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다정한 온기를 선물해주는 도자기, 달사이로 문자영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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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브랜드 달사이로와 문자영 작가를 소개합니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달사이로라는 작업실을 운영하며 도자기 제품을 제작하고 일러스트 활동을 하고 있는 문자영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판매 작업 위주로 찾아뵙고 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 굉장히 오래 도자기를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SNS 첫 도자기 게시글이 17년인데, 도자기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를 먼저 여쭙고 싶어요.
저는 도자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원예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만들고, 그리는 것에는 항상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처음 아트워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3D를 배우기 시작하면서였어요. 96년도부터 그래픽 작업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사실 초반에는 3D 애니메이션의 시장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방황을 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후 웹이 등장하며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게 확장하여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제가 그쪽에 굉장히 몰입해서 작업을 해왔어요. 다행히 공모전에서 상도 받게 되어서 웹디자인이라는 분야에서 약 15년간 몸을 담고 일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회사는 게임 회사였어요.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작업도 굉장히 재미있어서 즐겁게 일을 했었죠. 그런데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는 와중에도 저는 갈증을 느끼고 있었어요.
게임 회사에서의 웹디자인의 경우 특정한 기획의 서포트 역할이었고 저는 저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특히 일을 하면서 함께 했던 동료들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며 굉장히 부러웠죠. 게임 회사에서의 디자인 일과 경제적 안정성도 만족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창작'이라는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저는 물성이 있는 것에 대한 흥미도 항상 있었어요. 웹 디자인이라는 것은 결국 모니터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이잖아요. 실제 만져볼 수 있는 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 번아웃으로 인해서 2개월간 휴직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드로잉이나 도자기 작업을 경험해 본 적이 있죠. 그래서 회사에서 퇴근하고 홀로 개인 작업을 하는 나날들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몰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몇 달을 고민만 하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야근을 하다 말고 실장님께 가서 ‘저 (회사를) 그만두겠습니다’ 하고 말했어요. 정말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내질렀던 것 같아요. 하하. 만약 이렇게 내지르지 않았다면 저는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저는 제가 도자기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무작정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알았다면 감히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종종 하고는 합니다.
-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느꼈던 도자기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생각한 대로 아웃풋이 나온다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하는 과정까지 제가 직접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모든 수공예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제품은 공장을 통해서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도자기는 제가 컨트롤하며 계속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 기존에도 물성이 있는 것에 흥미가 있었다면, 다른 물성을 접해본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도자기 외의 제품도 판매하신 적이 있는데.
맞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패브릭 제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 물성을 갖고 있는 것을 만들려면 그에 대해 잘 알고,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도자기 브랜드도 막 시작했던 저에게 다른 물성이 있는 제품까지 제작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특히 섬유 같은 경우에는 동대문 시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제가 알 수 있는 것들이 적었고, 인쇄를 해서 만들기에도 여러모로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한동안은 도자기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더 저의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처음 제가 도자기를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것이, 저는 저 스스로가 그저 ‘도자기 작가’로만 인식되고 싶지 않았던 것이거든요. 그래서 저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서 작품에 담아내고, 도자기 외의 작업도 그 이야기를 담아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도자기가 아닌 다른 제품으로도 확장해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공간이 따스해지는 도자기, 달사이로의 세계
- 작가님께서 처음 SNS에 올리신 작품과 최근 달사이로의 작품을 보면 그 스타일이 참 다른 것 같아요. 특히 푸른 계열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지금보다는 핸드빌딩의 느낌이 강한데. 이러한 변화는 어떤 흐름을 거치게 되었던 것일까요?
처음에는 정감 가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흔히 이야기하는 ‘손맛’을 담아내기 위해 핸드빌딩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했었죠.
그런데 계속 만들다 보니 조금 더 디자인적인 느낌이 강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깔끔하고 정형화된 느낌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캐스팅 기법을 배워서 현재는 캐스팅 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브랜드명 '달사이로'라는 이름을 짓게 된 것은 어떤 계기였을까요?
‘공간과 공간의 사이’로부터 파생되어 이야기를 뻗어나가고 싶었어요. 너와 나의 사이, 너와 고양이와 나의 사이, 공간과 공간의 사이 등 저의 도자기를 통해 개인과 개인을 엮고 싶다고 생각했죠.
특히 저희 제품은 선물로 구매해 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선물이라는 것은 이 제품을 보고 어떤 사람이 생각났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타인과의 사이를 연결 짓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기도 하죠.
이와 같이 저는 단순히 ‘예쁘다’가 아닌, 저의 제품으로 인해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고, 행복감을 받으며 누군가가 떠올라서 그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연결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이’와 ‘관계’에 대해 담아내고자 ‘달사이로’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 앞서 다른 물성의 제품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시며 달사이로 브랜드 안에 스토리를 담아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렇다면 달사이로에 담겨진 스토리를 소개해주신다면.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제가 키우는 고양이에서 시작했어요. 제가 묘련이라는 페르시안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거든요.
저의 작품은 전부 하얀색의 고양이인데, 그 친구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에요. 다른 분들께서 ‘다른 무늬를 가진 고양이들로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연락도 많이 해주시는데, 그래도 저는 묘련이로부터 파생된 '페르시안 흰 고양이'라는 저의 고양이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하나의 콘셉트만 이어 나가기에는 작품을 만드는 데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동물이나 존재를 추가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 마침 겨울에 어울릴 만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어떤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 생각하다 떠올린 것이 바로 ‘유령 고양이’였어요. 흰 고양이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겨울이라는 계절감과 잘 어울리는 오브제들을 제작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고스트캣’이라는 이름을 짓고, 이 친구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제작했던 것은 캔들 홀더였어요.
그런데 고스트캣 캔들 홀더를 정말 많은 분께서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셨어요. 그 모습을 보며 이 친구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고객님들을 찾아뵈어도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저는 드로잉 작업을 도자기와 별개로 해왔는데, 도자기와 저의 드로잉을 접목할 수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달사이로’라는 이름을 보면 사이,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오르잖아요. 이것을 띄워서 ‘달’, ‘사이’, ‘로’ 라고 이름을 붙여서 캐릭터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달이라는 이름의 소녀와, 사이라는 이름의 잔망스러운 고스트캣,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존에 제작했던 고양이에게 로라는 이름을 붙여서 작업을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 앞서 달사이로는 '누군가를 떠올리도록 하는 제품'이라고 해주셨어요.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달사이로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어떤 사람이 떠오를 것 같나요?
1차원적으로 접근을 하자면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죠. 저는 오프라인 샵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고객님들과 주된 소통 창구는 온라인상의 후기인데, 대다수의 후기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지인을 위해, 혹은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을 위해 구매했다’고 말씀해 주시거든요.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보자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분일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에는 인테리어, 데스크테리어 등이 크게 유행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책상을 꾸미고, 방을 꾸미는 분들께서도 제 제품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 달사이로가 있는 공간은 어떤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달사이로의 제품이 있는 공간은 다정해지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실제로 저도 저의 제품을 보면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거든요. 물론 쨍하고, 멋진 제품들도 참 좋다고 생각해요. 그만의 유니크함과 매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역시 하얀 고양이에게 담긴 ‘다정함’인 것 같아요.
그리고 스토리가 담긴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홀더'를 만든다고 할 때도 단순히 고양이만 놓는 것이 아닌, 고양이가 직접 인센스 홀더를 들고 있는 등으로 포즈를 취하도록 제작하거든요. 그렇게 아주 사소하게라도 저의 제품이 생명력을 얻고,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얀 고양이 도자기 달사이로의 제품들
- 도자기 제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내가 이 제품을 사고 싶은가’를 가장 중요시해요. 과연 나라면 이것을 내 책상 위에 놓고 싶은지,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처음 핸드빌딩을 하다가 캐스팅 기법으로 넘어간 이유 중에는 이에 대한 이유도 컸어요. 꾸미기에 관심을 많이 갖고 계신 분들께서 저의 제품을 보고 ‘나의 공간에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깔끔하고 디자인적인 느낌이 강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모든 제품을 제작할 때 실제로 저의 책상에 올려보거나 제가 사용하는 순간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 작가님께서 지금까지 제작해주셨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초기에 제작했던 <향을 들고 있는 고양이> 작품이에요. 향을 들고 있는 고양이를 손으로 주물럭거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렸었거든요. 그런데 그 고양이가 정말 못생겼어요. 하하. 지금 판매하는 것은 디벨롭을 거쳐서 많이 예뻐졌지만 초기에 만들었던 모습은 정말 못생겼는데, 저의 마음을 너무나도 평온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어떤 분들께서 그 작품을 보시고 ‘구매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샵도 없고, 당연히 온라인 입점이 되어있던 시기도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저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연락을 주시는 분들을 보며 정말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내가 만든 것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 구매해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고, 조금 더 본격적으로 판매를 진행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첫 작품이 가장 애착이 많이 가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저의 처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서 달사이로의 집약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 번의 디벨롭 과정을 거치며 모양이 조금 바뀌기도 했지만 그 안에 담긴 저의 추억과 마음은 그대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저의 작품을 만들면서 항상 꾸준히 하는 생각이 있어요. ‘작품의 완성은 후기다’라는 것이에요. 작품을 구매해 주신 분들께서 그 작품을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사용해 주셨는지까지가 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유독 특별한 후기를 많이 적어주셔서, 더욱 마음이 갑니다.
- 작품의 완성은 후기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참 좋아요. 특별한 후기들을 많이 적어주셨다고 해주셨는데, 혹시 작가님의 마음에 남는 후기가 있다면 공유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향을 들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정말 많아요.
저는 달사이로를 소개할 때 항상 ‘소소한 일상에서 위안과 편안함을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는데, 어느 날은 정말 바쁘게 일하시는 분께서 저의 작품을 사용해 주시며 그 위안과 편안함을 온전히 느꼈다고 써주신 적도 있어요. 그때 정말 마음 깊이 그분의 후기가 와닿았어요.
또, 어느 날은 구매자분께서 함께하셨던 페르시안 고양이 고양이별로 갔는데, 저의 작품을 구매해서 그 친구를 기억하고 싶다고 말씀해 주신 적도 있어요. 그 친구의 생일마다 저의 작품을 사용하여 그 친구의 생일을 기념하고 축하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저까지 힘을 받을 수 있었던 후기에요.
그래서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이 작품이 아주 작게라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향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고객님들도, 그리고 저도 정말 사랑하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달사이로의 스테디셀러도 역시 <향을 들고있는 고양이>일까요?
<향을 들고있는 고양이>도 정말 많이 사랑을 받고 있지만, 스테디셀러로는 고스트캣을 함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어떠한 아이디어를 담고 그것을 실제로 제작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고민이 들어가는데 고스트캣은 제작할 때는 유독 정말 즐겁게 제작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솟아났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향을 들고 있는 고양이>는 제가 참 좋아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뚜렷한 특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고스트캣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 특색이 옅어 디자인적으로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달사이로'에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잘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 오랜 시간 도자기로 제품을 제작해오신 만큼 제작 과정에서의 재미있었던 추억도 있으실 것 같은데.
하하 맞아요. 특히 <고스트캣 캔들 홀더>를 만들 때, 정말 의외의 부분에서 과학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던게 생각나요.
사실 처음에 고스트캣 캔들 홀더를 만들었을 때는 입을 벌리고 있는 형태가 아니었어요. 그저 눈코입만 간단하게 있었죠.
그런데 디자인을 다 하고, 샘플을 만들어서 캔들을 켜봤는데 불이 안 붙는 거예요. 산소가 들어가야 불이 붙는데 구멍이 너무 작았던 거죠. 그런데 구멍을 더 크게 만들기에는, 이 단순한 디자인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뒤에 따로 입을 크게 벌릴 수 있도록 구멍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불이 크게 번져서 위의 천장이 새카맣게 타버린 거예요. ‘열이 밖으로 못 나가서 그렇구나’ 깨닫고 위에도 구멍까지 뚫어서 간신히 완성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정말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입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정말 생각도 못 했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해결했을 때 너무너무 기뻤거든요.
결과적으로 앞 뒤 다른 모습이 고스트캣 캔들 홀더의 특색이 되었고, 또 이 부분을 구매하시는 분들께서 맘에 들어하셔서 참 재미있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 워낙 아이디어가 많으시다보니 아직 제작하지 못했지만 제작해보고 싶은 작품도 많을 것 같아요. 가장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저는 현재는 작은 소품 위주로 제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식물을 담을 수 있는 화분 종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 샘플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기존에 제작하던 것들은 캔들 홀더, 인센스 홀더 등이다 보니 가을과 겨울에 떠오르는 제품이 많더라고요. 사계절 내내 고객님들 곁에서 위안을 드리기 위해서는 봄과 여름을 알리고, 그 계절에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지으며
- 작가님께서 달사이로를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만큼 흘러온 순간에서의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명 '슬럼프'라고도 하죠. 작가님의 슬럼프 극복 순간이 있었다면.
저는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모든 순간이 꾸준히 저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술이나 도자기를 전공하지 못해서 처음 시작했을 때 저의 스타일을 확립하는 과정이 참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저는 100일의 프로젝트를 홀로 진행해 보기도 했어요. 100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무엇이라도 좋으니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었죠. 그리고 100일 후에 그것을 한 번에 모아서 살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때 저는 ‘100일 동안 나의 스타일은 여러 번 바뀔지도 모르고, 나의 부족함이 해소가 될지 안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100일간은 꾸준히 해보고, 100일 후에 그것을 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는 그림은 매일 그리지만, SNS에 매일 업로드 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하하.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자는 마음으로 현재까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는 도자기 계정 외에도 드로잉 계정이 따로 있는데, 계정을 분리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어요. 누군가의 시선에서 신경 쓰지 말고 오롯이 제가 나아갈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요. 그런데 계속 꾸준히 올리다 보니 많은 분들께서 지켜봐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고민해 보고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제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 보다 세심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죠. 나는 어떤 것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대중들은 어떤 것에 특히 공감하는지 등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는 오래 활동해 왔지만, 특별하게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생각하지 안항요. 그저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달사이로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작가님만의 원동력도 여쭤보고 싶어요. 특히 회사에 다녔던 만큼, 자영업을 하면서의 고충이 더욱 크게 와닿을 것 같거든요.
물론 있었어요. 과거의 저는 안정적인 회사에 다녔었기 때문에, 그때의 추억이 떠오를 때도 많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달사이로에 계속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도 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너는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거니, 아니면 미련 때문에 계속 여기에 있는 거니’ 하고 말이에요.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도 있잖아요. 힘들 때마다 그에 대한 고민을 해왔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하여 내린 결론은 저는 이 브랜드를 통해서 아직 많은 작품을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고, 이 브랜드를 완성하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날이 되면 결국 만들고 싶은 것들이 계속 생각나고, 실내 사진을 봐도 저의 제품이 어떻게 배치되면 예쁠 것 같은지에 대해서 계속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그 창작 욕구와 함께 저를 지켜봐 주시는 고객님들의 곁에서 저는 조금씩이라도 달사이로의 이름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 최근 브랜드 달사이로, 그리고 작가님께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달사이로를 명확하게 하는 것, 저를 알리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인가 고민할 때가 많은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이 듣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달사이로가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에 관한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이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줄지 구체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판매 중심으로 나홀로 작업을 하다보니 주변의 흐름과 변화를 바로 파악하지 못할때가 많아요. 그래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트랜드와 마케팅에 대해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을 위해 SNS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세상의 흐름에 따라가며 많은 분이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해서, 오래오래 고객님들의 곁을 찾아뵙고 싶어요.
-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달사이로의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달사이로가 조금 더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매력적인 브랜드가 되어 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오프라인 샵을 갖는 것이 현재의 목표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브랜드의 이미지대로 그림과 제품이 놓여져 있고, 고객님들께서 직접 방문해서 저의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저와 소통 할 수 있는, 좀 더 욕심을 갖자면 그 동네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공간을 꾸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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