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lage를 따라서] 부드럽고 달콤한 꽃, 무화과

글 입력 2024.03.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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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無花果). 꽃이 없는 과일이라는 뜻의 무화과는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한 과일이다. 인류가 최초로 재배를 시작한 과일 중 하나로 지중해 지역에서 시작되어 꽤나 오래전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무려 동의보감에도 등장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럼에도 사과, 배처럼 익숙하지는 않은 과일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계절과일로 무화과를 이용한 디저트가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생무화과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무화과가 어떤 맛인지는 둘째로 하고 어떤 향이 나는지도 명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묘한 매력으로 무화과 노트의 향수들은 꽤나 인기가 많다. 이런 무화과에 대해 알아보자.

 

무화과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진 과일이다. 최초의 재배 과일이라는 명예 이외에도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자주 등장한다. 그와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 과일이기도 한데, 그중 하나는 성경의 에덴동산이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먹고는 수치심을 알게 되어 나뭇잎으로 몸을 가렸다고 전해진다. 이때 몸을 가릴 때 사용한 것이 무화과 잎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와 함께 선악과 역시 무화과가 아닐까 하는 재미있는 추측도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로마의 기원에 담겨있다. 멀고 먼 옛날 상속권 싸움에 휘말린 쌍둥이 갓난아기 형제는 바구니에 담겨 강에 버려진다. 물살에 떠내려가다 멈춘 바구니 속 쌍둥이 형제는 신비롭게도 암컷 늑대의 젖을 먹으며 살아남게 되고 이후 그중 한 명인 로물루스가 로마를 건국했다. 이 이야기 속 형제가 젖을 먹던 곳이 바로 무화과나무 아래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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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무화과의 향은 어떨까? 무화과는 우리가 흔히 ‘과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상큼함 혹은 시원함과는 전혀 다른 향을 풍긴다. 무화과의 과육 자체는 향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그 대신 무화과를 먹을 때 느껴지는 ‘맛’에서 향을 느낄 수 있다.


무화과 과육의 가장 기본적인 맛과 향은 달콤함 그리고 부드러움이다. 과일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신맛은 전혀 없다. 이를 따라 향수 속 무화과 향 또한 흡사 코코넛이나 크림이 떠오르는 부드러운 느낌으로 표현된다. 여기서 좀 더 생무화과에 가까운 향에는 그린(Green)노트를, 디저트 속 무화과나 말린 무화과에 가까운 향에는 코코넛, 바닐라와 같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노트를 추가한다.


그러나 무화과에 이런 부드러운 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생무화과 노트가 들어갔다고 이야기하는 향을 맡아보면 알 수 있는데, 그 안에는 달콤함뿐만 아니라 톡 쏘거나 날카로운 향도 분명 존재한다. 바로 무화과의 껍질과 잎사귀의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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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잎의 향은 흔히 그린(Green) 하고 메탈릭(Metallic) 하다고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린’한 향이라는 말을 들으면 시원한 숲내음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그린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쉽게 이해하자면 잔디를 깎을 때 맡을 수 있는 풀냄새와 유사하다. 풀 비린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 향으로 진해지면 지릿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적절한 그린 노트가 향에 들어가면 생동감과 매력을 더해준다. 메탈릭 노트는 말 그대로 ‘금속적인’ 향을 의미한다. 금속의 번쩍이며 날카로운 성질을 닮은 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화과의 매력은 바로 이런 복합적인 향에 있다. 단순히 하나의 느낌을 주는 향이 아닌, 상반되는 노트의 향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코코넛, 꿀, 바닐라, 크림의 부드러운 달콤함과 나무껍질, 풀, 흙의 자연스러운 질감이 더해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무화과의 독특한 향이 완성된다. 무화과 향은 대부분 합성향료로 만들어지기에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특정 무화과를 표현하기에도 용이하다.

 

무화과의 달콤함을 원한다면 껍질이나 잎사귀를 표현하는 향료를 줄이면 된다. 다양한 분위기의 향수에 무화과가 어울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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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유난히 무화과가 자주 등장하는 경우는 바로 지중해를 묘사하는 향을 만들 때이다. 지중해와 그 인근이 원산지이기도 하거니와, 무화과 특유의 진득하고 부드러운 달콤함이 내리쬐는 햇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비옥한 토양과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과일에서는 농축된 영양분의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를 표현하기에 무화과는 아주 매력적인 노트다.


무화과는 여전히 누군가에겐 익숙하지 않은 과일이다. 하지만 요즘엔 무화과 철이 되면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무화과를 먹어본 후엔 향수에서 무화과 노트를 알아채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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