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은 무엇일까? [도서/ 문학]

소설 '광인'을 읽고
글 입력 2024.12.09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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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스포일러가 될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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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인>이라는 소설책을 읽었다. <광인>은 드라마로도 제작된 소설 <사랑의 이해>의 작가인 이혁진 작가의 작품이기도 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사실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진이 빠져 빠르게 소설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밤을 새워서 읽기도 했다. 역시나, 다 읽은 책을 덮은 후 느낀 감정은 ‘지친다’ 였다. 두꺼운 분량 탓보단 후반부로 갈수록 제목처럼 광적으로 변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독자로서 지켜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소설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은 경험은 처음인 듯하다.)

 

그럼에도 사랑과 인간에 대해 긴히 생각해 보게 되었기에, 이 책에 대한 글은 꼭 남겨보고 싶었다.

 

우선 책의 주인공 준연, 하진, 해원은 모두 40대의 어른이다. 준연은 음악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악기 교습소를 운영하며 꿈에 몰두하는 인물이다. 준연의 오랜 친구 하진은 유학까지 가며 전공하던 음악을 그만두고 위스키에 빠지며, 돌아가신 아버지의 증류소를 이어 위스키 개발에 열정을 쏟는 인물이다. 꿈에 열정적인 두 인물에 반해 해원은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보인다. 그는 유년 시절 가정환경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자수성가를 이룬 인물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위스키를 잘 알고, 맛 감별과 표현에 조예가 깊기도 하다. 이런 해원이 가장 자신과 동떨어진 일을 찾다가 준연의 교습소에서 레슨을 받고, 준연과 친구가 된 후 하진을 만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책을 읽으며 ‘사랑’이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사랑이 존재한다. 자식과 부모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자신의 꿈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성 간의 사랑까지. 세 주인공은 40대의 어른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고 그 사랑에 의해 ‘광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몰락한다.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40대는 사회에서도 나에게도 ‘어른’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책에 나온 주인공들은 누구보다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충실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사랑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증명하기도, 연령과 관계없이 인간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영역인지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소설 속의 사랑들은 내가 현실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유형의 사랑들도 있고, 이 사랑이 집착으로 되어가는 과정이라 더 몰입해서 본 것 같기도 하다. (현실과 한 끗 차이로 벗어난 이야기에 몰입할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잘못된 사랑은 결코 사랑이 아니며,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 것 같다.

 

소설 중 일부 장면을 통해 나는 주인공들이 사랑을 경험하는 ‘본인’에 지나치게 몰입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을 하는 자신의 감정, 생각이 더 중요하다는 맥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잘못된 길을 걷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합리화하며 지나친 자기 편향적 모습을 드러내다가 결국 이 사랑은 파멸을 맞이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감정 중 하나인 사랑이 얼마나 추악하고 끔찍해질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다 비슷해. 우린. 그냥 보이는 게 예쁘고 멋져서도, 나한테 예쁘고 멋지게 보이려고 해서도 아니야. 나만 아는, 나한테는 보이는 어떤 부분이 예쁘고 멋져서. 그거면 충분하지. 특별할 필요도 없고 그냥 내가 좋아서. 내 눈에 콩깍지라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내가 느낀 그대로 그 사람의 일부라면, 된 거지. 나머지는 다 기대야. 특별하고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내 기대. 그래야 내가 특별해지는 것 같아서 하는. 아니면 내가 특별하지 않은 게 싫어서 하는.“
 

 

소설의 주인공 중 한 인물의 대사이다. 책을 읽고 사랑이 무엇인가 고민하며, 내가 정의한 사랑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이해하고 싶고,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해와 이해하는 척에 차이가 있듯, 사랑과 사랑하는 척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이 아닌가 싶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랑이 절실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마음에 온기가 생기는 사랑을 다루는 책은 아니지만,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수 있고, 인물의 감정과 사랑을 입체적으로 잘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읽는데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소설임에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우리 모두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인’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김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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