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다시 시작합니다. 나는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드라마]

글 입력 2024.06.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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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합니다. 나는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알려진 동조자가 쿠팡플레이에 전편 공개되었다. 스파이범죄시리즈물인 리틀드러머걸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 다수를 좋아하기에 이번에도 그의 작품을 즐겁게 감상했다.

 

동조자(2024, 박찬욱,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마크먼든)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3편은 박찬욱, 4편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5-7편은 마크 먼든이 감독을 맡았다. 세 감독만의 특징이 두드러지면서 하나의 기틀을 유지하는 동조자는 시리즈가 시사하는 바와 맞닿아 있다.

 

동조자는 한 전쟁을 바라보는 각 나라의 시각, 그리고 그 속에 있는 개인과 이를 재구성하는 문화예술을 그려내고 있다.  “다시 시작합니다.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죠. 나는 남측에 잠입한 공산당 첩보원이었습니다.”로 포문을 열고 있다. 1970년대 베트남전쟁시기, 전쟁의 현장에 있던 개인의 자술서를 바탕으로 미국, 북베트남, 남베트남의 입장이 되어보고 마침내 개인의 입장으로 사건을 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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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재현과 진실 사이에서


 

동조자는 크게 재교육 독방에서의 삶 그리고 과거 비밀경찰, 스파이의 삶으로 나눌 수 있다.

 

독방에 갇힌 그는 주관적으로 조립하고 싶은 과거를 풀어가면서 실제 사건을 재현하는데, 1년간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린시절 친구들과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부터 스파이이자 비밀경찰시절의 활동과 그를 구성하는 트라우마까지 전달하며 무고함을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스스로 정하는 자술서의 시작과 끝은 솔직함을 가장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미국 유학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기억에서 잊어버린다. 명령을 들어야만 죄책감을 덜고 살인을 저지르는 면모같이 그의 거짓된 모습은 숨기고 싶어도 새어나온다. 삶은 달걀 노른자와 닮은 모양만 봐도 트라우마로 괴로워하지만 그는 만두를 스파이 용의자로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며 또다른 트라우마를 만든다. 베트남영화자문을 맡아 어린시절을 회고하면서 그는 유형의 무언가를 잃었음을 깨닫는다. 나 자신을 잃었다는 것을 체감한 이후에도 그는 소니를 제거하고 트라우마와 방종함 사이를 거닐고 있다.

 

시청자는 대위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흩어진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지만 실제 사건과의 간격, 연극, 영화로의 재현과 실제 사건 사이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배우의 연기 자체가 하나의 막이라고 보면 시청자는 재현 속의 재현 속의 재현, 즉 3막,4막을 지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의 메소드를 의심한다. 점차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기억과 영화, 연극 그리고 이 시리즈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애초에 진실이 없는 픽션에서 시리즈자문가가 되려는 시청자들이 스스로 아이러니를 발견하고 진실처럼 보였던 것들을 이야기 자체로 감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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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를 떠도는 귀신 


 

그는 시리즈의 끝까지 그의 이름을 불리지 않고 항상 대위 혹은 비밀경찰으로 불린다. 이름 모를 그는 장군에게서 남베트남의 방식을 배우고 클로드에게서 미국의 방식을 배우면서 북베트남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어떤 것의 반절이 아니라 모든 것의 갑절의 역할을 해내지만 스스로를 반절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위는 여러 집단에 속해있으나 어느 곳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

 

스파이로서 비밀경찰목록을 빼내고 비밀서신을 보내도 두더지취급을 받는다. 미국을 사랑한다며 “집”이라고 불리는 베트콩에 오지 못 하게 한다. 그는 비밀경찰 시절에도 장군의 집에 살았고 이민자의 땅에서도 본과 함께 살았다. 온전히 혼자만의 집을 가졌던 것은 1년간 갇혔던 재교육실 독방뿐이었다. 그는 독방에서의 시간으로 자신이 두 세계를 떠도는 귀신이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대조적으로 극중 다른 인물들은 이름을 가졌으며 각자의 성격을 띄고 있다. 남베트남의 정신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장군과 본은 미국에 이송된 이후에도 조국수복정책을 실행하여 조국을 되찾고 싶어한다. 장군의 딸 란은 자유로운 미국의 정신에 매료되어 예술활동을 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그의 여자친구였던 소피아는 미국인의 마인드를 드러내는 동양인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매사에 솔직하고 싶어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cia요원, 정치인, 동양학과교수, 영화감독, 대위의 아버지까지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서양영화에서 동양인역할을 행하는 방식을 표방함과 동시에 다섯 명이 갖는 공통적인 이미지가 있음을 표현한다. 동양인을 존중하는 척 미국의 우월의식을 드러내며 미국이 지니는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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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과 자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동조자에서는 “독립과 자유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와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구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 구호들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나누지 않는다. 집단을 결합시킬 구호일 뿐이다. 의형제는 구호와 피를 나눈 맹세로 서로를 지켜주기로 결심했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각각 자신의 집단을 수호하고 있다. 이처럼 극중 인물들은 “신념"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시리즈 말미에서 말하듯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보다 더 우위에 점해 있는 것은 “없음"이다. 대위는 1화부터 7화까지 자신의 역할을 밝히는 것과 별개로 그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오롯이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 어느 순간부터 목적을 잃고 전진하던 그는 자신이 고른 역할이 무엇이든 그것이 자신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신념과 명예와 의무가 "있음"의 세계 끝에서 "없음"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이제 그는 스스로를 위해 다시 쓰고 다시 살고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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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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