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화무십일홍- 무엇도 영원할 수는 없다 [운동/건강]

내가 예전같지 않을 때
글 입력 2024.02.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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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는 큼지막한 이슈들이 잦은 요즘이다.


몇 차례의 방어전을 거치며 극강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챔피언들이 떠오르는 신성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베테랑 선수들이 연패를 쌓아가는 등. 당장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정찬성 선수도 할로웨이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모든 선수에게 기량 저하의 구간은 온다. 노화일 수도, 새로운 흐름에 도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을 이루어 경기하는 구기 종목에 비해 상대와 나, 둘만이 남겨진 링 위에 서는 선수들에게는 그것이 더욱 처참하게 체감된다.


한 번만 패배해도 이미지와 물리적 내구성 모두 손실이 큰 '싸움'에 가까운 스포츠 특성상, 부담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압도적 기량을 과시하던 선수가 한 번의 패배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일도 허다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어떤 권세도 10년을 가지 못하고 꽃이 피어도 10일을 붉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아직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이십 대 중반의 나지만, 무엇이건 지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야 함을 느낀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상황과 사람을, 마지막에선 나 자신을 혐오하고 원망하다 추하게 스러지는 것만 남지 않을는지.

 

반면 인정하고 제대로 쳐다보게 된다면, 그때부턴 어떤 선택도 썩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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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들의 태업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UFC 선수 판에서 1년 만에 몇 경기씩을, 그것도 월장과 어려운 상대들로만 치르며 무패의 커리어에 '아름다운 오점'을 새긴 전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는 자신을 KO 시킨 상대방의 홈에서 재도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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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은 마지막 두 경기를 챔피언, 그리고 1위 선수와 치렀다. 전성기였으면 어땠을지 몰랐을 3라운드의 난타전 이후 그는 자신의 목표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박수 속에서 은퇴했다.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둘 다 아름다운 선택이다.

 

자신의 젊음과 노력을 다 바쳤던 옥타곤에서 정찬성 선수가 은퇴하며 올린 큰절은 자신을 있게 해준 팬과 스포츠뿐만 아니라 본인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존중으로까지 느껴졌다.

 

아무튼 그렇다. 빛 들 것 같지 않던 쥐구멍에 내일의 해가 뜨기도 하고, 달은 차면 반드시 기운다. 어쩌면 영원한 건 없다는 말만이 영원한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영속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순간을 즐겨야 한다.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님을 꾸준히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만 떠나갈 때 멋지게 인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덕분에 즐거웠다고, 고맙다고.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는 말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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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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