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내일 죽는다면 - 웹툰 '아홉수 우리들' [만화]

나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에 대해
글 입력 2023.10.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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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질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주로 취향에 대한 이 질문은 그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단서를 알려준다. 이런 노래를 좋아한다면 이런 가수도 좋아하겠구나,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런 책도 좋아하겠구나, 이렇게 조금씩 유추해 나갈 수 있는 그런 단서.


하지만 이런 질문이라면 어떨까.


"만약에 내일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대상에 대한 '단서'를 주지 않는다. 조각난 단서를 맞추고 맞춰 완성해야 할 그림을 처음부터 냅다 보여주는 격이다. 지나치게 그 대상의 핵심을 노리는 이 질문은, 누군가를 알기 위해 에둘러 가는 우회로가 아닌, 곧게 뻗은 최단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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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아홉수 우리들]의 주인공인 '봉우리'와 '차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 등장인물의 핵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에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마지막으로 누구를 만나고 싶을까? 답은 간단했지. 그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너를 만나고 싶었어. 내가 가장 미워하고 사랑했던 너를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누구보다 열렬하게 사랑했고, 그만큼 헤어짐에 아파했던 봉우리가 전 남자친구 '안준'과 다시 만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봉우리의 핵심은 '나'다. 전 남자친구는 그립고 보고 싶었던 대상이라기보다, '내가' 가장 미워하고 사랑했던 대상이기에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만약, 그들의 사랑이 또 다시 깨어지더라도 봉우리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온전히 나의 마음에 따라, 원하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다.


반면, 똑같은 질문임에도, 가장으로서 집안을 책임지고 이끌어 온 차우리의 대답은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나는 있잖아, 엄마를 그리스에 데리고 갈 거야. 그리고 가장 맛있는 밥을 먹고 최고로 멋진 하루를 보낼 거야. 나는 이 사랑을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벅차.

 


위 대답에서 단번에 알 수 있듯이, 차우리의 핵심은 '엄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대답에서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보다는 '너'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것이 차우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마음은 등한시되기 쉽다. '너'를 먼저 생각함으로써 포기하는 것들은 많아지는데, 포기하면서 상처 받는 나 자신을 돌보기에는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아닌 타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차우리의 사랑이 벅찬 이유다. 


똑같은 사랑임에도 봉우리의 사랑은 '내'가 중심이지만, 차우리의 사랑은 '너'가 중심이다. 과연 이 사랑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사랑이 지속될수록 더 지쳐 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랑에 정답이 있을 리 없고, 모두가 각자의 사랑을 책임져야 하겠지만, 그 사랑이 '벅차다'고 느낄 때는 한 번쯤 멈춰서서 질문을 던져 보았으면 한다. 그 사랑이 소중할수록 더더욱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내일 죽는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유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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