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패배라 부를 수 없는 치열한 어제의 실패, 뮤지컬 '곤 투모로우'

글 입력 2023.08.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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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6 [제공=PAGE1].jpg

 

 

※기자 주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이 공존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인간이 만든 이야기인 작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의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내적 구조가 정밀하지 못할 수도 있고, 여타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개인의 호오에서 여과될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어떤 작품도 단점만 지니지는 않았다고 믿습니다. 작품이 끝내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있을 것이고, 서툴더라도 아름다운 점, 좋은 점, 의미 있는 점을 가졌을 거라 믿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작품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부족한 작품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부터 찾아보려고 합니다. 좋은 점만 말한다고 완벽한 작품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개개의 진심을 읽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패배라 부를 수 없는 치열한 어제의 실패, 뮤지컬 '곤 투모로우' 

 

 


 

 

뮤지컬 <곤 투모로우>는 '실패'를 말하는 작품입니다. '김옥균의 삼일천하'로 잘 알려진 1884년 갑신정변으로 문을 여는 작품이니, 시작부터 실패하는 셈입니다. 김옥균과 개화파가 목숨 걸면서 이루려 했던 개혁의 꿈은 말 그대로 한낮의 꿈처럼 단 며칠 만에 끝나 버리고, 실패 그 자체로도 뼈 아플 텐데 이는 또 다른 좌절과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김옥균은 정변이 실패로 돌아간 후 일본으로 망명 갔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고, 그를 원망하던 고종은 한정훈이라는 인물을 보내 김옥균을 암살하려 하지요. 만들고 싶었던 세상, 개혁하고 싶었던 나라는 '갈 수 없는 곳'이고, 암살자의 칼끝은 코앞까지 다가온 막막한 상황입니다.

 

이때 작중 김옥균은 자신의 죽음이 내일을 오게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죽음이 한정훈에게 기회가 되고, 그가 못다 한 개혁의 뜻을 이어갈 수 있다면 기꺼이 죽겠다는 것이었죠. 내일을 직접 여는 것이 자신이 아닐지라도, 어제의 실패와 내일의 성공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기꺼이 오늘의 나를 희생하겠다는 마음. 그 결기를 끝으로, 이 작품에서 실패의 주체는 김옥균에서 한정훈으로 넘어갑니다.

 

김옥균에게 감화된 한정훈은 그의 뜻에 따라 김옥균을 암살하고 조선으로 돌아가 그들이 바랐던 내일을 열기 위해 노력합니다. 김옥균의 죽음만큼이나 치열하게 말입니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5 [제공=PAGE1].jpg

 

 

그러나 우리는 이미 두 사람이 그리던 '새로운 세상'은 아득히 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선에 드리운 열강의 그림자는 점점 더 짙어지고, '이완'이 대표하는 친일파는 조선을 일본에 넘기며 제 잇속만을 챙깁니다. 그리고 고종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정훈을 배신하고 나라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이게 어디 김옥균의, 한정훈의 실패이기만 할까요. 결국 1910년 한일 강제 병합으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 이 제국-식민지 체제는 1945년까지 지난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것은 실패한 혁명의 기록이고 서사입니다. 1884년 갑신정변으로 시작해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개혁 인사들이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보여 주는 뮤지컬이지요. 여기에 어떤 카타르시스가 있을까요? 혁명이 좌절된 후 한정훈은 세 번의 총격으로 이완과 그 주변인들을 쏘지만, 돌아오는 것은 수십 발의 총격입니다.

 

이완이 죽었다고 일본의 손아귀에서 조선을 빼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가오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은 막을 수 없습니다. 대체역사물이 아닌 이상 불가피한 결말, 불 보듯 뻔한 실패입니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4 [제공=PAGE1].jpg


 

하지만 이를 감히 '패배'라고 명명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김옥균에서 시작하여 한정훈이 이어가는 새로운 내일을 향한 개혁 의지는 끊임없이 좌절되고 실패하지만, 이들의 치열함만은 절대 '패배'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지요.

 

세 발의 총성, 돌아온 수십 번의 총격. 수치로만 본다면, 그리고 당장의 결과만을 본다면 분명 '진 싸움'이지만, 그들이 그토록 열고 싶어 하던 내일의 조선에 살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그 어제를 패배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바위에 몸을 내던졌던 계란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몸을 내던졌던 시간을, 그 움직임을 패배라고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는 것은 실패했지만 패배하지 않은 뜨거운 마음입니다. '꽃이 피고' '새들이 나는' '갈 수 없는 나라'를 향한 어제의 발걸음. '내일'에 살고 있는 우리가 작품이 낸 길을 따라 우리의 '어제'이자 그들의 '오늘'로 가서 함께 한 발 한 발 옮기는 것. 치열한 어제의 실패를 지금, 이 순간 함께 느끼는 것.

 

어쩌면 <곤 투모로우>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과거 완료형이 된 실패의 시제를 현재 진행형으로 감각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뮤지컬 곤투모로우 공연사진 7 [제공=PAGE1].jpg

  

 


 

 

곤 투모로우 – 삼일천하 1884


일자

2023.08.10(목) ~ 10.22(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150분

(인터미션 20분 포함)


주최

SBS, PAGE1

 

제작

PAGE1

 

 


 

 

창작진

프로듀서 이성일 ㅣ 작곡 최종윤

예술감독/극본 이지나 ㅣ 각색 장혜정

연출 이수인 ㅣ 편곡 김성수 

음악감독 김정하 ㅣ 안무 심새인 

무대디자인 이엄지  ㅣ 조명디자인 원유섭 

전식디자인 이종호  ㅣ 영상디자인 박지현 

음향디자인 김필수 ㅣ 의상디자인 민천홍, 한승수

소품디자인 김린아 ㅣ 분장디자인 김남선



출연

김옥균 ㅣ 강필석, 최재웅, 고훈정, 조형균

한정훈 ㅣ 김재범, 신성민, 백형훈, 윤소호

고종 ㅣ 고영빈, 박영수, 김준수

이완 ㅣ  김태한, 임별

종윤 ㅣ 김민철

앙상블 ㅣ 채태인, 박하나, 김하나, 차형도

이현영, 노재현, 백승리, 이은호, 김소연

류재혁, 강현성, 최정민, 이승준, 고수민

윤철주, 최주찬, 캠벨해일리리아

스윙 ㅣ 박신별, 김승현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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