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면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점심을 먹고 식곤증이 올 때면 한 잔 더 마시기도 한다. 건강을 생각해 가급적 커피는 하루에 한 잔으로 제한하려 애쓰는 중이다. 이럴 때 늘 마시는 것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눈이 떠지고 소화를 촉진하는 음료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주기적으로 예쁜 카페를 찾는다. 크림이 잔뜩 올라간 라테나 예쁜 케이크를 시키고 시간을 미적미적 보낸다. 이때 마시는 커피는 그냥 음료이기만 하지 않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는 이 주기적 행사를 ‘카페 놀이’라 칭하는데, 볕 잘 들고 예쁜 개인 카페에 가서 밥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으며 쉬는 것이다. 눈을 뜨기 위해 마시는 아아만큼이나 카페 놀이는 나에게 필수재라 할 수 있다.
카페 놀이는 혼자 해도 좋지만, 다른 이와 함께 하기도 좋은 놀이이다. 이번에 피드백 모임에 함께 참여한 분들은 모두 서울 시내에서도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분들이었는데 덕분에 동네 구석구석 예쁜 카페와 식당에서 모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왜 피드백 모임에 참여할까? 나는 이번이 세 번째 모임이었는데, 매번 큰 계산 없이 신청했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이렇게 모여서 예쁜 카페 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그것이 계산이라면 계산일 것이다. 나름의 모임 방법을 정하고, 책과 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옆으로 새는 이야기에 시간은 더 많이 할애했다. 그러기 위해 만난 거니까.
시간이 나는 대로 연극을 본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는다. 의미는 없고 그냥 시간을 보내려고, 그리고 그래왔으니까. 또 한편으로는 종종 마주했던 우주적 경험을 다시 마주칠까 하고 그런 것들에 시간을 쓴다. 세상은 내가 보는 것들에 당연히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아무 의미 없이, 기대 없이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이게 왜 좋은지, 왜 나쁜지, 구체적이고 앞뒤 없이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잘 조절하지 못한다. 친절한 나의 친구들은 나의 헛소리에 관심 두고 공감도 해주지만, 이것도 맨날 하면 친구들이 재미없어할 것을 안다. 남들을 재미없게 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경험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속으로만 삼키기에는 재미있는 것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번 피드백 모임에서는 유독 같이 본 공연이나 유행하는 영화, 혹은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듯하다. 피드백 모임으로 내가 모르던 것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롭지만 같은 관심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특히, 같은 시기 함께 향유한 작품들, 이를테면 구미식과 적벽, 라이카에 대하여 말할 수 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내가 왜 이 작품이 좋은지, 혹은 무엇이 아쉬웠는지, 그래서 나에게 이 작품은 어떠한지…. 남들은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하여 한바탕 수다를 떨고 나면 내가 갖는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또 다른 차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소통은 어렵다. 우리가 통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으로 또 묵시적으로 갖추어야 할 합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합의를 전제한다. 우리는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만나는 피드백 모임은 이런 합의를 좀 더 수월하게 해준다. 이러한 기회에 편승하고자 하는 것이 욕심이 아니길. 우리는 쓸데없고 남들은 관심 없는 이야기를 주야장천하고, 그것은 분명히 무엇을 남긴다. 이 시간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줄까?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