해왔다.

 

어른이라는 나이가 됐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며, 괴로워하는 이들이 참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20살이라는 나이를 맞닥뜨렸을 때, '이 세상에 어려운 것은 없다!', '나는 무슨 일이든 잘 할거야!'라는 뜨거운 자신감이 나의 마음을 감쌌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시험을 보고, 전공을 선택하고, 군대를 가며 이 자신감에는 그 어떠한 근거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무지에 대해 점점 납득하게 되었다.

 

 

 

 

납득의 시간을 함께한, 그리고 나의 무지는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고맙고 소중한 곡을 오늘 소개해볼까 한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 다 같은 아마추어야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는 그 누구보다 갓난아이와 같다.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음으로써 내 책임을 보호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울타리 속에서 살아왔던 학생의 시절을 지나 모든 선택의 책임을 본인이 스스로 져야 하는 사회인의 세계,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인 우리들은 모두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직장 상사, 부모님, 학교 선배 등 먼저 사회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그렇게 사회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의 사회와 나의 사회는 완벽히 다르다.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며, 결국 그들의 책임과 나의 책임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가르침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 성장하는 것이 이 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부딪히는 것이 아프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막막하며, 지금 이 순간의 어둠이 두려워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길을 찾아 내 꿈을 찾아서

나의 길을 가면 언젠가

꿈이 나를 기다리겠지

 

계속 헤매고, 부딪히고, 상처 입어 무너지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 자리에는 굳은살이 박힌다.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는 동안 나의 굳은살의 두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았다.

 

'쳇, 아직 택도 없다.'

 

그동안 수많은 돌부리들과 구덩이, 가시나무들을 피했던 순간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자랑스러워할 순간은 아닌 듯 하다. 그동안 피했던 장애물들의 수만큼 나의 굳은살의 두께는 얇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회에서의 승리와 생존은 굳은살의 두께가 정해준다고 생각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제는 좀 부딪히고 찢어지며, 발버둥치고자 한다.


많은 혼란과 어려움, 성장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의 수많은 아마추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굳은살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 즉 성장의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당신들이 참 존경스럽다.

 

성장의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 그는 곧 이 세상을 끝까지 벼텨낼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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