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정의는 안녕하십니까 [공연]

글 입력 2023.11.2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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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정의는 안녕하십니까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극단 명작 옥수수밭의 연극 ‘회수조’가 공연되었다. 신작 연극 회수조는 30년 뒤 종말 위기를 맞은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지만, ‘채무 불이행’ ‘국가재건위원회’ ‘불응에 대한 폭력’을 회수조 라는 국가 군대 조직으로 상징화 시킨다.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유신체제라는 폭압적 정권이 연상시키는 무대가 연출된다. 우리가 이제껏 누려온 평화의 씨앗은 어떤 진통을 겪으며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연극 회수조는 2042년, 태양 흑점이 폭발하면서 지자기 폭풍이라는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모든 데이터가 파괴되고 시민들의 계좌 거래 기록이 삭제된다. 남은 것은 국민들의 채무기록이다. 국가 재건을 위해 파견된 조직 회수조는 국민들을 방문하며 채무 불이행에 대한 강제 노역 의무를 부과한다.

 

국민들은 ‘요구되는 실체 없는 진실’에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반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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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체 없는 진실에 대한 정당한 요구는 불복종으로 정의된다. 이들은 채무 불 이행자로 낙인 찍히고 끔찍한 노역에 처한다.


한편 독재체제 국가에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연대 존재한다. 민주화를 위한 저항의 목소리인 것이다. 극 속 시민불복종연대에는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다양한 인종들로 구성된다. 미래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이민자들인 것이다.

 

회수조 대위 남편의 아내 메이는 한국사 선생님이자 불복종시민연대의 대표인 미얀마 이민자 메이다. 내전으로 고통 받는 미얀마를 주인공의 모국으로 설정하여 현실 사회 대한 시사점을 관객에게 우회적으로 발설한다.

 

<회수조>는 과거 대한민국을 비추고, 지구 반대편의 현재를 비춘다. 연극 속 암울한 디스토피아는 우리의 과거였고, 누군가의 현재인 것이다.


국가와 군부정권의 목소리는 힘의 권력에 세워진 법이다. 그러나 권력으로 세워진 법은 위태롭기 마련이다. 권력의 테두리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의심과 불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회수조 내부에서는 반역자를 색출하려 하거나 값이 되는 물건들을 회수 과정에서 빼돌린다.

 

회수조의 용병 네팔 출신 라메시, 탈북자 리정식, 회수조 대장 조상인. 이 셋은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서로의 치부를 공격한다. 특히 라메시는 시민불복종연대와 협력 하는 칼리그룹의 대표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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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을 옥죄고 지배하기 위해 실체 없는 진실을 만들어 내는 지배 권력층의 초라한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회수조의 과도한 진압은 결국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냈고, 메이는 자신의 남편 회수조 조상인에게 진실을 묻는다. 아내를 살리기 위한 남편과 진실을 원하는 아내의 총구를 겨눈 마지막 대립은 해답 없이 서울 타워의 붕괴와 함께 종료된다.

 

서울 타워의 붕괴는 상징적으로 독재 집권의 죽음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 조상인은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정의가 무너지는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국가의 명령이 그가 사는 인생 전부였던 것이다. 과연 그가 선택한 죽음은 아내를 위한 희생이었는지, 자신이 굳게 믿었던 정의의 해체를 견디지 못한 자살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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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회수조>는 등장인물 측면에서는 정의의 해체를 마주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조상인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척점에 있는 메이를 통해서는 굳게 믿고 있는 개인의 정의는 사랑 앞에서도 굴복할 수 없다는 의지를 내세운다.

 

둘은 삶과 죽음이라는 다른 결말을 맞이했으나 본질은 같다. 개인에게 적용하는 정의는 자신의 것이고, 이는 개인에게 있어 결코 꺾을 수 없는 가치다.

 

당신은 누군가의 정의를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꺾고자 한 적이 있는가.

 

극이 관통하는 지배와 저항의 사회, 이는 인간의 정의와 참 닮아있다.

 

자신의 이익과 입맛에 맞는 허울뿐인 공존을 지향하며 나와 다른 타인의 정의를 굴복시키려 하는 순간, 그것이 세계의 디스토피아이자 개인의 이데아일 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배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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