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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1월이 끝나갈 때까지 2월부터 마카오에 다녀올 생각은 없었다. 원래 일정이 취소되고 기약 없이 미뤄두다가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서 2주를 남기고 항공권부터 숙박까지 모두 끝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 기준으로는 매우 몹시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마카오 하면 보통 호텔과 카지노를 떠올릴 텐데 나는 어느 쪽도 아니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넓고 좋은 호텔을 합리적인 가격에 숙박할 수 있어서 보태고 보태다가 스위트룸을 예약할 뻔했지만, 호캉스나 카지노처럼 실내에 계속 머물 생각은 전혀 없었다. 호텔을 돌아다니다가 수도 없이 길을 잃고 몇 번이고 여권을 보여주며 카지노를 통과했지만 그뿐이었다.


마카오에서 무엇을 했으며 무엇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화려하고 호화로운 코타이 말고, 유명 맛집이 많은 타이파 말고 마카오 반도. 그중에서도 남서쪽 사원과 성당을 비롯한 관광지가 제일 만족스러웠다. 다녀오고 나니 마카오 볼 것 없다며, 홍콩에서 당일치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답답해졌다.

 

우리 마카오 그런 소소한 곳 아닙니다.

 

 

 

아마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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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의 여신인 아마를 모시는 중국 전통 양식의 사원이다.

 

포르투갈 지배 영향이 남아있는 마카오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중국의 신앙과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독특하게 느껴졌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유난히 많았던 곳으로 여느 사원과 같이 향을 팔고 피우는데 그 양이 한국과는 달랐다. 향을 한 움큼씩  팔고 그걸 반 정도 나눠서 사원 내에 위치한 구역 중 원하는 곳에서 향을 피우며 기도를 한다. 사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향냄새가 강하게 나는데 아마 여신의 상이 있는 전각은 들어가기도 전에 연기로 인해 매캐하게 느껴진다. 특이한 건 제일 위에 있는 관음각이었는데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관음보살을 모시는 불교적인 곳이었다. 사원의 하이라이트는 이쪽이 아니고 돌계단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인지 비교적 사람 수가 적고 조용했다.

 

관광객이 다복을 기원하며 끊임없이 향을 피우는데 각 구역의 전담 직원이 향이 너무 많다 싶으면 바로 끄면서 적당한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사원 앞 바라 광장의 기념품과 노점상을 포함해서 몹시 상업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만다린 하우스


 

아마 사원을 구경하고 나서 청나라 말기에 지어진 만다린 하우스를 보기 위해 이동했다. 관광지 분위기는 금방 사라지고 좁은 인도가 이어진 로컬 분위기가 등장한다. 그러다가 다시 문화재가 등장하고, 좁은 길이 이어진다. 관광지에서 관광지로 향하는 길이 이국적이라 이동마저 하나의 체험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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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하우스의 처음 본 순간부터 중국의 건축양식이란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중정과 방의 가구 등이 90년대-00년대 중국 시대극에서 본 듯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내부를 둘러보니 꽤나 서구적이다. 부유한 사람이 빠르게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적용한 결과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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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건물이 앞뒤로 길다는 점이었다. 이건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건물 안내 이미지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는데 건물이 연속해서 길게 늘어서 있다. 중정 쪽으로 들어가서 구경하고 2층으로 올라가서 구경하고 내려와서 마당을 걷는데 옆쪽으로 또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대체 얼마나 넓은 건물이라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성 로렌스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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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멀리서부터 잘 보이는 곳에 있어서 길을 걷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었다. 높은 지대에 있는 노란 건물. 실내외가 모두 버터처럼 부드러운 노란색이었는데 16세기에 지어져서 19세기 중반에 재건된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이탈리아에서 본 듯한 오래된 성당이 겹쳐 보였다.


아마 사원이 항해의 여신을 기리는 곳이었다면 이곳은 선원의 가족들이 선원을 위해 기도를 드리러 오는 성당이었다고 한다. 원래는 섬이었고 어업과 수산업이 생계수단이었던 과거의 마카오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성 아우구스티노 광장


 

광장을 찾아가면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과 돔 페드로 5세 극장, 그리고 도서관 등 여러 유적들이 몰려있다. 광장이라기엔 협소하고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지만 문화유산이 모여있어서 포르투갈 작은 마을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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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아우구스티노 성당은 마카오에서 손꼽히게 오래된 성당 중 한 곳이다. 성 로렌스 성당과는 달리 더 엄숙한 종교 시설의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알아보니 부활절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한다.


마카오 최초의 서양식 극장인 돔 페드로 극장은 건물 입장은 가능하지만 극장의 객석에는 접근할 수가 없다.  발코니 석은 문만 열려있고 입장 통로부터는 접근금지인데 극장 내부의 구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무대는 높고 깊은 곳이었고 화려한 난간이 시야를 가리지 않게 1열부터 단차를 두고 있었다. 작고 고풍스러운 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은 내부 구경 대신 민트색 외벽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몬테 요새


 

세나도 광장 일대의 관광지만큼 마카오 여행객이 몰린 곳은 없을 것이다. 낮과 저녁 모두 방문했는데 낮은 정말 인파에 치인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은데 몬테 요새도 마찬가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 바울 성당 유적 옆쪽으로 마카오 박물관이 있는데 박물관 영업시간이 6시까지이고, 박물관의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몬테 요새까지 빠르고 쉽게 갈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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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원처럼 조성된 요새에 올라가 탁 트인 마카오 반도의 전경을 보면 좋은데 내가 추천하는 건 몬테 요새에서 보는 성당 유적의 옆면이다. 정면에서 보는 유적의 모습도 좋지만 가까이에서 봤을 때와는 또 다른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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