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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선'을 지키며 온전한 마음을 전하는 방법


 

살면서 말과 관련된 갈등을 많이 겪지만, 대다수가 가족에게서 비롯되기도 한다.

 

가족이니까 더 선을 지켜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가족은 서로의 아픈 지점을, 어떻게 찔러야 더 아픈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 동시에 내 몸과 같이 생각하는 바람에 타인이라는 것을 잊어버려서 더 선을 넘기가 쉽다. 그 선을 넘어왔을 때, 말이 더 아프게 와닿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 ‘오지랖’ 그 속의 걱정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입을 다물고 단절할 수는 없다. 사람은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관계를 끊어내기엔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 소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때의 장래 희망처럼,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착한 행동’을 하려고 했고 ‘착한 말’을 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지금은 나를 중심에 둘 줄도 알고 ‘착함’에 강박을 두진 않지만, 세상에 선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며 그것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래서 누군가와 대화할 때 말이 늘 고민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서 “나만 이거 불편한가? (내가 예민한가?)”와 “그건 좀…….” 사이에 충분히 놓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선’을 지키면서 말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선과 영역을 가진 사람들의 선을 지켜가며 내 온전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유승민 《착한 대화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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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승민은 JTBC 보도국 작가이자 인지 언어 연구가로서, 한국 사회와 일본 사회, 기성세대와 MZ 세대 등 다양한 입장에 서본 경험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사려 깊게 언어의 다면성을 들여다본다. 어떤 단어가 옳은지 그른지 이 책은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성별과 세대, 문화와 입장에 따라 ‘언어 감수성’이 다를 수 있다는 맥락과 배경을 설명하며 대화의 궁극적 목표를 “한 명이라도 덜 상처받는 안전한 테두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존재로서, 생각해 봐야 할 언어적 관점과 시의적 문제를 제시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세대와 성별, 문화 간의 깊은 골을 용인하고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의 과정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내 선의가 무례가 되는 사회'에서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늘어나는 세상에 나는 어디쯤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2부 '말은 잘못이 없다. 쓰임이 잘못됐을 뿐'에서는 단어의 본질에 초점을 두고, ‘노인’과 ‘아줌마’, ‘라떼’와 ‘꼰대’라는 말에 대해 고민한다. 3부 '낡은 단어에 물음표를 던질 때'는 호칭, 가족, 치매, 우리, 보통 등 우리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단어 속 편견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4부 '말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에서는 서로를 혐오 표현으로 구분 짓는 세상에서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

 

 

 

선의를 믿어


 

나는 오랫동안 성악설을 믿어왔지만, 점점 성선설을 믿고 싶어진다. 사람이 여기까지 살아온 데는 경쟁만이 아니라, 서로 아픈 사람을 돌보고 협력하며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저자가 책 내에서 계속 전제하고 있던 태도들이 눈부셨다. 말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이유도 모르는 사람을 미워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16쪽) 글을 썼다는 지점이 아름다웠다.

 

저자는 언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해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우리 자신임을 강조한다. “인간은 타인에 기댄 채 서로를 보살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155쪽)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저자가 풀어놓는 언어에 대한 이야기는 아름답기까지 하고, 함께 그 믿음을 견지하고 싶어지게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들.

 

 

“차별 언어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건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른다. 괜찮은 사람을 ‘단 한 명’만이라도 알고 지내는 방법이다. (...) 이는 혐오와 차별이 담긴 다른 단어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말과 호칭에 담긴 분노가 얼마나 많은 이를 이유 없이 위축시키고 주눅 들게 만드는지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편견을 유도하는 특정 프레임이 만연하다면 언제든 누구든 혐오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다.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동요될 때 고질적인 프레임은 자연스럽게 가면을 벗어던질 것이다.”

 

(174~175쪽)

 

 

언어라는 것은 나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언어는 동시에 관계를 맺음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내 한계를 확장해 주기도 한다. 저자는 언어라는 것의 다양하고 복잡한 면모에 대한 섬세한 감각으로 말을 다룬다. 차별 언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부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싶지도, 미워하고 싶지도 않다면, ‘우리’의 가치를 여전히 믿고 싶다면, ‘착함’보다 인간의 다정을 믿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글 내내 깔린 저자의 전제와 내면이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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