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뚜루뚜 뚜뚜루뚜"
정확한 제목은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허밍. 크랜베리스의 'Ode To My Family' 속 상징적인 선율이 NCT WISH의 목소리를 지나 사랑을 향한 송가로 다시 태어났다. 오래된 기억 속 멜로디와 여섯 소년의 투명한 목소리가 겹쳐지는 이 곡은, 차가운 세상에 따스함을 불러내는 작은 주문처럼 울려 퍼진다.
이 곡에 귀를 기울이게 된 이유가 단지 익숙한 선율 때문만은 아니다. 'Ode to Love'는 NCT WISH가 어떤 정서와 언어로 우리 곁에 머물고 싶은지를 선명하게 세상에 칠한다.
WISH for Our Wish
NCT WISH는 이름 그대로 '소원'에서 출발한 팀이다. 'WISH for Our WISH'. 서로의 소원에서 태어나 꿈과 연결을 노래하며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품은 여섯 명의 큐피드. 늘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이들이 첫 정규앨범의 전면에 '사랑'과 '따스함'을 꺼내 든 것은 오래전부터 그들이 이야기해 온 것들과 맞물리며 가장 맑고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이들의 사랑은 동화 속 큐피드가 쏘아 올리는 첫 화살처럼 반짝이지만, 그저 설렘의 감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에로스(Eros)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벅찬 날갯짓이라면, 안테로스(Anteros)는 그 마음이 응답받아 마침내 서로에게 되돌아오는 충만한 순간을 빚어낸다.
'Ode to Love'는 바로 그 사이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는 노래다. 혼자 쏘아 올린 마음이 허공에서 바스러지지 않기를, 희미한 목소리들이 끝내 서로를 알아보고 하나의 단단한 선율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
상처받은 마음에 내려앉는 작은 날갯짓
희미했던 너와 나의 Voice 가까워져 가마음 위로 작은 바람 실어 하나가 된 이 선율이 아름다워
'Ode to Love' 속 온기는 부드럽고 예쁘게 들리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울린다. 그 소리는 오히려 간절함에 더 가깝다. 언제부턴가 서늘하게 식어버린 세상의 온도를 우리 모두가 이미 감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손짓 한 번으로 순식간에 이어지지만 동시에 너무나 쉽게 멀어지는 세계. 수많은 말이 오가지만 진심은 자주 흐려지는 세계. 쉽게 닿을 수 있는 만큼 쉽게 상처를 입히고, 미련 없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세상 속에서 노래는 따스하게 속삭인다.
같은 속도로 어느새 맞춰져 가는 FlowI want it more
네게 건넨 모든 Words 그 안에 My love, 다 채워 놨어
우리는 서로에게 계속해서 가닿아야 한다고. 차가운 세계에서도 기어이 사랑을 노래해야 하고, 포기하지 않고 서로의 손을 붙잡아야 한다고. 때로는 나를 필요로 한다고 떨리듯 뻗어오는 손길 하나가,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기도 했던 그 감각을 오래전 기억 속에서 다시 불러온다.
Not in my, not in my, not in my zone빈틈없이 내린 Blind 빛을 잃은 채로 Hide
Not in my, not in my, not in my mind
차게 식어버린 맘 안아주고 싶어 다 Oh
노랫말은 처음부터 굳게 닫힌 마음과 고립된 공간의 이미지를 비춘다. 빛이 가려진 방,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 스스로 만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는 누군가. 이 서글픈 모습은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연결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각자의 방 안에 오래 머문다.
기대했다가 실망했고, 다가갔다가 상처받았고, 설명하려다 지쳐 침묵했던 기억을 간직한 채로. 닫힌 방 안에서 화면 너머의 타인과는 순식간에 마음을 공유하면서도, 정작 내면의 문을 여는 일에는 한없이 서툴러진다. 연결의 횟수가 늘어난 자리엔 오히려 느슨해진 끈들만 남았고, 우리는 다치지 않을 만큼만 쥐고 언제든 놓아버릴 준비를 마친 채로 서로의 문 앞에 선다.
내 시간, 내 공간, 내 취향으로 세운 울타리는 어느 순간부터 타인을 밀어내는 차가운 벽이 되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거리를 두고, 침범당하지 않기 위해 날을 세우다 보면, 서로에게 건네는 말의 끝자락에 어느새 뾰족한 모서리가 묻어 나온다. 너무 자주 닫히고, 너무 오래 혼자 버텨온 마음이 남긴 방어의 가시. 다친 마음은 오래도록 제 상처 앞에만 머물러서, 서로의 문 앞까지 가는 길은 자꾸만 멀어진다.
Shall we, shall we 마음속 깊이깊이가득히 찬 Sel-fish 바다 너머 던져 놓아
이젠 Bye bye
이 노래가 바라보는 세계는 바로 그런 곳이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곳곳에 널린 세계, 각자의 마음속에 이기심의 그림자가 자라나는 세계. NCT WISH는 그 모서리를 기꺼이 지워내자고 노래한다. 더 둥글게, 천천히 서로의 선을 다시 색칠해 보자는 작은 날갯짓처럼.
큐피드가 손으로 그려내는 세상
말툰 찌르지 않게 그려내 Circle모서린 다 지워내 우리
NCT WISH가 세상 위에 칠하는 색은 눈부시게 강한 원색이 아니라, 하늘빛과 흰빛이 섞인 투명한 포근함에 가깝다. 닫힌 방 안으로 스며드는 아침의 색, 오래 접어두었던 마음의 구김을 천천히 펴주는 바람의 색, 울지 않으려고 삼킨 목소리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는 빛의 색. 그 색은 세상을 단번에 바꿔버릴 만큼 진하게 칠해지지 않고, 가장 어두운 곳부터 조금씩 환하게 번져간다.
그래서 'Ode to Love'는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선다. 닫히려는 세계 속에서 다시 손을 내미는 마음이자,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너를 향한 시선과 부드러운 언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용기다.
그 시도는 티저 이미지와 뮤직비디오까지 이어진다. 더 빠른 속도와 압도적인 스케일이 주목받는 지금, 'Ode to Love'의 세계는 오히려 익숙하고 손의 흔적이 묻은 것들을 택한다. 직접 세운 듯한 공간, 누군가가 놓고 매만졌을 법한 소품들, 바람과 풀빛, 실제 자연의 빛이 선명하게 내리쬐는 장소들. 가상의 그래픽 사이로 직접 몸을 움직여 구현해낸 연출들.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랑이 거창한 선언이 아닌, 조심스러운 손짓에서 시작되듯, 화면 역시 압도적인 효과보다 물성의 온기로 마음을 움직인다.
첨단 기술의 차가운 완벽함 대신, 조금은 느리고 서툴더라도 손수 만든 온기를 채워 넣은 영상미는 '사랑은 결국 누군가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하는 일'이라는 이들의 마음과 닿아 더욱 깊은 몰입을 끌어낸다. 완벽하게 합성된 세계보다 조금 서툴고 따뜻한 장면 속에서 더 잘 믿어지는 감정처럼. 그렇게 빚어진 용기는 큐피드의 화살처럼 날아가 서로 다른 마음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길을 내고, 날 선 세상의 한가운데에 둥근 원을 그리며, 끊어진 선들을 다시 잇기 시작한다.
날 선 세상 One way 연결해 Shall we change
에로스와 안테로스로 나뉜 세계는 신화적이지만, 그 신화는 너무 먼 판타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반으로 나뉜 방, 일기장처럼 펼쳐지는 비밀스러운 기록, 날개와 화살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들은 소년들의 세계를 아득한 전설이 아니라 우리가 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이야기로 끌어내린다.
이들의 큐피드는 완벽한 그래픽으로 구현된 초월적 존재라기보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아 무언가를 만들고 건네며 끝내 누군가에게 닿게 하려는 손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 'Ode to Love'가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을 말하는 방식까지도 너무 매끈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믿고 싶어진다는 것에 있었다.
결국 이 노래가 선택한 것들,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멜로디, 익숙한 노랫말의 온기, 손수 만든 듯한 소품의 질감, 실제 장소가 품은 빛과 바람은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가 진심을 들여 만든 것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온기라는 사실을 가리키면서.
순수하기에 꺾이지 않는 것
We sing for love
Listen up 세상 모든 다정함 넘치도록 담은 이 노래
We sing for love
어느새 우리 사이 가득 차 소리 높여봐
Touch the sky
다정함을 건넨다는 것은 결코 순진하거나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쉽게 꺼내는 말이 아니라, 매서운 차가움을 견뎌내고 수많은 날갯짓 끝에 겨우 선택하는 방향이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높였던 벽을 조금씩 허물고, 닿지 않을지라도 먼저 부드러운 단어를 건네는 일. 동화 속 주문처럼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아주 오래 버틴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남들보다 더 강해 보이는 일, 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일, 아무렇지 않은 척 견디는 일이 익숙해질수록 마음은 점점 깊은 곳으로 숨어들고, 목소리는 낮아진다. 타인을 향해 세운 줄 알았던 가시가 어느 순간부터 가장 깊고 아릿하게 나 자신을 찌르고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에, 이 노래는 조용히 곁을 내어준다.
너를 울게 하는 하루도 지나갈 거야
Life is bitter But we're getting sweeter
번져간 너의 미소가 아름다워
이 곡은 상처 하나 없이 맑기만 한 세계를 환상처럼 그려내지 않는다. 너를 울게 하는 하루가 분명 존재하고, 삶이 때로는 지독히 쓰다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 그러나 주저앉은 자리에서 다독이기보다, 빛 쪽으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작은 날개를 펼쳐준다.
쓰디쓴 하루도 언젠가는 지나가고, 희미했던 우리의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고 겹겹이 포개지다 보면 끝내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는 믿음. 그 믿음은 문 앞에 놓인 편지처럼,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가루처럼,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쏘아 올린 화살처럼 찾아온다.
너와 나의 노래가 세상 가득 퍼져가We sing for love
여섯 소년의 청량함은 투명함 속에 누군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살뜰함이 배어 있어 유독 짙은 잔상을 남긴다. 이들이 부르는 사랑은 무겁기보다 맑아서 더 마음이 쓰이고, 밝아서 더 깊게 스며든다. 닫혀 있던 마음 위로 살랑이는 바람이 지나가고, 그 바람은 어느새 단단한 선율이 되어, 노래가 흐르는 3분을 지나 누군가의 하루를, 어쩌면 더 먼 내일의 시간까지도 서서히 온기로 채운다.
NCT WISH의 날개는 도망치기 위한 날개도, 더 높은 곳에서 누군가를 내려다보기 위한 날개도 아니다. 자기 안에 갇혀 있던 목소리를 들어 올리고, 외로운 방과 방 사이에 조심스럽게 길을 놓고, 멀어진 사람들의 마음 위로 작은 바람을 실어 보내기 위한 비행. 예쁜 표정과 경쾌한 박자 뒤에서 짙은 어둠을 가로질러 화살을 쏘아 올리고, 닫힌 마음 앞에 빛을 남겨두는 마음. 순수해서 연약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세계가 만들어낸 눈부신 색이다.
'Ode to Love'가 그려내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사랑이라는 작은 주문을 걸어보는 일이다. 차갑고 뾰족한 것들을 내려놓고, 아주 느리더라도 걸음을 맞추며, 말의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어 마음이 가닿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지탱해 왔고, 앞으로도 결국 그렇게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의 선율 위에서 소년들이 밤하늘을 향해 쏘아 올린 다정함의 화살. 그건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장 푸르고 빛나는 소원이었다.
이미지 출처 : SM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