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레인의 반짝이는 일상을 엿보다 - 더 발레리나

글 입력 2024.06.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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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1).jpg

 

 

이 넓은 세상, 수많은 장소가 존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오늘을, 각자의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자신만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장소에서 수많은 '오늘'이 존재함에도 나는 오직 나의 '오늘'만을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 그 사실이 때로는 굉장히 아쉽고 때로는 슬프게도 느껴진다.

 

특히 공연을 좋아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공연 이후의 공연자의 일상이 특히 궁금하다. 공연은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만나는 순간, 무대 위의 사람들은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는 존재들. 수 백 번, 수 천 번 연습했을 그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관람객들에게는 오직 그 한 두 시간만으로 굉장히 한정적이기에, 멋진 공연을 보고 나오면 아까 무대 위에서 반짝였던 사람들의 무대 아래에서의 삶이 문득 궁금하기도 하다. 마치 엔딩이 난 드라마나 영화 속 프레임 밖의 배우들의 삶이 궁금하듯이 말이다.

 

공연은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을 만나는 순간, 무대 위의 사람들은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유독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도 우리처럼 일상을 보낼까. 반짝이는 모습만이 아닌, 기대하고 좌절하는, 즐겁고 힘든 순간들이 존재할까.

 

유니버설발레단은 기꺼이 발레인들의 일상을 우리에게 공유해준다. '백조'로 이야기되는 발레인들이 우아한 백조로 보이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얼마나 열심히 물장구를 치는지 말이다.

 

항상 무대 위에서 빛나는 모습만 봐왔기에, 그들이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조언을 받고, 연습하는 모습이 나에게는 매우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들 또한 타인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홀로 스스로 연습하는 궂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미지의 세계를 견학하는 것만 같은 마음으로 나는 그들의 일상을 꼼꼼히 가슴에 새겼다.

 

 

The Ballerina(하남)-ⓒ Universal Ballet_Photo by Kyoungjin Kim (99).jpg

 

 

특히 이번 공연은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온 것은 '무대' 위에서 조차 '무대 밖의 발레인'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내가 뮤지컬이나 연극에 빠져있을 때, 많이 찾아본 것들 중 하나는 '대기하는 동안 엿보였던 그들의 모습'이다. 감정선을 위해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는 배우의 모습, 무대 뒤로 들어가다가 삐끗하고 넘어질 뻔한 그들의 모습, 동료 배우와 장난 치는 그들의 모습. '연기하는 배역'으로 존재하는 그 순간에도 '본인'으로 존재하는 찰나.

 

이번 공연에는 오른쪽의 가림막을 의도적으로 없앴다. 그로 인해 보통 가림막에 숨어 다음 무대를 준비하던 대기자들의 모습을 관람객들은 생생히 볼 수 있었다. 무대 위로 뛰어가기 전 심호흡하고, 스트레칭 하고, 동료와 이야기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엿보며 그들에게 역시 관람객은 알 수 없을 오늘과 일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The Ballerina(하남)-ⓒ Universal Ballet_Photo by Kyoungjin Kim (71).jpg

 

 

나는 이번 공연을 가격에 비해서 양이나 질이 만족스러움을 표현하는 은어를 활용해 '혜자' 발레 공연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관람객은 이 짧은 공연 안에 발레인들의 일상, 그리고 발레인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 유쾌함도, 서글픔도 함께 볼 수 있다. 평소 목소리를 숨기는 발레인들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그들과 연기자로서의 그들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모습을 동시에 마주하며 발레인의 노력을 다시금 확인하고 그들의 공연에 감동받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오늘을, 각자의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들의 오늘과 그들의 최선을 조금이나마 공유해준 유니버설발레단과 공연 <더 발레리나>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우리의 순간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했을 발레인들의 땀에 대한 응원을 보낸다.

 

 

[김푸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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