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으면서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나만의 생각일 지는 모르겠지만, 겨울이 되면 여름이, 여름이 되면 겨울이 전생 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추운데, 무더운 여름 아래에 매미 소리를 들으며 풀 냄새를 느끼며 거닐고, 여름날의 사랑을 했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잘 믿기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추워진 요즘, 나는 작년 여름에 갔던 락밴드 더발룬티어스 (The volunteers) 콘서트가 문득 생각난다.
@the_volunteers
더발룬티어스는 가수 백예린이 속한 록밴드이다. 보컬의 백예린, 드럼의 김치헌과 기타에 죠니, 총 3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이후 매년 여름마다 락 페스티벌에 가다가 지난 여름은 가지 않았다.
“있잖아 친구, 너 이번 여름을 여름답게 살지 못했구나.“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는 듯 한 기분이 들어서 우울해졌다. 나는 8월의 마지막 날 있을 더발룬티어스 콘서트를 예매했다.
하드락카페 티셔츠를 입고 콘서트가 열리는 체육관 역에서 내리자, 더발룬티어스 굿즈를 휘두르고 아주 멋지게 차려입은 청춘들의 잔상, 초록의 빛, 그리고 여름의 향이 뒤섞였다.
왜인지 나도 그 장면의 일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혼자 콘서트를 간 것은 처음인지라,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나보다도 더 높이 점프를 하며 악기 소리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별 박힌 눈동자를 바라보면, 용기가 생겨난다.
더발룬티어스의 가장 유명한 노래는 비교적 잔잔한 "Summer"이지만, 그들의 진가를 느끼려면 "Violet"을 들어야 한다. 그 노래는 그들 자신이 락스타라고 소리치고 있다.
바이올렛의 전주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주위의 수천 명의 작은 락스타들과 어깨를 같이한다.
때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용기를 북돋아 준다. 위로를 주기도 하고, 나도 몰랐던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혹시 누구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든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들이 속한 세계에 속하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론트펄슨 백예린의 멘트 중 하나는 “어쨌든 여름은 다시 오니까”였다.
만약 우리가 아쉽게 이 여름을 흘려보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의 여름은 우리를 향해 다시 다가오는 중이다.
그 사실 자체를 다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너머에는 또 다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우리는 종종 여름이 다시 온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저 아쉬워하고, 회상 할 뿐.
또 기억에 남는 멘트 중 하나는 리암 갤러거의 “All you’re dreaming of”라는 커버 곡을 부르기 전 그녀가 우리에게 했던 질문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시나요?”
많은 생각이 들었고, 노래는 나의 생각을 기다려주지 않고 시작되었다. 내 꿈을 이루지 못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비현실적이라 생각되는 꿈들을 머리에 그려보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그 자리에서 함께 고개를 흔들고 있던 사람들의 꿈, 그리고 나의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락스타를 동경하고, 락밴드 콘서트에 가고, 여름을 그리워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까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은 가셨다.
내가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지 못했다고 느낀 이유는,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좋아하지 않아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름에는 무엇이든 더 깊어도 좋다.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꿈,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외의 모든 것들을 깊게 해도 누구도 뭐라할 수 없다.
우리보다 더 깊은 태양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