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90년대 청년이 이 시대에 전하는 용기, 뮤지컬 틱틱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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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를 제작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그의 유작이기도 하다.
해당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로 먼저 감상한 적이 있다. 1인극 형식으로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설명하고 노래를 연주하는 독특한 전개가 인상 깊었던 걸로 기억한다.
뮤지컬 ‘틱틱붐’은 1990년 30살 생일을 앞둔 주인공 작곡가 ‘존’이 느끼는 삶의 두려움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존은 뉴욕에서 낮에는 레스토랑 웨이터로 일하며 밤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뮤지컬 작곡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살면서 한 번씩은 겪는 거야
축하해 happy birthday
나는 슬퍼 죽겠는데 1990년의 서러운 서른
아직도 실감 안 나. 스물 아홉으로 해줘.
내 인생 쫑난 거야 서른살 별 수 있나.
- 곡 ‘30/90’ 중
그렇게 수년을 지내며 30살 생일을 앞둔 그에게 언젠가부터 틱..틱..틱..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린다. 나이와 성공에 대한 사회적 압박감이 시계 초침 소리인 틱, 틱 그리고 그 소리가 곧 폭탄이 되어 터질 것처럼 붐! 소리로 극 중에서 표현된다.
존이 일과 꿈을 사이에 두고 느끼는 인생에 대한 내적갈등은 그의 독백을 통해 보여준다.
‘너도 그렇고 수잔도 그렇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제자리야.. 나만 혼자 제자리에서 벽에 머리만 찧고 있어!’
주인공처럼 주변 친구들의 변화에 자책감을 느꼈을 때가 있어서 공감됐던 대사다. 같은 꿈을 키우던 친구 ‘마이클’은 꿈 대신 현실적인 직장을 선택하고 애인 ‘수잔’도 하루빨리 가정을 이뤄 안정적인 생활을 지내길 바란다. 이룬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 자신에게 실망하고 혼자만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서른이라는 세월의 압박감과 워크숍을 성공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주변 등장인물과의 대화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정글짐은 극 전개에 따라 회전하기도 하고 화려한 조명에 비치기도 며 이야기에 몰입감을 더한다. 또한, 주인공 독백 구간에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영상은 존의 복잡한 심경을 극대화해 보여주며 극의 입체감을 전달한다.
행동으로 외쳐, 소리 높여! 두려워 하지 말고
불안함에 고개 숙인 마음들이 어떻게 날아오를 수 있나
내 앞에 놓인 버거운 현실도 피하지 말고 너의 길을 가
- 곡 ‘Louder than words’ 중
고대하던 워크숍을 무사히 마친 존은 이전과 큰 변화 없이 30살을 맞이한다. 하지만, 생일파티 도중 제작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꿈에 대한 확신을 얻으며 그를 괴롭히던 틱틱붐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다.
인생을 어떻게 하면 잘 꾸려나갈 수 있을까, 남들보다 잘 살고 싶다는 욕심과 ‘나’를 잘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과거에 작성한 일기를 돌아보며 그래도 나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며, 앞으로도 잘살아 보자며 격려할 수 있었다.
조나단 라슨에게 틱틱붐도 그런 의미로 제작된 건 아닐까?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자기 모습을 기록하고 꿈을 향해 힘들어도 묵묵히 나아가는 본인의 모습이 그에겐 인생의 원동력이자, 지향점이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 큰 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1990년대 서른이었던 존도 2025년 서른을 맞이한 누군가도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느끼는 삶의 두려움이 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2>에 등장하는 캐릭터 ‘블안이’가 대중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으며 자신의 약한 감정도 나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던 것도 그러하다. 모두가 내면에 갖고 있는 불안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충만한 삶을 위해 힘차게 나아갔으면 한다.
서른 살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또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2025년 1월, 한해 첫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 공연이었다.
[이정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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