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체를 그리는 자의 신체적 희생 -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도서]

내가 그들을 멋있어하는 이유
글 입력 2024.03.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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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남은 신체를 개입시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화면에는 신체의 흔적을 깨끗이 지운다는 점. 두 번째로 이상남은 도상을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고 형태를 엄격하게 정련하는 숙고의 과정을 거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계획적인 노동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칭찬할 때 치환의 법칙을 적용한다. 집에서 맛있는 집밥을 먹을 때는 마치 파는 것 같다며 칭찬하고, 밖에서 먹은 음식이 맛있다면 마치 집에서 먹는 것 같다며 감탄한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잘 그린 그림은 사진 같다고 놀라워하며, 아름다운 사진은 마치 그림 같다고 말한다.

 

오늘 내가 칭찬할, 감탄할, 놀라워할 그림은 바로 이상남 작가의 ‘그리되 그리지 않은 것 같은’ 그림이다. 책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화면상에 신체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면서, 자로 잰 것과 같은 숙고의 과정을 담은 작가 이상남은 인간이 아닌 데이터 그 자체라고 느껴졌다.

 

흔히 주변에 계산기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 같이 다 존경스러움을 한 몸에 받는 멋쟁이들이라는 점이다. 이상남 작가를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더 내가 왜 그 사람들을 경외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이 사람들이 멋있는 이유, 정말 많이 생각하고 치밀하면서도 복잡한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과정이 결과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감상하는 이들이 그것을 몰라볼 순 없다. 단순히 결과물 안에서 존재하는 열정은 작품 내에서 보이는 사물의 움직임과 노동에서만 엿보일 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작품의 빛나는 열정을 위한 작가, 사람의 희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계획된 지도 안에서 빛나는 동선, 비포장 도로를 정성스럽게 재구성한 작가의 뜻을 우리 감상자들은 감사해하며 걷게 되는 것이다.

 

이상남 작가의 인터뷰와 책에 담긴 글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가 비포장도로에 꽃이 아닌 의자를 깔아놓았음을 알 수 있다. 오래 앉아서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은 앉아보았던 그 생각 의자 같은 것들 말이다.

 

“감각은 어떤 주체의 주관적인 느낌 같은 것이 아니다. 주체가 성립되기 이전, 즉 인칭과 객체가 생겨나기 이전에 이미 감각은 생겨난다. 감각은 신체라는 파동과 힘이 만나면서 생기는 것이다.”

 

위에 적은 모든 말들은 내 지각이다. 내 감각이 된 후 지각된 주체적 느낌들. 그래서 이상남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지각과 감각이 궁금해진다.

 

공유한다면 그것은 더 큰 신체, 감각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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