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미술관은 구 벨기에 영사관으로, 당시 건축 양식이 그대로 남아있어 사당역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았습니다. 1층은 권진규의 상설전시, 2층은 기획전시로 이루어집니다. 현재 '건축의 장면' 상설전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 전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려 합니다.
I. 버섯의 건축
_박선민 작가
숲에서 발견하는 버섯들을 땅에서부터 기둥을 타고 지붕을 훑어 응시하는 낮고 느린 시선으로 다양한 색, 형, 질감 그리고 환경과 주변 생물들까지 섬세하고 자세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숲의 소리와 함께 페터 줌토어를 시작으로 여러 건축가들이 이야기하는 다양한 건축적 이야기들이 겹친다. 그 내용은 인간이 건축을 보는 방향 즉,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건축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거대건축의 욕망과 개발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것, 건축의 본질에 대한 선언, 건축에있어 조형성의 진화와 건축 또는 예술이 꿈꾸는 불멸성과 휘발성을 통해 소멸과 생성의 문제 등을 건드리며, 마지막으로 가즈오 세지마가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운, 탈 중심의 공간과 빛을 담는 건축을 얘기하며 숲은 그녀의 건축처럼 화이트아웃된다.
- 버섯의 건축, 작가 노트 中
박선민 작가는 마치 벌레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제주 곶자왈 숲을 몽타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는 본래 건축은 '시간성'과 '공간성'의 조화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전시를 보는 대중들은, 제주 곶자왈의 장소를 찬찬히 둘러보는 '시간성'은 지니고 있으나, 제주가 아닌 미술관에서 본다는 점에서 '공간성'은 상실한 아이러니한 상태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축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건축이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에 대해 유추해보며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건축이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인간이 직접 자연에 놓이지 않아도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즉 건물 내부에 있으면서 자연이라는 장소의 '공간성'은 상실해도 '시간성'은 상실하지 않도록 하여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함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II. 하천가
_NaNa & Felix 작가
'하천가'는 수도권 안팎을 흐르는 여러 하천과 강의 모습을 포착해 7개의 모니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오케스트라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으로, 나나(Nana)와 펠릭스(Felix)가 관심을 갖고 다루어 온 도시개발, 발전지상주의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는 나나와 펠릭스의 작업 태도를 잘 드러낸다 작가는 지상에서 가장 낮은 시점을 점유하는 강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마천루, 다리, 지하철, 도로 등의 풍경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동시에 다리 밑에서 사람들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 도시의 대중교통이 만들어내는 소음, 귀뚜라미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채집해 영상과 함께 재구성한다.
흐르는 강물처럼 서서히 이동하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담은 회색조의 도시 풍경은 얼핏 메마르고 삭막해 보이지만 도시와 인간, 자연이 만들어낸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알 수 없는 아름다움, 즉 멜랑꼴리한 정서를 자아낸다. 이처럼 나나와 펠릭스는 인간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적 풍경에 주목하며, 때로는 폭력적이고 추하게 보이는 도시 풍경 속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인 '발전의 미학'을 표현한다.
나나와 펠릭스는 2013년 한국 국적의 나나와 핀란드 국적의 펠릭스가 결성한 아티스트 듀오로 서울과 헬싱키를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예술 매체를 이용해, 자신들이 속한 환경을 기록하고 풍자, 역설, 모순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풍경으로 재해석하여 묘사한다. 또한 예술사에서 잘 알려진 개념이나 특정 국가의 전통, 문화적 양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시각 언어를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핀란드라는 서로 다른 사회의 이상적 가치, 문화, 시선의 교차가 드러나기도 한다.
- 하천가, 작가 노트 中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여러 하천가 다리 아래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가지가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첫째, 평소 지하철, 다리 위 등에서 내려다보던, 하천가 다리의 아래쪽을 영상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기존에는 항상 위에서 내려다보던 한강을 이번엔 아래에서 올려다보게 되었는데, 시점을 바꾸어서 보는 한강도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우리 삶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항상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을 아래에서 올려다본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굉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천이 미술관 전시실에서 영상으로 접하니 웅장하고 색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도시'는 각박하고 메마른 곳으로 자주 문학에서 표현되지만, 사실 '발전의 미학'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다른 전시들도 모두 인상깊었지만, 다른 전시들은 독자분들께서 직접 남서울미술관에서 관람하였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