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살아요. 여기, 뉴월드에서 - 꿈의 제인 [영화]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글 입력 2023.08.0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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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지."

 

 

그럴 때가 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다른 모든 걸 앞설 때가. 그게 모든 걸 망쳐버릴 때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드는 순간이 있다.

 

'꿈의 제인'은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받을 줄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 '소현'과 트랜스젠더 여성 마담 '제인', 그리고 그를 둘러싼 무관심한 세상을 몽환적인 미러볼 빛으로 비춘다.

 

사회의 울타리 밖에서 너저분하게 부대끼는 청소년들의 절망감과 우울감, 소속 욕구를 '꿈의 제인'이 어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곁의 수많은 '소현이들'을 보듬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쉼터와 가출팸, 그리고 모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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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며 살던 '소현'은 사랑받고 싶고,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소녀이다. 그러나 쉼터 사람 중에서도 그런 소현이 의지할 구석은 소현이 짝사랑하는 대상인 '정호 오빠'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도 벅찼던 정호는 모텔방에 소현을 버려두고 트랜스젠더 마담 '제인'과 함께 쉼터를 떠난다.

 

그 뒤로 소현은 질 나쁜 가출팸에 들어가 생활을 겨우 이어나간다. 팸을 이끄는 '아빠'에게 호되게 '신고식'을 당하는가 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팸 안에서 구타와 따돌림을 경험한다.

 

소속될 곳도 없고,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버려진 소현에게 남은 것은 폭력적인 팸의 아빠와 몇 없는 호의적인 팸 일원들뿐이다.

 

그러던 도중 소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소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기꺼이 나눠주는 첫 상대. '지수 언니'의 등장이다.

 

 

 

2. 빨간 사랑. 그 마음의 기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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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던 정호와 달리 지수는 가출팸을 전전하면서도 몰래 알바를 뛰며 돈을 벌고, 동생을 부양한다. 더불어 자신의 동생과 닮은 소현에게도 정을 준다.

 

소현은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호의에 감화되어간다.

 

꿈의 제인에서 사랑의 색은 따뜻한 빨강이다. 지수가 동생에게 선물하는 니트도 빨강. 종호를 만나러 가는 소현의 카디건 색깔도 빨강.

 

피자 배달을 하는 지수는 자신의 빨간 헬멧을 소현에게 건넨다.

 

소현에게도 따뜻한 마음이 생겼다. 우중충한 푸른 빛이던 소현의 후드티의 줄 부분도 빨갛게 물들었다.

 

 

 

3. 꿈의 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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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폭력적인 가출팸의 '신고식'에 저항하던 지수는 팸의 아빠에게 미움을 사 성 노동을 강요받는다. 지수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다.

 

팸은 순식간에 와해되었다. 지수의 친구들은 지수의 죽음을 슬퍼하기 이전에 자신들로부터 버려질 걱정부터 하는 소현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고 떠난다.

 

홀로 남은 소현은 꿈을 꾼다. 언젠가 뉴월드 트랜스젠더 바에서 만난, 소현이 경험한 첫 '어른' 제인이 자신의 엄마가 되어주는. 지수가 자신의 언니가 된. 지수의 친구들이 자신의 오빠가 된 행복한 꿈을.

 

그곳에서 제인은 말한다. 트랜스젠더인 자신의 삶은 진짜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자길 가짜라고 생각한다고. 삶은 원래가 이렇게 불행하고 행복한 순간은 모래 알갱이처럼 아주 가끔씩만 찾아온다고.

 

제인은 소현이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을 건넨다. 그러니 우린 불행한 인생, 혼자 살지 말고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인간의 삶에는 인간이 필요하다고.

 

소현은 꿈을 꾼다. 폭력적인 아빠가 아닌 따듯한 엄마를. 절대 서로를 놓지 않는 가족을. 한 명도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4. 다시, 모텔방. 차가운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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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말하듯 그녀의 제인은 꿈속에서만 존재한다.

 

진짜 제인은 정호 오빠와 함께 그녀를 떠났다.

 

완전히 혼자가 된,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소현은 다시 모텔방을 찾는다. 정호 오빠가 자신을 버리고 간 그 모텔방을.

 

소현은 차가운 욕조 속에서 삶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몽롱해지는 정신 너머로, 소현은 다시금 꿈을 꾼다. 꿈의 제인을 만나기 위해.

 

 

 

5. 뉴월드 


  

 

 

영화는 마지막까지 소현이 살았는지, 그대로 생을 마감했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제인이 소현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만을 비춘다. 노래를 부르기 전 제인은 뉴월드의 수많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소현에게 말한다.

 

그것이 영화의 마지막 메세지다.

 

수많은 울타리 밖 청소년과 사회의 이레귤러. 우리 주변의 '소현이들에게'.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사진출처: 꿈의 제인 공식 스틸컷

 

 

[김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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