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 뮤지컬 피에타

종교적 가치를 넘어, 사회 구조에 대해 논하다
글 입력 2024.03.2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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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어머니 ‘마리아’가 죽은 아들 ‘예수’를 안고 슬픔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의 이름이다.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작품 가운데 하나로도 불린다. 세계 예술사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매김하며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어 온 ‘피에타’가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뮤지컬 ‘피에타’는 아들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어머니’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한 공연이다.

 

 

뮤지컬 피에타_포스터.jpg

 

 

 

극 전체를 홀로 이끄는 힘



모노드라마의 형태로 마리아(배우 김사라)는 홀로 극을 이끌며, 보이지 않는 아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1인극이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무대 전체를 오직 배우의 역량으로 혼자서 가득 메운다. 마리아의 깊은 감정의 밀도를 그대로 노래에 녹여내 음악만으로도 그 시대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1인극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들의 형상을 철저히 감춤으로써, 관객의 상상은 더더욱 극대화된다. 관객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아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더더욱 극에 몰입하려 애쓰게 된다. 또한 상대역 없이 배역에 몰입하는 배우의 열연 덕분에 더더욱 극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극 중 ‘마리아’는 관객과의 직접적 소통을 이어간다. 끊임없이 관객에게 말을 걸며, 오랜 역사의 현장으로 모두를 끌어모은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아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잔치에 초대받는다. 이러한 관객의 참여는 이후 배우의 감정에 더더욱 동화되게 만드는 잔혹한 극적 장치가 되어 돌아온다.

 

 

 

‘어머니’의 이름으로



누구나의 탄생이 그러하듯, 출발은 어느 날의 따뜻한 봄날에서부터 시작한다.

 

마리아는 자식을 바라보며 삶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나눈다.


그것도 잠시, 발랄하던 봄의 소리는 어느새 날카로운 소리로 바뀌어 관객을 감싼다. 억압과 공포의 시대에 맞서 바른말을 하는 아들, 그런 아들이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번갈아 비친다.


마리아는 극 중에서만큼은 ‘자식을 둔 평범한 어머니’로 그려졌다.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자식을 위하고, 자식이 안전하기를 바라는 어머니. 자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여느 어머니와 다르지 않다. 여기서 이 극이 종교적인 메시지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살인


 

‘사회적 살인’, 성경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회의 억압, 그 억압에 맞서는 사람들과 현실에 순응하는 사람들은 어느 역사에서나 존재해 왔다. 인류는 평생토록 억압과 자유를 반복해 왔다. ‘피에타’는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대변하며, 사회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못 박는 소리가 공연장을 울린다. 보이지 않는 그들의 절규가 울림이 되어 우리의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그의 생생한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 그녀는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아들을 스스로 그려내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뮤지컬 ‘피에타’는 종교적 이념을 넘어 이 세상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숨은 억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자유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여기 한 사람의 호소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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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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