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내 그런 것까지 알아야하니? -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

글 입력 2023.09.21 14: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밸런스 게임을 해보자.

 

과유불급과 다다익선. 그런 것까지 알아서 뭐해와 뭐든 알아둬서 나쁠 건 없잖아.

 

난 후자 쪽이다.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많이 봐야 하기에 그만큼 알아야 한다. 남들은 놓치는 것, 미처 보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것,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그런 것들을 찾아 여기 이런 게 있다고 알리는 게 내 역할이다.


얕고 넓은 눈을 기르는 데는 역사만 한 게 없다. 역사는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크레페다. 한 겹 한 겹 켜켜이 쌓여 있다. 한 껍질을 벗겨 낼 때마다 새로운 게 나온다. 전부 까보고 난 후 다시 덮었을 때는 멀리서 봐도 그 안에 뭐가 있었는지 대략적으로는 보인다. 크레페가 너무 크면 먹기도 힘들고 부담스러우니 적당한 크기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거창한 거시사보다 자잘한 미시사가 소화가 잘 된다.


아침에 일어나 인스타그램 DM을 확인하고 화장실로 가 조명을 켠다. 대충 씻고 나와 스니커즈에 발을 욱여넣고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집에서 공부하기 싫으니 지하철, 아니면 버스를 타고 카페로 간다.

 

카페에 앉아 키보드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놓고 잠시 멍하니 있어본다. 커피 한 잔에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원고를 쓰거나 사진 작업을 한다. 잠시 숨 돌리며 주변을 보니 사람이 꽤 많다. 오늘이 공휴일이었나 생각해보다 다시 내 할 일로 돌아간다.


누군가의 일생이 모여 만들어진 이 익숙한 삶 속에서 하루를 산다. 내 하루의 일상은 누군가의 일생이었다. 키보드가 없었다면 이 많은 글자를 하나하나 손으로 쓰고 있었겠지. 이어폰이 없었다면 지루한 지하철에 우두커니 앉아 어색한 적막에 숨이 막혔을 터다. 당장 핸드폰만 집에 놓고 왔다고 상상해도 내 세상이 무너진다.


테이블에 올려놨던 핸드폰을 쥐고 생각한다. 이게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작은 기계 하나에 들썩이는 삶이 참 그렇다 싶다. 이 무지막지한 녀석을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는 게 또 묘하다.


솔직해지자. 편리한 삶을 살아도 이런 삶을 누릴 수 있게 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는 거룩한 마음이나 존경심을 품은 적은 없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거름 삼아 미래로 나아갔고, 그 기저에는 ‘나의 이익’이 가장 중요했다. 약간의 고마움은 느끼지만, 그 이상은 없다.

 

요컨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고마움보다 ‘삶의 재미’를 누려보자는 거다. 지루하고 무료한 삶만큼 끔찍한 게 또 있을까.


밖에 나가기 전 샤워를 끝내고 전신 거울 앞에 선다. 수건으로 대충 털어 말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넘기고 한 손에 헤어드라이어를 쥔다. 시끄러운 모터 소리와 함께 뿜어 나오는 뜨거운 바람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말린다.

 

그 와중에 잠시 상상해본다. 예전에는 의자에 앉아 커다란 통 같은 걸 머리에 쓰고 머리를 말렸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이 붙어 낑낑거리며 무거운 기계를 들고 내리는 광경을. 지금은 내 머리카락이 휘날리지만,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휘청거렸을 거다. 그저 머리 좀 말리겠다고 그 난리를 치는 광경에 자그마한 폭소 한 번 정도는 터져 나온다.


사람도 동물인지라 본능에 따라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 재력, 체력, 지력. 어떤 것이라도 좋다. 남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들과의 모임, 이성과의 만남? 뭐라도 좋다. 남들은 모르는 지식을 뽐내는 것.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로 아주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지식을 “그거 알아?”라는 화두와 함께 꺼낸다.

 

듣는 사람이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

 

일상 속 사물에 깃든

낯선 시작을 찾아서

 

물건은 우연적으로 탄생하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발명되기도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기도 하며 다양한 이유로 소멸의 길을 걷기도 한다.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은 주변 모든 것들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눈을 감기까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서에 따라 제시되는 물건의 면면을 읽다 보면 무심코 사용하던 물품들이 새롭게 느껴진다.

 

물건의 역사를 향한 시선은 어느새 인류의 역사를 향한 시선으로 넓어진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도운 세탁기, 전쟁을 대비하는 군사용 레이더에서 탄생한 마우스, 진동벨로 부활한 삐삐의 무선 호출 기술 등. 이 책은 일상 속 사물에 깃든 낯선 시작을 찾으며 물건의 흥망성쇠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왔는지 유쾌한 문장으로 안내한다. 저마다의 궤적을 그려 온 물건의 역사를 살펴보며 하루를 색다르게 감각하는 통찰력을 얻기를 바란다.


모든-것에-대한-모든-것-표지.png


 

프레스 네임 태그.jpg

 

 

[김상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