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건 아마 3년 전 가을 무렵이었을 거다.
왜 듣게 되었더라?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라디오 선곡인가. 아니면 유튜브에 쟁쟁했던 플레이리스트 영상을 틀어두다가?
아무튼 우연히 접하게 된 넬의 이 노래에 난 단번에 매료되고 말았다. 가사를 뜯어보면 이렇다.
뭐해 나 지금 근처에 와있는데 우리 잠깐 만날까
그때 마지막 본 게 언제였는지
너무 오래된 듯해
요즘엔 다 많이들 바쁜가 봐 보기 힘들다
한땐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본 것 같은데
오분 뒤에 봐
우리 자주 가던 그래 거기서 만나
정말 이러다 일 년에 몇 번도 못 볼 것 같아
그래 얼마 전 그곳에 갔었는데 우리 생각나더라
그땐 우리가 남들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엔 다 이런 건가 생각하니 좀 슬퍼
애써 담담한 척 난 누굴 속이고 있는 걸까
오분 뒤에 봐
우리 자주 가던 그래 거기서 만나
정말 이러다 죽기 전에 몇 번 못 볼 것 같아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을 만큼
정신없이 지내고 있기는 한데
계속 맘 한 켠이 텅 빈 것 같고 좀 그래
채워지지가 않아
오분 뒤에 봐
우리 함께 자주 가던 거기서 만나
정말 이러다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너무 후회할 것만 같아
요즘 들어 난 많이 그립더라
그때의 우리가
“오분 뒤에 봐”
뭐 그리 하고픈 말들이 많았는지
밤이 늘 모자랐지.
“오늘은 꼭 만나”
난 사실 가사보다는 멜로디를 위주로 노래를 고르는 편이라 이 노래를 수없이 들었음에도 가사를 세세히 곱씹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내용이 뻔한 구구절절 이별 노래라고 생각한 건 내 오만이었던 것이지. 넬이 전하는 이는 다름 아닌 ‘옛 친구들’이었다.
밴드 넬의 보컬인 김종완은 가사가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 씁쓸함 같은 것들을 담았다고. 이제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몇십 년 안 남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쓴 곡이라 전했다.
그러니까 헤어진 연인에게 ‘지나가다 생각나서 연락했어. 보고 싶어.’ 이런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 깊은 이야기와 명확한 의도를 들으니 마음 한편이 더 아파지는 건 왜일까. 내가 최근 절절히 느끼는 감정들, 상황과 같았기 때문이다.
흔한 이사 한번 없이 난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한동네에서 살아왔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냈고 유치원부터 학교 학원을 내내 손잡고 다니며 다녔던 친구들. 난 그 친구들을 ‘아기 친구들’이라고 불렀다.
우리 집, 그리고 너희 집, 그다음은 너희 집. 돌아가며 같은 이불을 덮고 파자마 파티를 했고, 아침에는 아쉬운 마음에 구깃구깃해진 내복을 만지작거리며 어머니가 해주신 김 모락모락 아침밥을 먹고 난 후에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후 다른 학교를 진학하고 그 학교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다. 서로의 비밀을 입 꾹 닫고 무덤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한 중학교 친구와 아직도 자매들이라고 부르는 내 9명의 소중한 고등학교 친구들까지. 그 그리운 친구들의 얼굴은 타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 거의 볼 수 없게 되었다.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말 못 할 일들까지 제 이야기인 양 항상 조잘거리던 반쪽 같은 애들을 볼 수 없다는 일은 참 씁쓸한 일이다. 겨우 잡은 약속이 “나 일 있어서 못 만날 것 같아. ㅜㅜ”라며 흩어질 때면 그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함께 일상을 공유하자고 만든 인스타그램 계정에 각자의 근황이 점점 뜸해져 이미 봤던 사진만 만지작거릴 때, 스크롤을 아무리 올려봐도 더 이상 올라오는 글이 없을 때 문득 우리도 이렇게 끝나는 관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울적하기도 하다.
노래의 끝으로 갈수록 멜로디는 고조되며 김종완은 유려하게 노래한다.
[요즘 들어서 난 많이 그립더라 그때의 우리가 “오분 뒤에 봐” / 뭐 그리하고픈 말들이 많았는지 밤이 늘 모자랐지. “오늘은 꼭 만나”]
새로운 관계가 생겼지만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말 못 할 일들이 생기면 내 어린 친구들이 생각난다.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그랬는지, 약속을 미루고 일에 집중하던 내 지난 모습들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앞으로 더 뜸해져 빛바랜 추억으로 남을 우리가 영영 서로를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그리면 마음이 급해진다.
재잘거리며 줄곧 가던 은행나무 밑을 회상하며 오늘도 이 노래를 듣는다. 더 늦으면 정말 후회할지도 모른다. 오늘은 꼭 연락할게. 우리 오늘은 꼭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