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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퍼포먼스 <아리아라리>가 4월 25일(금)과 26일(토),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서울 귀환 공연을 진행했다.

 

<아리아라리>는 정선아리랑의 설화를 바탕으로 전통음악, 무용, 서사극, 영상이 결합한 복합 예술 퍼포먼스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하나로 초연되었으며, 한국 전통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고유한 색채로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이할꼬, 우리는 그저 아리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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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경복궁 중수를 위해 강원도 정선의 우수한 소나무를 한양으로 보내라는 어명이 떨어진다. 정선 최고의 나무꾼 기목은 사랑하는 아내 정선과 딸 아리를 뒤로 한 채, 뗏목을 몰고 한양으로 떠난다. 뛰어난 실력으로 기목은 돈을 많이 벌었으나, 경복궁 완공 축하 잔치에서 함정에 빠져 노름으로 모든 돈을 잃고 만다.

 

한편 기목이 떠난 후 기목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가족은 장돌뱅이에게 기목을 똑 닮은 자를 한양에서 만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어느새 소녀로 성장한 아리는 아버지를 찾겠다 한양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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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 초반의 정겨운 정선아리랑의 가락, 우렁찬 작업 소리를 지나 기목이 기생의 꾐에 빠져 전 재산을 잃는 장면은 보는 관객 입장에서 곡소리가 절로 나올 대목이다. 저런 ‘바보 같은 목수’가 다 있는지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어여쁜 아내 정선은 청상과부가 되고, 아리는 아버지 한 번 제대로 만나보지 못하고, 노모는 아들을 앞세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아야 했던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변 관객들도 기목의 선택에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며 꾸짖는 추임새를 넣었다. 북적북적한 관객의 태도는 뮤지컬퍼포먼스가 된 <아리아라리>를 완성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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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리랑이 필요한 것이다.

 

기막힌 일은 언제나 일어나고, 그것과 상관없이 우리는 살아간다. 뗏목 타고 가다가 용왕님께 잡혀가지 않을지, 목수 일을 하다 다치지는 않을지는 걱정했어도, 기생에게 잡혀 홀랑 기억마저 잃어버릴 줄은 모르는 것이 인생 아닌가.

 

아귀가 안 맞아도 일단은 계속 그 위에서 살아야 하니 그저 아리랑을 부르는 것이다. 한편, 아리는 한양에 가 자신에게 아버지가 지어 불러주었던 정선 아리랑을 통해 아버지를 찾게 되는데, 이 역시 아리랑의 힘일 것이다.

 

기뻐도 슬퍼도 무너진 대로 버티는 사람들의 힘을 우리는 아리랑에서 발견한다.


 

 

뮤지컬퍼포먼스로 만나는 <아리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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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아리랑의 정신을 뮤지컬퍼포먼스로 구성했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공연을 보기 이전, ‘뮤지컬이면 뮤지컬이지, 왜 뮤지컬퍼포먼스라 규정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공연을 보니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이건 마당극이구나. 무대가 있고 객석이 있어도, 사람들은 일어나 춤을 춰도 되고 추임새를 넣어도 되니 이건 마당극인 것이다. 덧붙여 화려한 무용과 기예가 혼합된 종합 예술인 <아리아리랑>은 단지 뮤지컬만이 아니었다.

 

기목이라는 인물은 참 답답하고 불쌍하기도 한데, ‘정선’과 ‘아리’가 있어 얼굴에 웃음을 되찾는다. 우리가 아는 아리랑이, 뮤지컬 퍼포먼스라는 형식과 함께하며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동시에 전통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립국악원은 정말 좋은 곳이다


 

글을 마치기 이전에, 뮤지컬퍼포먼스 <아리아라리>가 공연된 국립국악원에 대하여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말하고 싶었다.

 

국립국악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립예술기관으로, 예술의전당에 위치해있다. 국내 최고의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의 아름다운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문화 공간이 몇 있으나, 그중에서도 국립국악원은 나에게 특별하다. 수능이 끝나고 여러 공연을 기웃거리다 국립국악원에도 발을 들였는데,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공연의 수준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있었다. 문화예술을 왜 국가와 사회가 지원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느꼈던 경험이었다.


이렇게 좋은 공연을 부담 없이-유일한 부담이라면 남부터미널역에서 국립국악원까지의 오르막일 것이다- 즐길 수 있다니! 국립, 시립, 구립, 여러 민간 예술 공연 공간을 가봤지만, 국악원처럼 훌륭한 곳은 많지 않다. 정통 제례악 공연이 있을 때는, 해설사 선생님이 등장해 각 악기와 식순에 대한 설명이 있고, 생일잔치를 구현한 공연에서는 정말 생일 떡을 나눠주기도 한다. 국립국악원이 무엇을 나누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나는 생각한다.

 

전통을 지키기도 하지만, 마음대로 해체해 보기도 하는 곳이다. 결국 그 둘은 같은 곳을 향한다. 국악은 결국 클래식이고, 서양의 클래식보다 대중에게 멀게 느껴지는 국악을 더 많은 이들 곁으로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공간이다.

 

더 다양한 이들이 부담 없이 방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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