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테일러 신드롬’을 몰고 온 팝의 여제 - 테일러 스위프트 'The Eras Tour' 콘서트 [공연]

사람들은 왜 그녀에게 열광하는가?
글 입력 2024.03.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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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많은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지만, 그중 가장 큰 화제성과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투어는 단연 미국의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일 것이다. 2023년 3월 17일을 시작으로 약 1년 간 이어지고 있는 ‘디 에라스 투어’는 일반 투어와는 달리 테일러 스위프트의 데뷔 이후 정규1집부터 정규 10집까지의 전 앨범을 테마로 한다.


‘The Eras Tour’는 전체 투어의 절반 가량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 이미 월드투어 역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한 바 있으며, 공연 실황을 담은 영화 ‘Taylor Swift: The Eras Tour’ 또한 역대 공연 영화 흥행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수많은 팬들의 여파로 인해, 해당 지역경제가 일시적으로 부흥하며 정부 주도하에 투어 유치를 추진하는 등 경제 효과의 측면에서도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오로지 본업인 음악과 공연 수익만으로 조 단위의 재산을 형성한 첫 번째 가수로서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테일러의 음악은 대체 무엇이 특별한 가? 대체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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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솔직함


 

숨기지 않는, 꾸밈 없는 솔직함. 테일러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대목이다. 가슴 아팠던 이별과 거절의 기억부터, 자기혐오와 우울, 그리고 젊은 날의 방황과 생기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노래는 타인에게 쉬이 드러내기 어려운, 그러나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 체험과 감정들을 담아낸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풀어낸 자전적인 음악은 그 자체로 누구라도 쉽게 공감할 만한, 가슴에 실제적으로 와닿는 이야기로서 감상자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무수히 많은 ‘짤’을 보유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처럼, ‘살면서 어느 상황에서든 딱 들어맞는 테일러 노래 한 곡은 찾을 수 있다’는 식의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이 가진 솔직함은 그녀의 팬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있어서도 구심점의 역할을 했다.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이런 솔직함은 그녀가 만들고 부르는 노래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결국 음악을 매개로 그녀의 진심이 수많은 팬들에게 가 닿아 강력한 팬덤 기반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포착하는 섬세한 언어


 

형언하기 어려운 감정을 시적이지만 분명한 언어로 포착해내는 가사 또한 수많은 사람들을 테일러의 음악으로 연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가사는 미처 아직 느껴보지 못한, 혹은 이미 충분히 느껴봤으나 언어로써 형언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가사라는 언어 속에 효과적으로 담아 전달한다.

 

“I like shiny things but I’d marry you with paper rings (나는 반짝이는 것들을 좋아하지만, 너와라면 종이반지로도 결혼할 거야”

 

“All of you, all of me intertwined / I once believed love would be black and white / But it’s golden, like daylight (너의 모든 것과 내 모든 것이 교차된 채 / 언젠가 사랑은 검은색과 흰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햇살 같은 황금빛이더라)”

 

이렇게 가사에 집중해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를 듣다보면, ‘이 감정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해냈을까’, 하는 생각은 물론, 그 섬세하고도 풍부한 표현에 ‘어떤 사랑을 해야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스위프티들(Swifties)과의 유대


 

앞서 언급한 음악적인 차별점을 기반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녀의 강력한 팬덤인 ‘스위프티(Swifties)’들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 에라스 투어’ 콘서트 현장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각 음악적 “era(시대)” 컨셉의 의상 또는 콘서트 의상을 입고 그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친구들과 만들어 나누어 착용했던 ‘Friendship bracelets(우정 팔찌)’를 몇 개씩 만들어 콘서트장에 차고 와서는, 다른 팬들과 교환하기도 한다.


이들은 인종도, 성별도, 나이도 다르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의 음악을 중심에 두고 하나로 연대한다. 스위프트와 각 ‘스위프티’를 연결하던 매개체이던 음악은 그 영향력을 점점 확장하여 전 세계의 ‘스위프티’들이 서로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이 되었다. 국적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5만 명 가량의 사람들이 셋리스트 전곡의 가사를 모두 외워 큰 소리로 따라부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문화예술의 진정한 힘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마음에 여실히 와 닿는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단순히 엄청난 매출과 직업적 성공이라는 측면에서만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스스로가 일종의 ‘문화 현상’이 되어 다양한 배경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파급력을 지녔다. 그리고 그 파급력과 영향력의 기저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진정성 있는 음악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섬세한 언어로 빚어낸 진심이 있었다. 다시 한번,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컨트리 음악을 사랑하던 작은 소녀가 팝의 여제이자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기까지, 그 모든 여정을 이끈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결국 음악을 통해 전세계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진심’이 아니었을까.

 

 

[이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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