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수한 형태와 색만으로 세계를 표현하다 - 빅토르 바자렐리의 반응하는 눈

글 입력 2024.01.18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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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아트는 ‘옵티컬 아트(Opical Art)’를 줄인 말로, ‘시각적인 미술’의 약칭이라고 볼 수 있다.

 

당대 미국에서 인기 있던 팝아트의 상업주의와 상징성에 대한 반동적인 성격을 지닌 사조이다. 옵아트는 구성주의적 추상미술과는 달리 사상이나 정서와는 무관하게 원근법상의 착시나 색채의 장력(張力)을 통하여 순수한 시각상의 효과를 추구한다. 그리고 빛·색·형태를 통하여 3차원적인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지적이고 조직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옵티컬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빅토르 바자렐리의 대규모 회고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바자렐리는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예술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헝가리 수교 33주년을 기념해 헝가리 국립 부다페스트 뮤지엄과 바자렐리 뮤지엄이 소장한 140여 점에 달하는 바자렐리의 작품이 선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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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공생이었던 빅토르 바자렐리는 데생과 드로잉을 배우고 헝가리의 바우하우스라고 불리는 ‘뮤힐리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는 이곳에서 말레비치, 몬드리안, 칸딘스키, 그로피우스 등의 당대 가장 신선하고 파격적인 추상 예술가의 작품을 접한다. 이후 파리로 넘어간 바자렐리는 그래픽과 상업 광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성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디자이너 시절 작업부터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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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스위스 제약회사 가이기에서 출시한 나방퇴치제의 광고이다. 사람이 칼과 방패를 들고 있는 듯한 형상이 아주 재밌다. 이때부터 바자렐리만의 도형의 반복을 통한 시각적 효과에 대한 실험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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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선명한 대비, 리듬감 있는 네트워크와 순열 구조의 깜빡임, 내 작품의 조형적 현상은 더 이상 우리를 감탄이나 달콤한 우울에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도록 자극하고 거친 쾌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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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렐리는 인간의 눈인 망막에 도달하는 강한 자극은 사람의 시각뿐만 아니라 의식도 결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기에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색상인 총 220가지 색조만을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다.

 

그리고 수학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하학적 형태 시스템을 설계해 작품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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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렐리가 어떤 식으로 작품을 계획하고 구상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사진은 철저하게 수학적으로 계산되고 기획된 밑그림이다. 그는 스스로를 ‘조형가(물체를 변형하거나 모양을 만드는 사람)’라고 일컬으며 작품을 제작하는데 컴퓨터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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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렐리는 현재와 미래의 창조자는 더 이상 전통 예술에 의지하지 않고 과학자, 엔지니어, 기술자, 건축가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래 사회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 전 세계의 모든 공간, 가정, 세부 사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예술을 창조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당 전시에서는 바자렐리가 온 생애에 걸쳐 구축하고 발전시켜 온 자신의 예술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옵아트는 탄생 이후로 디자인계, 패션계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상업적으로 정말 많이 활용되어 현대의 우리에게는 어떻게 보면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봐왔던 이 도형들, 패턴들의 ‘원조’가 이 작품들이라 생각하면 느낌이 조금 다르다. 컴퓨터의 도움 없이 이 엄청난 착시를 완벽히 계산하고 한 칸 한 칸 기획한 바자렐리의 실험정신은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한 예술가의 처음부터 끝을 온전히 회고하는 전시는 정말 귀하다. 그 전개 과정에서만 보이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과 발전의 단계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이로운 옵아트의 세계를 모두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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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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