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는 가능성을, 인생은 책임을 [영화]
비포 선셋과 홍상수, 김민희를 보며
글 입력 2025.01.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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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 편 봤다. 비포 선셋.이 영화는 우연히 만나 하룻밤 사랑에 빠진 두 청춘남녀가 헤어진 뒤, 9년 후 재회를 그린 작품이다. 로맨스 영화로 유명한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작이기도 하다.영화는 잔잔한 대화 속에서 진행된다. 9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남자가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짧은 시간 동안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자는 가정을 이루었고, 여자는 연애를 이어가며 각자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그들은 왜 다시 만나자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지, 왜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았는지 아쉬워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과거의 사랑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었다.영화는 두 사람의 선택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과거의 사랑을 되찾을지, 아니면 현실로 돌아갈지는 끝내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마지막 장면은 남자가 사랑스러운 여자의 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눈빛이 후회인지, 결심인지, 혹은 그 둘 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이 영화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파리를 거닐며 추억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사람은 가정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남자친구가 있기 때문이다.이 장면을 보며 최근 홍상수, 김민희 커플이 떠올랐다. 홍상수는 유부남이지만, 김민희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관계는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불륜으로 비난받는다. 그런데, 이 영화 속 관계와 그들의 현실이 얼마나 다를까? 어쩌면 가장 큰 차이는 영화는 결론을 유보했지만, 홍상수는 선택했다는 점일 것이다.영화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책임”이다. 영화는 열린 결말을 통해 관객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만, 현실에서는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 된다. 현실의 모든 선택은 대가와 책임을 동반하기 마련이다.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요즘 로맨스 영화에서 열린 결말이 많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분명 맺고 끊음이 확실한 결말도 있지만,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열린 결말은 감상자에게 더 큰 매력을 준다. 아마도 이런 영화들은 우리에게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을 경험하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는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가능성의 저축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온기는 시간이 흐르며 추운 인생을 서서히 데워준다고.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어쩌면 그 “가능성” 때문일지도 모른다.영화 속 주인공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모른 채 이야기가 끝날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다양한 결말을 상상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그것은 현실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못한 “다른 길”을 가볼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순간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영화를 고른다. 그 열린 가능성의 세계 속으로 잠시 들어가기 위해서.[강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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