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년 회귀 - 메모리 [영화]

글 입력 2025.01.2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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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를 통해 영화 [메모리]를 관람했다.

 

개봉을 목전에 둔 터라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며 소개하도록 최선을 다해, 나름의 노력을 -그래도 조금의 스포는 어쩔 수 없지 않나- 기울여보도록 하겠다.

 

 

 

믿을 수 없는 화자의 매력


 

당신이 친구와 어제 저녁 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친구는 김치찌개를 먹었다고 한다. 당신은 놀란다. 평소 친구가 김치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친구는 어제부로 김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하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당신은 한층 성장한 친구를 대견해하며 오늘 점심메뉴를 김치찜으로 정한다.

 

그러나 웬걸. 친구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김치를 걷어내고 돼지고기만 집어 먹는 것이 아닌가. 왜 김치를 먹지 않느냐고 따져 물으니 친구는 어제는 먹었는데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다고 답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분명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하며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 번은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친구의 거짓말이 이어진다면 당신은 분명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단순히 친구가 김치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이후로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거짓일지 참일지 생각하면서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보는 방관자는 즐겁다. 거짓말은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하기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다음 전개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믿을 수 없는 화자를 지켜보는 관객은 평범한 극에서 접하기 힘든 재미를 느끼게 된다.

 

관객에게 한없이 매력적인 설정, 믿을 수 없는 화자가 바로 영화 [메모리]의 주인공 실비아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일삼는 악동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진실을 알면서 말하지 않거나 거짓말을 하는 여타 캐릭터와 달리, 실비아는 자신이 사실만을 말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째서 실비아가 자기 자신조차 신뢰할 수 없는 말들을 하게 되었는지, 이런 그녀를 대하는 주변인은 어떤 상이한 태도를 보이는지 지켜보는 것이 영화의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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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치매 주인공 사울


 

치매에 걸려 위험한 상황에 종종 놓이는 주인공, 사울은 젊다. 후퇴해가는 머리숱이 위태로운 중년 남성에게 젊다니.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그는 분명히 열정적으로 타오르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치매에 대해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다. 가장 걸리기 싫은 노인질환에 항상 1위로 꼽히는 질병이 치매이지만, 역설적으로 당사자에게 치매는 노인이라는 육체의 껍질을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비극으로 여겨질 만 하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노인이라니.

 

하지만 사울의 상황은 다르다. 그의 회귀 시점은 철없는 어린아이 시절이 아닌, 기력이 넘치는 청년 시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울은 거리낌이 없다. 뜨겁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사실, 치매 환자에 대한 고증을 신경 쓰며 영화를 감상한다면 인상을 찌푸릴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매라는 질병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원한다면 영화 [메모리]가 안성맞춤일 것이다.

 

 

[김한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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