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기다려지는 게 있다. 벚꽃이다.
3월 말, 4월 초 치고는 꽤 스산했던 날들을 보내고, 벚꽃이 제각기 다른 시기에 찾아오기를 일주일 남짓. 이번 벚꽃을 보면서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었다.
하나는 벚꽃과 SNS다. '아마도 SNS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계절적 요소는 첫눈과 벚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 오가는 길목의 벚꽃을 올렸다. 벚꽃을 보고 함박웃음 짓거나, 감상에 젖거나. 반갑고 설렜을 그 순간들이 모여서 또 휴대폰에도 또 다른 봄이 만개했다.
누군가 그랬다. 벚꽃은 명소에서 보는 것 보다도 오가는 길목, 집 앞에 있는 것이 가장 예쁘다고. 시시각각 변하는 햇빛과 하늘빛에 조금씩 달라지는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동감하는 바이지만, 유독 우리 집 앞 벚꽃은 꾸물거리는 통에 내심 서운할 무렵이었다. 그런데 그 시차를 SNS에서 보는 벚꽃이 조금이나마 달래줬다.
또 한 가지는 '철쭉'이다. 조금 뜬금없이 보이기도 하지만, 철쭉은 봄의 대표적인 꽃이 아니던가. 벚꽃에 한 눈이 팔려서 사진을 여러 장 찍다가, 화단에 봉우리진 철쭉을 봤다.
아직 하나도 피지 않았지만, 무슨 색의 꽃이 필지는 알 수 있을 만큼의 '미리보기'를 걸어두고 묵묵히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인 것처럼 보였다. 다들(그리고 나도) 벚꽃에 열정적 일동안 그동안 철쭉은 나중의 봄 잔치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고 나니 다른 봄꽃들에도 눈이 갔다. 산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렸던 진달래, 이어받아 노란 물들인 개나리. 또,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민들레도.
진달래, 개나리, 민들레, 그리고 철쭉은 벚꽃이 지고 나서도 우리의 봄을 유지해 줄 든든한 지원군 같기도, 소소한 위로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벚꽃이 다 지고 나서도 주위를 둘러보면 봄은 남아있다. 우리의 봄은 그렇게 짧지 않다.
해를 많이 받아 일찍이 만개했던 벚나무에서는 벌써 꽃잎이 나리고 있다.
'아이고 가지 마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매년 벚꽃을 보낼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올해 많은 사람들 덕분에 유난히 더 다양한 모습의 벚꽃을 일찍이, '길게' 본 것에 만족한다. 또, 진달래와 개나리, 민들레, 앞으로 쨍쨍하게 필 철쭉이 있기에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쿨하게 인사하고 싶다.
'떨어지는 벚꽃잎도 엔딩이 아닌 봄의 시작이듯'이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벚꽃은 이제 봄의 시작에 불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