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Do EUR♡PE me? – 바르셀로나 편 [여행]

1년 만에, 여행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법
글 입력 2024.08.1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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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자식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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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일본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식으로 풀어보면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착한 놈 매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다. 그만큼 여행은 마냥 행복한 경험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고, 여행길에 올라서도 익숙하지 않은 문화 속에 섞여 든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행을 모험이라고도 부른다. 낯선 곳에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는 건 설렘이자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공항에 발을 딛을 때까지 몰랐다. 아니 알아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평소 즉흥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으로 중요한 결정은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내리는 게 미덕이라 생각했던 오만함이 문제였다. 여행지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가면 그 즐거움이 반감된다고까지 생각했다. 요리하면서 음식 향을 맡으면 완성됐을 때 이미 물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얄미운 생각이었다. 동행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인데. 누군가는 여행 코스를 세워야 하고, 필요한 예약금을 미리 지불해야 한다. 내가 싫은 건 남들도 싫다. 그런 간단한 사고 과정을 거치지 못할 정도로 미숙했다. 여행 경험이 적어서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건 구실 좋은 핑계다. 나는 단지 과정 없이 결과만 얻고 싶은 얌체 짓을 한 것일 뿐. 책임 없는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오히려 더 많은 서치와 소통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지 꼭 1년 만에 깨달았다.

 

 

 

마시멜로를 먼저 먹어 버렸다 


 

우리가 도착한 호텔은 객관적으로 꽤 괜찮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항공과 숙박 중에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평불만은 존재했다. 엘리베이터가 느리다, 콘센트를 꼽을 곳이 적다, 샤워 가운을 매일 갈아주지 않는다… 입을 대면 모든 곳에 꼬투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태도는 내가 눈치챌 수도 없을 정도로 천천히 기분을 좀 먹는다. 이국적인 풍경을 눈에 담을 시간도 모자라는데 구석구석을 따져가며 관리인처럼 구는 건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자고 발끝을 비비는 행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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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바깥으로 내 도는 일정이 많았던 지라 그 부정적인 기운은 바르셀로나의 강렬한 태양 빛에 씨가 말라 버렸다. 내가 관념적으로 상상하던 유럽의 모습이 그대로였다! 여유로운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재즈 버스킹을 하고, 비눗방울을 불어대면 아이들이 주위를 뛰어다닌다. 그 거리를-차려입은 관광객 같은 차림의-내가 걸어 다니면 마치 오드리 헵번이라도 된 것 같았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 대며 오늘의 인스타 스토리도 문제없다는 영양가 없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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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랴, 고양이가 생선 가게를 맡으랴. 물론 촘촘한 계획을 세워 놓아도 딴 길로 새기 마련이었다. 판타지 속 마법 상점처럼 신비로운 가게를 발견할 때마다 고민할 새도 없이 들어갔다. 할 수 있는 말이 ‘Hola(올라)’, ‘Gracias(그라시아스)’ 두 마디밖에 없으니 이방인인 내가 그들과 경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주문인 것처럼 열심히 외쳤다. 갸륵한 마음이 그들에게도 닿았는지 낯선 동양인인 나를 홀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얄팍한 자신감이 붙자 이곳저곳에서 기념품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내 파리에 가면 더 예쁜 기념품들이 많을 거야 마음을 억누르며 지갑을 닫았다. 그게 나의 첫 번째 패착이었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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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스페인의 음식은 쓸데없이 까다로운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느끼함 없이 신선하고 담백했다. 예전엔 누가 ‘이건 현지의 맛이랑 차원이 달라-’ 하는 말이 잘난 척처럼 들리곤 했다. 그러나 그게 어느 정도는 진실이었음을 느끼게 됐다. 정말 한국에서 먹던 판콘 토마테, 빠에야, 꿀대구와는 맛이 달랐다. 경험해 보지 않았다면 평생 그 사람을 잘난척쟁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로 괜히 혼자 배배 꼬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재단하는 나쁜 습관이 줄어들었다. 귀를 닫고 상대를 노려본다고 나한테 좋을 것이 하나 없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팁 문화는 전혀 적응이 안 됐다. 호텔 테이블에 3유로를 놔두면 가져가지 않기도 하고, 식당에 앉은 자리에서 계산 후 나설 땐 얼마를 두고 와야 하는 건지 가늠이 안 됐다. 눈치껏, 상황에 따라 행동하는 건 어렵다. 특히나 한국에서도 지나치게 솔직하고 단순한 내게 익숙한 계산법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문화가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강요받지만 않는다면, 내가 받은 서비스에 따라 다른 금액을 지불하는 건 보다 유한 방식으로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지 틀린 방식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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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물이 유명한 동네다. 네모의 꿈처럼 반듯한 회색빛 직육면체 건물에 절여진 나에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화려한 패턴에 정형화되지 않은 건물이 이질감 없이 도시에 녹아든 풍경은 그야말로 상상 속 도시 같았다. 그러나 스페인이 내게 가장 좋은 기억을 심어준 이유는 다름 아닌 온난한 날씨와 그에 걸맞은 현지인들의 무심한 환대였다. 동물원의 신기한 생물체 보듯이 쳐다보지 않았고, 그저 그들 중의 한 사람으로 지나쳐 갔다. 어쩌면 최선의 환대는 부담스러운 관심보단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당연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텐데. 우리는 그것을 14시간 거리의 낯설고 아름다운 땅에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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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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