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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소나기가 금방 그치는 이유

그리운 우리집

by 김윤 에디터
2024.08.10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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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샤워 커튼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이모, 저예요. 저 이제 들어가요! 들어가서 양치할게요!” 샤워를 마치고 조카에게 물었다. “어쩜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해? 그냥 들어와서 양치하면 되지 왜 이모한테 알려주는 거야?” 조카가 고개를 위로 젖혀 대답한다. “이모 놀랄까 봐. 전에 이모 샤워 중에 들어갔다가 이모가 꺅 했잖아요.” 조카의 속 깊은 배려.

 

김치, 나물, 고기를 가득 먹은 냉장고가 샐러드, 치즈, 빵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며칠 연속으로 한식을 먹어 부담된다는 나의 말을 기억한 듯 언니가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한다. 멕시칸스럽기도 인디안스럽기도 한 저녁 메뉴. 난으로 야무지게 쌈을 만들다가 접시에 내려놓는다. 한식을 가장 좋아하는 언니가 한식을 고집하지 않는 동생을 위해 달리한 식탁이 보인다.

 

운동을 쉬어서인지 온 몸이 뻐근하다. 아무리 뒤척여도 허리와 골반이 아프다. 이불과 베개를 돌돌 말아 두 팔로 안아 들었더니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을 파묻고 터벅터벅 복도로 향한다. 아직 깨어있던 형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어버버버..” 대충 거실에서 자겠다는 뜻이다. 15분쯤 지났을까. “이대로 자면 추워.” 거실 바닥에 웅크린 나를 깨우더니 패드를 깔아준다. 폭삭하다. 침낭 때문만이 아닌 것 같다.

 

얕은 잠에 빠졌을 무렵 눈꺼풀 위로 그림자가 진 느낌이다. 실눈을 뜨니 낯익은 얼굴이 코앞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빤히 나를 관찰하는 강아지. “쵸코야 뭐해? 안 잤어?” 심장 멎을 뻔. 놀란 나를 안심시키듯 귀를 팔랑거린다. 킁킁 냄새를 맡고 핥더니 디귿자로 눕는다. 밤사이에도 나를 걱정하는 걸까.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밤새 내 옆을 지킨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반기고 지키는 느낌이다. 왜 전에는 몰랐을까. 가까이 살 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행복에 겨워서 느낄 새가 없었나 보다. 무엇이든 잃어봐야 지나봐야 아는 것 같다. 이제라도 보여서 다행이다. 계속 함께하면 좋겠는데 다시 떨어져야 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으로 다시 떠나야 한다. 모든 것을 나의 힘으로 일어서야 하는 곳으로. 또다시 날아갈 생각을 하면 좋다가도 시큰하다. 눈앞에 있어도 그립다.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은 먹구름이 소나기를 데려올 때가 있다. 가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실망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몇 년을 내가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소나기가 내릴 때마다 옹기종기 모여든다. 나를 이해한다는 듯 엉덩이를 들이미는 강아지, 눈웃음과 보조개로 한껏 웃어 보이는 조카, 툴툴거리며 가슴으로 조언하는 형부, 공감하느라 눈코입이 붉게 물드는 언니 등. 특히 장난기 많은 막내 조카의 한 마디가 울림을 준다. “(잘못해도 신은 우리에게) 만 번의 기회를 주시죠.” 가정 예배 중 내가 부끄럽고 두려운 마음을 내비쳤을 때 코 찡긋하며 나를 웃게 한다. 이들을 보쌈해서 데려가고 싶다.

 

톡. 톡. 톡. 아침부터 조카가 손가락으로 내 미간을 두드린다. “이마에 동그라미 이거 뭐예요 이모?” 뭐지 뭐가 묻었나. “아, 이건 구멍이야. 모공이라고들 하지. 피부가 숨 쉬는 구멍.” 평소에 모공 관리 좀 할 걸 그랬다. 조카가 곰곰이 생각하고선 진지하게 물어본다. “이모는 이마로 숨 쉬어요?” 민망함과 귀여움에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고 또 보러 올게.” 왠지 모를 미안함도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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