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첫 독서 모임 진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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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30의 도서 구입비가 역대 최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쉬는 날의 의미없는 스크롤링과 사고의 부재에 불안을 느끼던 때였어요. 저녁에는 스무살 때부터 한 달도 빠짐없이 만나던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만나면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데 항상 술과 함께여서 그 모든 얘기들이 휘발되는 일이 가끔 아쉽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하나가 갑자기 말을 꺼냅니다. 우리 독서모임 같은 거 하는 게 어때?
시끄러운 술집에서 이미 반쯤 취한 상태로 던져진 화두라서 첫 마디를 누가 했는지 그게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일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아마 술김에 사라지는 말들 중 하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바로 첫 모임의 날짜를 잡고, 책도 골랐습니다. 친구가 알고 있는 유튜버가 올해의 책을 선정했다고 했어요. 제목만 보고 가장 끌리는 책을 빠르게 선정했습니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솔, 민음사.
2. 다음 날, 요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노션을 꺼내 독서모임 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기존의 템플릿을 사용하려고 하루종일 서칭했는데도 이거다 싶은 페이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우리의 모임 기록장.
사실 우리 중 아무도 독서 모임을 진행해 본 적도, 참여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꽤 막막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서 무언가 제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독서 모임"이라는 검색어로 브런치를 무작정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진행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포스팅은 하나도 찾지 못해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보통은 책을 선정해서 각자 발제를 하나 정도 정해오는 것 같았어요.
우선은 책을 다 읽어오는 걸 목표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책이 후루룩 읽기에 생각보다 어려웠던 거에요. 이 작고 예쁘게 생긴 책이 논문을 재구성한 철학 서적이었더라고요. 이미지에 관한 여러 철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이미지가 가진 기존의 부정적 의미를 탈피하는 목적의 책이었습니다.
3. 그래서 첫 모임은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한 번 미뤄지고, 그 다음은 작은 시골 책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처음 모임부터 아주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 친구 한 명이 아팠고, 둘이 앉아 약간의 수다를 (2시간) 떨었는데 깊은 토론으로 이루어지긴 부족했어요. 서로의 의견이 궁금했던 문장들과 인상 깊었던 부분들에 대해 얘기했어요. 그리고 철학 책에 조금 지쳐 다음 책은 소설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4. 첫 독서 모임의 후기는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꽤 만족스럽다' 입니다. 다음 모임이 더 좋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어요. 그 사이 친구 한 명이 더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되든 일단은 최소 1년을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모임의 질을 더 높여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독서 모임 개최자들을 위한 노하우를 공유하러 다시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의 글에 엄청난 정보를 담을 수 있길 바라며!)
끝.
[신지이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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