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삼켜진 혹은 삼킨 -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글 입력 2024.03.0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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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2D_L.jpg

 

 

필자의 생일과 같은 날에 발행된 신간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미국의 유명 작가인 브라이언 에븐슨의 호러 단편 소설집이다.


단편집이라길래 로알드 달같은 작가들의 책이 생각나 금방 읽겠거니 생각했다. 22개의 목차로 이루어진 차례를 보고 첫 장을 펼치자 마자 보이는 첫 문장이 섬뜩하다.


"어디로 봐도 그 소녀는 얼굴이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책은 단편집이라기에는 묘하게 글들의 연결되는 지점이 있었다.

 

물론 각 글마다 분위기는 달랐다. 묘하게 압박하고 고조되는 공포가 있는가 하면, 대놓고 지저분하고 유혈이 낭자하기도 한다. 공포의 대사은 인간일때도, 귀신일때도, 때론 크리처일때도 있다.

 

그러나 첫 이야기였던 <어디로 봐도> 에서 등장하는 얼굴 없는 소녀는 바로 다음 이야기인 태어난 사산아의 이미지로 변형되고, 이는 또 다음 이야기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결 과정에서 작가는 껍데기라는 알레고리를 자주 등장시킨다. 벗을 수도, 입을 수도, 바꿀 수도 있는 가면과도 같은 껍데기는 각 이야기마다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그 껍데기가 과일 혹은 피부 등 얇은 유기체적 모습뿐 아니라 집, 구멍, 탑과 같은 아주 단단한 물리성으로 대변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하고자 하는 껍데기의 알레고리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또 한가지 반복되는 알레고리는 보는 것을 믿지 못하는 자들의 등장이다. 호러이야기에서 당연한 소재이다. 편집증, 조현병, 정신병...

 

그러나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공포의 대상에 당하다가도 공포의 대상과 하나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마치 언제든 벗었다 쓸 수있는 껍데기처럼 책 속 캐릭터성은 고정되지 않고 혼재된다. 독자로서는 정말이지 헷갈린다. 그러나 어디에나 씌워질 수 있는 혹은 언제나 속을 바꿔 낄수 있는 껍데기라는 알레고리의 일환으로 본다면 일관성있는 전개이다.

 

이쯤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는 단편, 연속해서 등장하는 껍데기, 헷갈리는 캐릭터성이 조금씩 이해되기도 한다.


최근 호러 장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계속 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개봉한 <파묘> 뿐만 아니라, 팀 버튼, 조던 필과 같은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서 공포, 호러의 요소는 B급 비명 소리와 시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무언가를 바꿔놓는 힘이 된다.

 

이제는 현실을 비트는 힘이 된 장르 '공포',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아닌 다른 세계를 엿보는 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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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brianevenson

 

 

작가 브라이언 에븐슨은 <두 형제>, <열린 커튼> 등의 우수한 소설로 오헨리상 수상, 에드거상 후보에 올랐고,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에 수록된 [세상의 매듭을 풀기 위한 노래Song for the Unraveling of the World]로 2019년 셜리 잭슨상, 그리고 2020년 월드 판타지 어워드(세계환상문학상)를 수상했다.

 

 

[한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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