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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웃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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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떠올렸을 때 즐거움, 기쁨, 코미디 등 흔히 긍정적인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웃음에는 좋은 웃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회 속에서 각자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너무 지칠 때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때 우리는 웃음을 짓곤 한다. 바로 허탈한 웃음,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것이다. 또한 가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갑자기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주변의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왜 그래? 드디어 미쳤구나?”라는 농담일지도 모르지만 진심일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는 한다.

 

필자는 일주일 넘게 밤을 새우며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 필자 본인의 표정을 보며 주위 동료들은 말을 걸지 않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풀려 있는 얼굴은 마치 일에 잔뜩 치여 결국 ‘미침’의 단계에 이른 표정이었을 것이다.

 

미치광이의 웃음, 이 연극에서 말하는 웃음은 이런 것이 아닐까?

 

 

 

연극 '붉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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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일 전쟁의 비극 속에서 몰락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레오니드 안드레예프의 소설을 극으로 재구성한 연출가 김정의 신작 ‘붉은웃음’이 더줌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기존 원작의 ‘1904년 러일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지만 결국 세상을 등진 형과 그런 형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는 동생’ 그리고 ‘2024년 작은 원룸에서 홀로 쓰러져간 청년’과 ‘쓰러진 청년을 마주한 유품 관리사’가 시대를 초월해 한 명의 배우의 몸을 빌려 관객들을 만난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 겨우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형은 두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전쟁의 광기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는 고통을 글로 풀어낸다. 그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며칠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서 펜 놀림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그는 세상을 등진다. 이를 목격한 동생은 형이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에게 말한 ‘붉은 웃음’이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이미 떠나간 형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결국 그 ‘붉은 웃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2024년 대한민국의 작은 원룸에서 청년 한 명이 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방을 정리하러 온 유품 관리사는 청년이 세상에 남긴 유품과 유서를 통해 그가 겪은 차가운 세상 속의 무관심의 고통과 흔적을 마주한다.

 

연극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붉은 웃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여전히 세상에서 받는 고통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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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구성하는 소품(검은 비닐봉지 더미, 천장에 매달린 비닐봉지들, 모래와 재, 책상과 종이뭉치들)과 배우의 연기, 몸짓을 통해 다양한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1904년의 배경에서는 전쟁의 참혹함과 두려움의 고통,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전쟁 속 답답함을, 현재의 배경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무관심의 차가움과 좌절의 순간에서 겪는 복잡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을 말이다.

 

연극을 보며 필자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이 가득 차고 있었다.

 

‘현실이 곧 전쟁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회라는 전쟁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고 쓰러져간다. 왜? 왜 그래야 하는가? 이건 우리 자신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그리고 그 붉은 웃음은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가?'

 

홀로 외롭게 세상을 등지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같은 청년으로써 안타까움을 넘어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가지게 된다.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문턱에서 좌절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길을 손을 더듬어가며 어떻게든 걸어가며 살아간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손길을 주고 있는가? 그저 그렇게 넘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말로, 누구나 다 힘들고 어렵다는 말로 그들을 고독 속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의 선택은 현실에 대한 '도망'이라고 말이다. 필자는 이 의견에 대해 '도망'도 '용기'가 필요한 것, 그리고 그 '용기'는 그만큼 애썼다는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도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텨내고 버텨내어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어 살아가는 자의 용기가 '도망'이라는 결과로 변해버리는 이 사회에 대해 작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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