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파랑새란 걸 믿어줘 - 산울림 고전극장, 붉은 파랑새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이를 향한 위로
글 입력 2023.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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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보던 동화 속 주인공들은 그 이후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붉은 파랑새>는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 속 주인공 틸틸이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여 재창작한 작품이다.

 

원작 파랑새는 틸틸과 그의 여동생 미틸이 이웃집 할머니의 부탁으로 파랑새를 찾으러 환상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틸틸과 미틸은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숲속, 행복의 궁전, 미래의 궁전을 여행하지만 결국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뜻밖에도 이들은 산비둘기가 들어 있던 새장 속에서 파랑새를 발견한다.

 

마테를링크는 이 파랑새를 통해 희망과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 후로부터 20년여 년이 지난 어느 날, 틸틸은 늙고 병들어 붉은 피부가 드러난 파랑새와 재회하게 된다. 씩씩하고 모험심 넘치던 틸틸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 현실이라는 벽과 마주하게 되고 홀로 방황하고 있다. 축 처진 어깨로 너머로 주눅 들어 보이는 틸틸에게 파랑새는 이렇게 묻는다.

 

“틸틸, 너 정말 행복해? 행복하냐고!”

 

이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틸틸의 모습을 본 파랑새는 다시 한번 환상세계로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한다. 과연 틸틸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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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밤의 여왕에게 납치된 틸틸은 인간의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밤의 궁전을 빠져나가기 위해 두려움의 문을 열게 된다. 어렸을 적 틸틸에게 두려움은 전쟁, 병균, 유령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틸틸이 문을 열어 본 것은 다름 아닌 가난과 늙음이다. 여태껏 이를 애써 회피해 오던 그는 내면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이에 틸틸은 잠시 혼란에 휩싸이지만 이를 천천히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을 기다려 주기로 한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틸틸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열정적으로 꿈과 이상을 향해 달려가다가 현실에 부딪혀 자주 넘어지고 마는 현대인의 모습. 치열한 삶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방황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끝없이 펼쳐진 긴 줄 위에 서 있다. 왼쪽은 현실, 오른쪽은 꿈과 이상이다. 어쩔 땐, 꼬여있는 밧줄에 발이 걸려 현실이라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도. 어쩔 땐, 허황된 꿈과 욕심에 눈이 멀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이상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게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는 언제나 파랑새가 우리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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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땐 잠시 쉬어도 돼

파랑새도 잠시 내 어깨

파랑새는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지

 

 

파랑새는 모험을 떠난 환상세계와 그곳에서 깨어나 돌아온 현실에서도 언제나 틸틸과 함께한다. 비록 틸틸은 욕심에 눈이 멀어 가까이에 있는 파랑새(진정한 행복)를 놓쳐버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자기 잘못을 깨닫고 파랑새는 언제나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희망을 다시금 얻게 된다.

 

극 마지막에는 동생 미틸이 오빠에게 파랑새를 찾은 후, 때가 되면 천천히 도시로 와도 좋다며 격려한다. 이 미틸의 한마디는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걱정 한 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쉼을 주는 동시에, 가끔은 넘어지고 더뎌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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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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