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17일, 미니 8집 '데드 앤드(DEAD AND)'로 돌아왔다. '작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낸 7곡의 다채로운 도전이 반가운 앨범이다. 특히 이전 앨범인 미니 7집 'LXVE to DEATH'에서 죽음마저 감수하는 사랑에 대해 목 놓아 외쳤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그 죽음 '다음'에 대한 상상을 풀어낸 앨범이라는 점에서 밀착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Voyager'는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에게 영감을 받은 곡이다. 태양계 탐사라는 목적을 달성한 현재, 자신만의 길을 떠나고 있는 보이저 1호. 그 드넓고 어두운 우주 속 정해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보이저 1호의 이야기는 퍽 낭만적으로 다가오면서도 아득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그런 우주를 배경으로 멈추지 않는 항해를 외치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앨범 '데드 앤드(DEAD AND)' 수록곡 중 가장 인상 깊은 세 곡을 소개한다.
Voyager
이번 앨범은 그야말로 '신디사이저'의 재발견이다. 도입부터 쌓이는 신스 사운드는 듣는 이를 순식간에 우주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인다. 이들은 정교한 사운드로 만들어낸 공간감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배경을 상상하며 곡을 만들었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보이저 1호가 우주 어딘가에서 보내는 신호 같은 신스 사운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우주 한복판에 서 있다. 그리고 이제 각자만의 보이저 1호를 발견하며 아득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다 끝나 버릴 걸 알지만
흐려진 이 신호를 붙잡은 채, Yeah
아직 넌 들리는지, Can you?
아닐까 겁이 나, Yeah
'죽음 그다음'을 상상하며 만든 타이틀곡 'Voyager'를 듣다 보면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감각적으로 와닿는다. 몫을 다했다는 사실을 마주한 보이저 1호는 마치 죽음과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모두 끝났고 존재 이유까지 사라졌다. 신호는 점점 흐려지고, 이 신호가 누군가에게 닿기는 할까 두려울 때쯤 우주를 가득 채운 별을 발견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가장 강렬한 빛을 뿜어대는 별들을. 죽음은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깨달음을 얻은 엑디즈는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I know, it's obvious
언젠가 다
흩어져 버린대도
Like a star does, when it dies
찬란한 빛을 낼 거야 Oh
정해진 운명일지라도, 무의미에 빠지기보다는 차라리 부딪히고 싸우겠다는 희망찬 몸부림. 언젠가 흩어져 사라지는 게 순리라 해도, 죽어가는 별처럼 찬란한 빛을 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나조차도 찾지 못했던 내 삶의 의지마저 다시금 일깨우게 된다. 이왕 세상에 태어난 이상 별처럼 살아보자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Voyager'를 통해 소리친다. Don't have a doubt! 멈춰 설 필요는 없다고.
상처 입은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일지 모른대도
널 떠나올 때처럼 I'll ignite for ya
(Burning brighter 'til we disappear)
명쾌한 기승전결을 가진 이 곡은 가사만큼이나 매력적인 사운드로 온 감각을 채운다. 특히 2분 50초 대부터 터져 나오는 떼창 파트는 억눌려 있던 감각을 해방하며 짜릿한 자유로움까지 선사한다. 이렇게 어느 요소 하나 튀지 않고 완벽하게 맞물리는 곡의 전개를 듣고 있으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라는 밴드가 이제 완연한 성장을 맞이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밴드 특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이를 자유분방하게 휘두르며 곡의 의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KTM
이번엔 한층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마찬가지로 강렬한 신스 사운드 뒤로 묵직한 드럼이 받쳐주는 가운데 읊조리는 듯한 노랫말이 지금 처한 상황을 알린다.
내뱉어 절규 Out loud
도망칠 곳 없는 이 현실이 된 지옥
맞붙어 It's time to go
맘을 먹는 순간 바짝 얼어붙은 Body
그런데 이건 조금 모호하다. 절망적이고 막막한 느낌이긴 한데, 이들은 도대체 누구랑 싸우고 있는 건가? 어디서 좌절과 지옥의 감정을 느꼈길래 절규를 내뱉는다는 건지 선뜻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그들이 싸우고 있는 주체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준다.
겁쟁이여도 괜찮단 변명
혹은 실패도 찬란한 돌격
너를 알아 냈어
날 길들이던 Misfit ego
나는 지금 나를 괴롭히는 스스로의 '자아'와 싸우고 있다. 이 곡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Mission이라는 단어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나아가야 할 목표나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삶의 방향성을 뜻한다. 그리고 이 Misfit ego는 자책과 불안이 끈덕지게 들러붙은 마음이다. Mission과 Misfit ego 사이에서 투쟁하는 나는 외친다. Don't let me kill my mission! 즉, 네가 내 Mission을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Someday you'll burn me out alive
Or 타락한 낙원 갇히기는 싫어
Don't let me kill my mission
그냥 끝장보든가
Just let me kill you, loser
나는 이제 이 비뚤어진 자아에 정면 대결을 선언하며 끝장을 보겠다고 결심한다. 이번 앨범을 '작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는 점을 돌아보면, 'KTM'은 자책과 불안을 종용하는 나의 자아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강렬한 트랙이라는 해석도 해볼 수 있겠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이런 가사가 좋은 이유는 과감함에 있다. 이들은 날것의 가사를 노래하면서도 리듬감을 놓치지 않는데, 특히 2분 10초대부터 일렉 기타와 신디사이저가 연주를 주고받는 파트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리듬에 맞추어 머리를 흔들게 된다.
그렇게 리듬에 몸을 맡긴 채 내면의 불안을 시원하게 털어내면, 우리를 옭아매던 Misfit ego와의 작별은 이제 통쾌한 해방감으로 다가온다. 'KTM'은 바로 그 해방의 순간을 역동적인 사운드로 꿰뚫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만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곡이다.
Rise High Rise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나는 이들 특유의 유머가 섞인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곡이 바로 그 유쾌한 코드를 저격한다.
First hit felt holy - I got red lights in my veins
Numbers were miracles, I thought I cracked the game
"첫 성공은 성스럽게까지 느껴졌어. 숫자들은 기적 같았고 나는 이 게임의 법칙을 알아냈다고 생각했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드러머 건일은 이 곡을 두고 말했다. 주식에도 좋은 날이 있고 나쁜 날이 있듯이 우리 삶에도 좋은 날과 아쉬운 날이 교차한다는 의미로 곡을 썼다고. 그런 설명 뒤에 다시 곡을 들으니 이 곡이 아예 새로운 곡처럼 느껴졌다. 우리 인생에 늘 좋은 일만 있는 것도,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주식에 빗대어 표현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참신했다. 적어도 나는 이런 곡을 들어본 적이 없다.
Checking for the sign
Rise Rise Rise
I'm stuck, it's going down
Rise Rise Rise Rise
"올라라 올라라 올라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상승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이렇게 직관적인 가사와 사운드로 표출한다. 지금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이 고통에서 도망칠 수 없음을 아는 나는 끝엔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다시 외친다. "Rise Rise Rise!" 이들은 복잡한 미사여구 없이 간단한 리듬만으로 음악에 몰입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만약 이 곡을 록 페스티벌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외치리. Rise Rise! 제발 내 인생에도 상승장만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Feels like
Maybe I'm gon' win this
One night
Baby, I'll be honest
"느낌이 와. 어쩌면 이번엔 내가 이길 것 같아." 어쩌면, 그리고 이번엔. 주로 희망을 엿보는 사람들이 외치는 말이다. 이 곡도 마찬가지로 상승을 바라는 마음 때문에 손에 있는 걸 놓지 못하는 솔직담백한 심정을 노래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앨범 'DEAD AND'의 트랙들이 작별이라는 키워드로 묶인 것이라면 이 곡은 어떤 작별의 심정을 말하고 있는 걸까.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에 대한 작별 인사인 걸까. 그래서 더더욱 상승을 간절히 원하게 된 것일까?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라는 밴드가 가진 힘이자 특기는 이렇게 하나의 키워드를 다채롭게 풀어낼 줄 안다는 것에 있다.
지난 앨범에서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사랑으로 죽음을 감수하겠다는 밴드의 열정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그 죽음 이후를 상상하며 그린 다양한 그림을 일곱 개의 트랙리스트로 들려주었다. 전작의 치열한 사랑과 이번 앨범의 의연한 작별을 지나 마주할 '그다음'은 어떤 그림일까. 이들의 항해는 이제 막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 그들의 찬란한 궤적을 쫓을 준비는 이미 충분히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