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울 뒤피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아 -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23.09.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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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jpg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것도 뒤피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 담긴, 그런 책.

 

 

 

저자의 시선


 

본격적인 내용을 읽기 전, 프롤로그를 읽으며 라울 뒤피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던 것 같은 이소영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뒤피에 대해 알아갈수록 내가 뒤피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고 나의 상처와 결핍, 열등감을 뒤피를 통해 마주치게 되니 그의 삶을 살피는 시간들이 희열이면서도 나의 흉터를 들추는 일이 되었다. (p. 21-22)

 

뒤피가 다양한 사조를 섭렵하며 본인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오히려 한 가지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받지 못하는 계기를 낳았다. 더불어 미술계 안에서도 여러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다 보니 모든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음에도 전문가라는 인식은 부족했다. (중략) 뒤피는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소개되기보다 ‘아름다움을 그린 화가’라는 수식어로 반복되어 불린다. (p. 20)

 

나는 미술 교육인이지만 작가고 강사며 교육 기관을 운영하는 대표이기에 늘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를 지닌 채 살아왔다. 하지만 뒤피의 삶을 쫓고 그를 탐구하다 보니, 직업이라는 것은 하나의 고정된 명사가 아니라, 살아가며 끊임없이 넓어지고 확장되는 동사형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뒤피의 삶과 동행하는 시간 동안 나의 변화무쌍한 일과 삶을 뒤피를 통해 존중받을 수 있었다. (p. 22)

 


야수파, 입체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라울 뒤피. 그리고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그를 이해하는 일이 한편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었다는 이야기에 뒤피의 생애를 한참 뒤적였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 인물과 그의 세계를 다룬 책이 또 다른 이가 자신을 파악해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점에 책을 더 진지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라울 뒤피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책이다.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그를 온전히 이해시키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구석구석 드러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의 구성



책을 다 읽은 후 저자가 책을 구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뒤피와 뒤피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내용과 순서를 고안해 현재의 목차가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Intro

Prologue 

라울 뒤피 연대기 

르아브르 

야수파 

뒤피의 친구들 

장식 예술 

마담 뒤피 

뒤피 스타일 

Outro 

Epilogue

라울 뒤피 작품 소장처

 


저자의 진심이 담긴 프롤로그 다음으로 라울 뒤피의 일생을 간단하게 요약한 연대기가 나온다. 이는 라울 뒤피의 생애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후 타임라인이 헷갈릴 경우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이후 본론은 르아브르 – 장식 예술까지 라울 뒤피가 어떻게 자신만의 화풍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소개하고 이후로는 뒤피의 그림을 살펴보며 그의 화풍을 보다 이해할 수 있도록 전개된다. 


라울 뒤피의 고향이자 인상파 화가들이 매료된 르아브르에서 출발해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 뒤피의 화풍을 소개한다. 그리고 뒤피와 영향을 주고받은 갤러리스트 베르트 웨일과 패션 디자이너 폴 푸아레 등 교류하던 이들을 통해 뒤피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 세계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이후 사람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삽화가, 텍스타일 디자이너 등 뒤피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라울 뒤피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가 유기적인 맥락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뒤피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곤 했던 여성의 정체(두 명의 동반자)와 더불어 <전기 요정>과 같은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뒤피 스타일을 정리해 준다. 짜임새 있는 구성에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어느새 뒤피가 친숙해진 것 같다. 그리고 단 한 권의 책만으로도 그에 대해 꽤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책의 문장들


 

뒤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 문장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 뒤피를 바라보다 보면 나 역시 저자가 지었을 것과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라울 뒤피를 ‘가볍고 경쾌한 화가’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평면적인 시선이다. (p. 230) 

 

우리는 동시대 미술에 익숙해져 미술이 아름답거나, 경쾌하거나, 예쁘면 의심하기 시작한다. (p. 230)

 

하지만 뒤피 작품 속에는 곧 닥칠 제2차 세계대전의 모순적인 환희와 불안함 속에서도 삶을 찬양하고 삶의 안락함과 여유를 즐기고 싶어 하는 파리의 정신이 있었다. (p. 231)

 


뒤피의 그림이 즐겁고 경쾌하고 아름답다는 이유가 곧 그가 고민 하나 없는 삶을 살았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안함과 혼란이 보이지 않는 그림은 당시 시대 생황 속에서도 본래의 삶을 향유하고자 하는 뒤피 방식의 위로이자 원동력일 수 있는 것이다. 


 

인상파가 빛의 움직임으로 미술에서 혁명을 보여줬다면 야수파는 색으로, 입체파는 형태로 혁명을 전개했다. 뒤피는 이 세 가지 화파들을 자신의 내면에 넣고 평생을 자유자재로 그때그때 회화의 무기로 변형해 구사했다. (p. 229)

 


‘얕음’을 이유로 비전문가로 비치곤 했던 뒤피의 ‘넓음’에 주목해 그의 다재다능함을 말한다. 어느 한 화파에 속하지 않는 뒤피의 자유로움에 주목할 수 있도록 프레임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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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라울 뒤피를 좋아하지만, 그가 이룬 것들 중 세상이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매일 생각하고 있다. (p. 339)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충만하게 묻어 있는 책을 읽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저자의 애정이 활자 하나하나에 잘 묻어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소영 저자의 따뜻한 시점에서 서술된 라울 뒤피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희망도서에 책 이름을 적었다. 


라울 뒤피를 통해 위안을 받았던 저자와 같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의 색을 고민하고 있던 내가 위로받을 수 있었다. 라울 뒤피의 작품과 같이 수많은 덧칠로 행복을 선물해 준 이소영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해 본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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