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색을 통한 질문

글 입력 2023.09.2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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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순간. 9월의 날씨는 더위와 선선함이 반복된다.

 

푸른 녹음을 한껏 만끽한 뒤, 질문의 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은 미술관이다. 가끔 문제에 부딪혀 답이 내려지지 않을 때, 작품을 보러 간다. 기분 전환이라는 핑계를 대기에 좋은 공간이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삶에 대해 질문을 하는 공간이다.

 

작가가 보는 시선에서 무엇이 느껴지는지, 작품과 일상은 얼마나 접목되어 있는지 끊임없이 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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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오면 꼭 방문하는 곳,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이다. 거대한 건축의 경이로움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조명이 없다. 오로지 자연광으로 가득 찼다. 작품과 자연 사이의 경계선이 모호함을 느낀다.

 

수많은 작품 중, 오랫동안 바라본 작품 이지영 작가의 <인물원>. 동물원이라는 단어를 비유하여 만든 제목이다. 자신의 본능을 잃고, 주어진 삶에 따라가는 동물같이 사회 집단에서 바라는 사람으로 교육하고 양성되는 인간의 삶을 표현했다.

 

작품에 등장한 많은 사람은 검은 바위를 향해 올라간다. 하지만 구름다리를 타고 산 정상을 쉽게 오르는 이들도 있다. 사회의 큰 틀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과연 나는 검은 바위를 향해 가는 사람일까, 그렇다면 안락한 공간을 탈피해야 하는지 잠시 고민을 한다.

 

작품을 함께 본 친구에게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어느 곳에 있는 사람일까, 사회의 틀에 매여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당장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잠잠한 일상에 뾰족한 감각을 더한다. 우리는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한 가지 목표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며, 안정적인 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용기를 잃지 말자는 끈끈한 약속을 한다. 우리는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힌트를 얻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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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 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잠깐 방문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中

 

 

작품의 여운을 천천히 곱씹던 중, 이 문장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지구는 작은 행성에 불과하며, 우리는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라니. 허무함이 물밀듯이 몰려온다.

 

하지만 금세 평온을 되찾는다. 수많은 밤 나를 괴롭혔던 고민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지는 게 느껴진다. 저 먼 우주에서 보면 한 점보다 못 한 티끌같이 보이겠구나. 마음 안에 잠식된 집착과 열등감 그리고 자괴감은 보잘것없다. 이젠 홀가분하다.

 

칼 세이건은 천문학을 배우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지구의 존재는 작다. 그렇지만 인간이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지구 뿐이다. 푸른 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야 한다.

 

정해진 틀에 자신을 가둬 놓지 않기를. 매 순간 선택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지 않기를 바라며.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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