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성인이 되기 전, 흔히 ‘학생’이라고 불렸던 시절, 우리의 꿈은 ‘어른’이었다. 많은 아이들이 어른처럼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옷을 어른처럼 입고, 머리를 염색하거나 파마를 하고는 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른이 되는 것은 삶에서 큰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즉 우리들에게 어른이란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사고, 먹고, 놀고, 자는 것이 가능한 존재였고 그 시절의 우리들에게 엄청난 사람이었다. 그렇다. 그 당시의 우리는 알지 못했다. 어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이 아파해야 하고, 포기해야 하며,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법적인 나이로는 ‘성인’에 해당되지만 흔히 사회에서 말하는 소위 ‘어른’이란 나이로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했을 때 본인은 어른이 아니다. 필자 본인이 생각하는 어른이란 어려움이나 아픔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면서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본인은 아직 아픔에 쉽게 무너지고, 책임을 진다는 것에 있어 많은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니,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참 많이 아파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 현실의 벽 앞에서 지금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마음 속에서 이런 음성이 들려온다.
‘그래, 내가 그렇지 뭐.’, ‘난 이거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한심하다.’
하루를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보이지 않는 미래를 떠올리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 그리고 본인이 지금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이제는 좀 꽃을 피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이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분명 지치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쉬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결승선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한다. 결승점까지 충분히 많이 달려온 거 같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좌절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포기한다.
도대체 이 달리기는 누가 시작했으며, 누가 우리를 끝없는 트랙에 던져 놓은 것인가?
시간이 흐르면 당연하게 어른이 되어있을 거라고 말하던 그 시대의 어른들은 과연 진짜 어른이 되었는가? 그들은 이 고통에서, 이 외로움에서 벗어났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전히 이 아픔 속에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 다른 점은 단 하나다. 그들은 아픔에 익숙해졌다.
웃는 사람들 틈에 이방인처럼
혼자만 모든 걸 잃은 표정
정신없이 한참을 뛰었던 걸까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
우리는 세상과 꿈을 두고 타협을 한다. 내가 바라는 모습과 세상이 바라는 모습을 두고 타협을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끊임없이 후회한다. 내가 현재 보고 있는 이 시대의 어른의 모습은 이러하다. 앞에서 말한 그런 어른의 모습은 가사 속에 나오는 ‘웃는 사람들’의 모습이자 그저 세상을 살아 내기 위해 버티고 있던 우리보다 한 발 더 앞에 가 있는 이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가사의 화자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기 보다는 세상이 바라는 모습을 선택했다. 그리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뒤에 나오는 가사를 보면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라는 가사말이 나온다. ‘나’가 ‘나’로서 빛나는 것, 그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화자의 모습, 하지만 결국 그 꿈에서 벗어나 눈을 떠보면 ‘나’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지으며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남들과는 다르게 살자'를 목표로 하고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현실의 벽 앞에 가로막혀 점점 의지를 잃어가는 나를 보며 끝없는 괴리감과 좌절을 느낀다. 하지만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를 보고 마음 속 불씨에 성냥을 한 개비 또 지핀다.
어떤 날 어떤 시간 어떤 곳에서
나의 작은 세상은 웃어줄까
이 마음으로 오늘도 어른이 되기 위한 끝없는 트랙을 많은 이들이 달리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어른이란 세상과 타협해 아픔과 고통, 후회에 익숙해진 미소를 짓고 있는 어른이 아니라 꿈꾸는 어른을 말한다. 꿈꾸는 어른이란 이렇게 정의해보고자 한다.
'꿈을 향해 달려갈 때 받는 상처와 후회와 포기와 눈물에 지쳐 넘어지더라도 결국 어느새 다시 그 트랙을 돌고 있는 오뚜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오뚜기들, 그리고 나의 달리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