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거래되는가 - 아트 컬렉팅

모두의 예술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일
글 입력 2023.09.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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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팅, 예술품을 소유하는 것은 단어 그 자체로 나에게 모순적인 의미로 다가왔기에 도서의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꼈다. 이전까지 나의 가치관으로는 그 누구라도 예술 작품에 대한 접근성을 지니고 있어야 하기에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대상을 누군가가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예술 작품 거래가 활기를 띠는 것에 대해 부유층이 예술 작품 투자를 장기적 대비책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p.18

 

게다가 그 어떤 분야보다 순수성과 고결함이 강조된다고 생각했던 예술품이 시장에서 거래되며 상업적인 재테크에 이용된다는 점도 굉장히 신선했다. 뉴스에서 접했던 몇몇 사건들이 뇌리를 스친다. 가령 막대한 자산을 소유한 재벌가의 인물이 돈 세탁을 위해 지하 창고에 예술품을 숨겨 두었다던지 등의 사건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예술 작품은 어떻게 가치를 형성하는가


 

도서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예술 작품이 물론 존재 자체로 가지는 미학적 가치뿐만 아니라 시장에서의 재화로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 특성이 다른 재화들과는 달리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어찌하여 다른 재화들과 다르게 시장과 경기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예술 작품 속에 인류가 전승하고자 하는 어떠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예술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당장의 자산적 가치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여 전달되는 가치를 지니기에 예술품이 다른 자산과 다른 특성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가령 저자가 말하고 있는 요즘 예술품의 핫한 키워드 자연, 과학기술, 소외 계층에 대한 이야기 등 예술품은 인류가 오랜 기간 고민해보아야 할 주제에 대한 화두를 던져 놓는다. 작가의 의도에 공감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지만 작품은 존재함으로써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이 묻히지 않게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모네의 <수련> 등 유명 작품들을 미디어 아트로 투영한 전시를 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그것을 조금쯤 지켜내고자 하는 일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으며, 디지털 뷰티를 구현한 미구엘 슈벨리에의 전시를 접하고 우리의 일상에 뒤편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엿보기도 하였으며 프리다 칼로의 사진전을 보며 나를 포함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여성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개인이 예술품을 어떻게 ‘소유’하는가


 

[‘이미 경매에서는 뱅크시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벽화가 그려진 벽을 통째로 뜯어와 거래된 경우가 많이 있다. (중략) 그렇지만 소유자가 벽을 뜯어서라도 판매하고자 한다면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 p.33

 

이렇듯 복잡한 가치 체계를 지닌 예술품을 개인이 ‘소유’한다는 개념은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 저자가 아트 마켓에서의 화두로 던진 ‘그레피티’ 작품의 예시가 예술품 소유권의 문제를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있다.


재작년 향유했던 ‘스트리트 노이즈’라는 전시를 통해 거리예술의 정수인 그레피티 작품들을 접한 적이 있는데 익명성을 빌려 누구나 지나다니는 거리에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진 작품이 그레피티이기에 기존의 전시들과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전시회장이 꾸려져 있었고, 작가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아 작가들의 화풍이나 시그니처 등으로 그의 작품일 것이라 추정되는 작품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전시에서는 관객이 참여형 작품인 줄 알고 전시품을 훼손하는 등의 이슈가 있기도 했던 만큼 거리예술이 지니는 특성은 굉장히 모호하고 그렇기에 작품의 출처, 본원에 대한 이렇다할 정도로 정립된 체계가 없는 듯했다. 그렇기에 거리예술이 그려진 벽이나 건물을 소유한 사람이 그것을 뜯어내 소유한다고 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충격적이면서도 그 외에 소유를 밝힐 방법이 없으니 납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예술품 시장의 재미있는 특성


 

[‘예술계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예술가들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작품에 자가 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 p.38

 

이렇게 가치를 지닌 채 소유되는 예술품은 시장 내에서 거래되며 다른 자산들과 마찬가지로 끊임 없이 이익을 창출하는데, 유독 예술품 시장이 가지는 재미있는 특성이 많은 것 같다. 홍콩 시장이 예술계에서 주목을 받다가 홍콩 안전법이 재정되며 예술품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자 그 주목이 서울로 옮겨 갔다는 사실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예술품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 시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술품 시장은 다른 시장에서 적용되는 규제와 검열을 적용할 수 없고, 그것을 적용하는 순간 변질되어 버린다. 시장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재화임과 동시에 예술적 자유를 동시에 보장받아야 하는 존재라니, 그렇기에 아트 컬렉팅이 굉장히 까다로우면서도 재미있는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MZ 세대가 컬렉팅과 투자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미술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중략) 이들에게 예술은 늘 가까이할 수 있는 대상이다.’] - p.74

 

아트 컬렉팅의 새로운 주체로 MZ 세대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원 예술의 성장이 그 원인에 있는 듯하다. 당장 내 주변의 또래들도 SNS 를 통해 핫한 전시 소식을 접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K pop 아티스트가 개최한 개인전을 계기로 예술작품의 매력에 눈을 떴다는 이들이 많다.


2030세대들에게 예술 작품은 이전보다 확실히 친숙하고 접하기 쉬운 존재가 된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양상 또한 양면성을 지닌다고 생각하는데,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 예술 시장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예술품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만 고여 있지 않고 활발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때로는 예술품이 그저 SNS 피드를 장식하고 보여주기식 전시에 이용되고 있지 않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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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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