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의 2025년 첫 레퍼토리인 창작가무극 ‘천 개의 파랑’이 2월 22일부터 3월 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해당 공연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베스트 셀러 소설을 초석 삼아 출발하였다.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탄탄한 초연 캐스팅과 더불어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보유한 든든한 뉴 캐스트 합류로 돌아왔다.
‘천개의 파랑’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따듯한 감동의 이야기 그 너머에 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모두 세상의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자들’이다. 빨리 달리는 기능을 다하지 못해 안락사의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그런 투데이의 질주를 멈추고자 스스로 낙마하여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기수 ‘콜리’로부터 이야기는 담담하게 시작된다.
더 이상 경마장에선 어떠한 쓰임도 하지 못해 버려질 운명 속 콜리의 또다른 가치를 알아본 것은 로봇 연구원이라는 꿈으로 가는 길목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던 ‘연재’였다.
비록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두고 있던 휴머노이드였지만, 콜리는 ‘천 개의 단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른 휴머노이드와는 다른 콜리의 가치를 알아본 연재는 가진 돈을 탈탈 털어 경마장으로부터 콜리를 구매했다.
콜리는 그렇게 연재의 집으로 옮겨진 후 서서히 그녀의 가족들 사이에 스며들며 소소하지만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하고서는 밖을 나가기 어려운 은혜와 사고로 소방관 남편을 잃고 두 딸의 몫까지 세 사람 분의 인생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보경까지, 이들은 삶의 저 끝자락에서 겨우 헐떡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자기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족 구성원들 간의 연대는 당연히 느슨할 수밖에 없다. 마치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신만의 궤도 안에 갇힌 행성들처럼 이들은 서로를 무관심으로 대한다. 그러나 어느날, 그저 고장난, 쓰임을 다해버린 존재로 여겨졌던 콜리가 이들 사이에 개입하며 마치 우주의 절대 법칙 같던 이들 간의 관계는 가까워지고, 엉켜 붙으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천 개의 파랑’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감정으로 공유될 수 있는 아픔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이 로봇의 몸을 지녔지만 어떤 존재보다 인간만만이 할 수 있는 사고 회로를 가진 콜리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그로써 치유 받으며 가장 ‘인간적인’ 가치를 발견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원작 소설이 지닌 묵직하지만 잔잔한 울림을 평면 공간에서 꺼내 와 다채로운 LED 패널을 활용한 무대와 배우들과 함께 열연을 펼칠 퍼펫 등의 요소를 통해 실감나게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해 낼 예정이다.
또한 서울예술단의 야심찬 첫 레퍼토리로서 만전을 기한 두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