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컬렉터의 시선을 빌려 본 현대미술 - 컬렉터처럼, 아트투어

예술을 일상처럼 느끼길 바라며
글 입력 2024.01.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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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했다. 언젠가 해외 아트 페어 가보고 싶단 얘기도 했다. 해외여행을 가면 미술관이 일정에 빠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미술품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걸리는 과정은 모른다. 어디서부터 유명세가 시작되고 어떻게 작품이 소개되는지 모른다. 사실 별로 알고 싶은 생각도 없다. 과정을 유추하는 관람보다 작품과 만나는 관람이 아직은 더 재미있고 그 이상을 알지 못해도 취미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관람객으로서 욕심은 있다. 어디 내가 모르는 좋은 것을 컬렉터나 컨설턴트라면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부디 한 사람이라도 더 예술을 일상처럼 접하게 된다면 좋겠다. 현대 미술이 주는 행복과 의미를 깨닫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정보를 얻고자 손에 넣은 책에 흥미가 붙은 건 서두의 작가의 말이었다. 예술을 일상처럼. 예술적이지 못한 일상에 예술이 있으면 찰나의 위안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마지막 문단을 두 번 읽고 본론으로 넘어갔다.

 

책은 우리나라의 미술 시장이 아시아 아트 허브로 떠오른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꽤 들렸다. 키아프에 대한 기사에 ‘역대’라는 말이 연거푸 붙기 시작했고 젊은 방문객이 대거 증가했다고 한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기세가 달라졌다. 책에서 거론한 것처럼 홍콩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대신’ 즐길 수 있는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누군가의 시선과 발길이 닿은 데 우연은 없다.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변화가 생겼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국내 대표 아티스트 소개를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나 역시 해외의 현대미술 아티스트가 국내 아티스트보다 친숙하다. 아는 작가, 이름만 들어본 듯한 작가, 그리고 모르는 작가. 후에 소개되는 해외 아티스트 10명까지 해서 총 20명의 아티스트 중 제일 인상적인 건 이건용 작가였다. 

 

 

“행위 미술은 공연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기 있는 사람과 개념과 상황을 같이 공감하고 쓰는 것이다.”

 

 

신체 드로잉 퍼포먼스는 낯설기도 하고 과정과 결과를 나누어볼 수 없어서 아무래도 좀 어려운데 작가의 철학을 먼저 들으니 흥미로워진다. 그가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ST의 창립멤버였다는 것에서 시작해 뿌리째 뽑힌 나무에서 시작된 설치작품, 달팽이가 지나간 곳엔 진액이 흔적으로 남는 데서 따온 퍼포먼스, 예술에서 쓸모를 찾았던 일 등 히스토리에서 마음 설레는 역동이 느껴졌다.


아티스트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1월부터 12월까지의 아트 투어가 시작된다. 갈 생각이 있어서 유심히 보던 홍콩 파트에서 인지도를 환금성과 엮어 말하는 부분에서 시선의 차이를 느끼다가 ‘취향이 맞는 갤러리에서 새로 발견해 제안하는 작가들에 주목해보자’며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맥락에서 책을 마저 읽어나가니 기억의 남는 곳이 몇 군데 생겼다. 우선 뉴욕의 디아예술재단. “현대 미술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서 오는 창의적 사고가 세상을 한 단계 진보시킨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스어로 ‘~를 통해’라는 뜻의 디아를 선택해 이름 지은 설립가 부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다음 인상적인 것도 미술품을 수집에 철학이 있던 에마누엘과 호프만 부부의 샤우라거 미술관. ”현재는 이해하기 어려워도 미래를 내다보는 새로운 표현 장식을 구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는 데서 컬렉터의 어떠한 철학과 사명감이 작가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

 

화가는 그림이 업이고, 컨설턴트는 작가와 작품이 업이고, 컬렉터는 작가와 작품과 가치가 중요하고, 나 같은 일반 관람객은 이것저것 다 흥미롭다. 전문성의 결여는 애호가라는 심화 단계로 넘어가기 힘들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아는 게 적은 만큼 흥미로운 게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미술이 아직 재밌게 느껴진다. 이번 책을 통해서 다른 시선으로 작가와 작품과 갤러리와 미술관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전히 신선한 현대미술을 잠시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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