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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꿈도 꾸지 말고 잘자’


언제부턴가 누군가의 숙면을 빌어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특히, 내가 불면에 시달리기 시작하면서 더더욱.

 

잠을 푹 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깨달으면서부터 하루의 마지막 인사로 이 말을 덧붙이고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 불면은 꽤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히는 중이다. 짙은 어둠 사이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상념은 떨쳐내려고 몸부림쳐봐도 사라지지 않는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처럼 나를 짓누른다. 커피도 끊어보고, 운동량도 늘려보고, 잠에 좋다는 차도 마셔보고, 복식 호흡도 해봤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나 같은 경험을 했으리라 믿는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당신에게, 오늘만큼은 편안한 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 몇 곡을 추천해 볼까 한다.

 

 

 

무릎 - 아이유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할 일이 남은 것도, 기다릴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만 잠에 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하루를 마음 편히 보내주지 못할 미련이라도 남은 것일까.

 

밖에서 여러 사람과 부딪히다 집에 들어오면 문득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몰려오는 순간이 있다. ‘무릎’의 가사는 이 모든 공허함과 불안함을 끌어안는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가만히 눈을 감고 가사를 듣다 보면 그리운 어린 시절의 장면이 그려진다. 엄마, 아빠, 혹은 할머니의 무릎에 기대어 쓰다듬을 받으며 스르륵 잠이 들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등대 -  하현상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오던 날 바다에서 든 생각을 담았다는 곡 소개처럼 가사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밤바다를 마주 보고 서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바다보다는 겨울 바다가 떠오르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어수룩하게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바다 저 멀리에서 등대 불빛이 반짝이는 장면을 가만히 상상하다 보면 어느샌가 눈을 감고 고른 숨을 뱉고 있게 될 것이다.


어느 새벽달이 지나가네

난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나

파도에 소리쳐봐도 들리지 않으니

그렇게 억지라도 웃어 보이는 건

내일이 있어서야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하염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없어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먼바다 너머 등대가 비추는 한 줄기 희망은 또 한 번 내일을 살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등대’ 같은 존재가 우리 모두에게 하나씩은 꼭 있을 것이다.

 

언제나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나를 보듬어주는 이 등대의 존재가 작은 위로가 되는 밤이길 바란다.

 

 

 

잘 자라 내 사람아 - 영케이 (YoungK)


 

 

 

누웠나요

불은 껐나요

이제 눈을 감아요


숨을 깊게

내쉬며 몸에

힘은 전부 풀어요


가만히 누워서 노래 가사대로 따라 하다 보면 서서히 몸의 긴장이 풀려감을 느낄 수 있다. 미니멀한 통기타 소리와 나른한 듯 포근한 목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말똥했던 눈이 스르륵 감긴다.


좋은 생각보다

아무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꿈을 꿨어도

기억은 하지 못하길 바라요


잘 자라 내 사람아

이 노래의 끝을 네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진 채로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하길

 

이 노래 후렴을 딱 듣는 순간 익숙한 자장가가 생각날 것이다. 모두가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로 시작하는 바로 그 자장가와 유사한 멜로디이다.

 

보통 잘 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곡들은 좋은 꿈을 꾸라거나, 꿈에서 만나자는 등의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는 좋은 생각보다는 아무 생각하지 말아라, 좋은 꿈을 꿨어도 기억은 하지 못할 정도로 푹 잤으면 좋겠다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실제로 꿈을 꿨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 깊은 잠을 잤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면에 시달리면서 잠을 자기 위해 수많은 노래들을 들어왔지만, 그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세 곡을 추천했다. 노래 몇 곡 듣는다고 안 오던 잠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몇 날 며칠을 괴롭히던 수면장애가 보란 듯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저 나처럼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기나긴 밤이 너무 외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럼, 오늘만큼은 꿈도 꾸지 말고 푹 잠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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