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 저편에서 만난 반가움 - 워너브라더스 100주년 특별전 [전시]

글 입력 2023.12.19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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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를 걸쳐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왜 기억했고,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야만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한 답을 고민한 적이 있다.

 

내가 위인이 될 만한 사람은 아니고,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예컨대 얼마 전에 초등학교 동창들이 꿈에 나온 적이 있다. 그리운 얼굴들이었으나 난 그들의 이름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기억력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저 나도 모르는 내 내면에 깊숙이 기록된 것들이고, 나는 그들을 입 밖으로 내뱉기를 실패했다.

 

반면에 문득 울컥하지도 않고, 꿈에 나오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름이 떠오르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을 향한 감정은 앞서 언급한 ‘그리운’ 보다는 ‘반가운’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오히려 한 세기를 걸쳐 기억될 만한 대상은 그들 아닐까. 바로 떠오를 만큼 나도 몰랐으나 늘 내 곁에 있었던 것들 말이다.

 

“너만은 평생 내 곁에 있었다.”라고 깨닫기보다는 의식하지 않아도 원래 있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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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는 한 세기 동안 기억되기를 성공했다.

 

그들은 마침내 ‘100주년’을 맞이했고 그 기념으로 특별전을 열었다. 워너브라더스가 품고 있는 캐릭터들은 대중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만약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영화 시작에서 종종 본 워너브라더스의 로고를 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충성스러운 시청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톰과 제리를 충실하게 기억한다. 왜 나는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가.

 

예컨대 <톰과 제리>의 경우에는 매일 챙겨보지 않아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다. 분명 톰은 제리를 잡으려고 애쓰지만, 제리가 톰을 골탕 먹일 것이다. 톰을 조롱하는 방법만 바뀔 뿐이지 전체적인 플롯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캐릭터 그 자체로, 혹은 인간관계에 대한 관용어까지 되어 내 일상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키덜트’와 같은 맥락이나 취미라기보다는 의식하지 않아도 늘 알고 있었던 것에 더 가깝다. 이번 워너브라더스의 100주년 특별전은 그 지점을 주목한다. 전시회 내내 ‘이미 나는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알고 있어.’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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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워너브라더스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기억을 두드리는가.

 

전시 초반부터 연표와 이미지가 섞인 넓은 공간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역사를 보여준 후 유명 캐릭터 피규어와 의상 및 굿즈를 보여준다. 앞서 이미 나는 너를 알고, 너도 나를 알고 있어.’라고 언급했듯이 특별한 설명보다는 굿즈나 이미지를 위주로 전시를 채운다.

 

<해리포터>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다. 기숙사별 교복 디스플레이만으로 끝나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마찬가지이다. 할리 퀸(마고 로비) 실물을 닮은 피규어와 할리 퀸이 든 야구 방망이를 간단한 설명만으로 전시하고 있다.

 

원화 또한, 구체적인 해설보다는 노란 벽에 이미지를 빼곡하게 두어 영상으로 생동감을 주기 직전의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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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전반적으로 특정 장르별로 구역을 나누었다기보다는, ‘올스타전’에 가깝다.

 

한정된 공간에서 우리가 워너브라더스를 보며 떠올릴 만한 <배트맨>, <애나벨> 등의 기존 유명 작품들을 쏟아내고, 후반에는 곧 국내 개봉할 영화 <웡카>에 대한 디지털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톰과 제리> 포토 부스로 전시가 끝나고, 기념품 가게로 이동하면 된다.

 

워너브라더스의 규모에 비해 전시회 자체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다양한 작품을 곱씹기보다는 특정 작품 중심의 체험형 전시에 가깝다. 전시회 자체가 “한정판 매시업 캐릭터”나 “스페셜 프리미엄 굿즈” 등에 힘을 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매시업 캐릭터가 있는 엽서를 구경하는 것도 전시회의 일부로 느껴졌다.

 

100주년 동안 우리에게 기억될 수 있었던,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있었던 것들에 대한 반가움과 앞으로의 미래를 은근히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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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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